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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직타이거 Mar 18. 2018

갈증

소녀와 선인장

갈증 커버


갈 증



선인장이 자라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왜인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목마름을 느낄 때면, 어느 순간 천장에서, 벽에서, 선인장이 자라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는 내가 갈증을 느낄 때면 묘하게 긴장된다.

고드름처럼 천장에서 내가 있는 곳까지 쑥쑥 자라나는 선인장들.

제일 위험했던 순간은 경부고속도로 위에서였다.
작년 설날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운전하던 중,
차 선루프에서부터 자라난 선인장에 찔려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다.

이마가 따끔거리고, 사방에서 클랙슨이 울렸다. 아찔했다.
내 잘못이라곤 목이 말랐다는 거. 그거 하나…. 며칠 뒤
큰마음 먹고 이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친구에게 고백하자,

'거, 적어도 졸음운전은 예방해주겠네.'
라고 말했다.

실없는 사람….

그 사고부터는 매일 생수 두 병씩은 꼭 가방에 챙겨 다닌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선인장을 자라게 할 순 없지 않겠는가?
무거워진 가방 덕분에 팔뚝에는 없던 근육까지 생기는 듯싶다.

아무도 안 믿겠지만 나는 갈증을 느끼면 선인장을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이 지구에 생겨난 수많은 사막의 선인장에 대해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나 같은 이가 혼자만은 아닐 거고,
나 같은 이가 사막에 간 적도 있을 거고,
나 같은 이가 거기서 갈증을 호소했겠지.
그래서 그렇게 사막에 선인장이 많은 걸 테다.





—————————


공상하는 걸 좋아합니다.
버섯 소녀에 이어, 식물 소녀 시리즈가 만들어졌습니다. (한번 도감 다 채워보자) 빨간색의 보색이 파란색이라고 알고 있는 분이 많지만,
빨강의 보색은 오히려 초록색에 가깝고, 파랑의 보색은 오렌지에 더 가깝습니다.

이번 그림은 빨강과 초록의 보색효과를 극대화해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강렬하잖아요 +_+)

보통 대부분의 식물은 땅에서 위로 자라는데,
이번 선인장은 반대로 자라게 하고 싶었어요. (그림이니까 ㅎㅎㅎ)

천장에서부터 자라나는 선인장 신기하지 않을까요?


아래는 과정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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