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봄날은 언제 오는가
수선화와 사슴이 어우러진 패턴, 무직타이거의 '레몬 화이트 페이퍼'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레몬 빛의 수선화 사이로 봄날의 꽃사슴이 숨어있어요 :)
수선화 디자인을 하면서 수선화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조금 색다른 지점들이 있어서 동서양에서 수선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알려드리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봄에 피는 꽃이 수선화라는 점 알고 계셨나요?
어떤 때에는 눈을 뚫고 피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지금 한창 제주도에는 수선화가 한가득이랍니다.
수선화가 만개한 봄날의 제주, 정말 가고 싶어요.
매년 한림공원 수선화 축제가 열린다고 해요 :)
(제주도 한림공원에서 수선화 축제를 했다는데 이번 년도에 놓쳤어요.)
제주 방언으로 '말마농' 이라고 불리는 꽃이 있습니다.
'마농'은 마늘의 제주도 방언으로 직역하자면 '말 마늘', 즉, 말이나 먹는 마늘이라는 뜻입니다.
아무짝에도 쓸 수 없는 잡초 같은 것이죠.
이러한 '말마농'이 바로 수선화입니다.
생긴 것과 다르게 '말마농' 취급을 받다니 신기하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수선화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분이 바로 추사 '김정희'입니다.
암행어사, 추사체의 김정희 바로 그분이죠.
한 점 겨울 마음 송이송이 둥글어라
그윽하고 담담한 기품에 냉철하고 영특함이 둘러있네
매화가 높다지만 뜨락의 경계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맑은 물에서 참으로 해탈한 신선을 보는 구나
추사 김정희 '수선화' 중
추사 김정희는 '수선화'를 좋아하여 중국에서 수선화를 구해와 고려청자에 심어놓고 즐겼다고 합니다.
얼마나 좋아했냐면, 존경하는 선배인 다산 정약용 선배에게 수선화를 선물을 준 일화가 남아있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한 시대를 호령하던 추사 김정희도 말년에는 제주도에 유배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뭍에서 귀하게 여겼던 '수선화'를 '잡초' 취급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네, 바로 그 '말마농' 취급을 받는 수선화를 본 거죠.
귀한 꽃이 잡초처럼 뽑히는 모습을 보며 그러한 모습이 마치 유배되어 온 자기 자신처럼 느꼈다고 해요.
그래서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게 그렇게나 귀한 수선화가 여기에선 잡초 취급을 받으며 지천에 널려있다고 보내기도 했죠.
이 일화에서 자기 자신을 투영하는 개체로 수선화가 쓰인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에요.
수선화는 그리스 신화, 성경 등에도 수차례 등장하거든요. 또 모두 비슷한 뜻을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선화의 학명(나르키수스)는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시스라는 소년의 이름에서 유래하기도 했구요.
전 세계적으로 수선화에 얽힌 일화들에 '자기애', '가르침', '고결' 등이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이죠.
즉, '자만한 것을 알게 하고 가르친다'라는 뜻이 내포되어있습니다.
신기하지 않나요?
그런데 문득 요즘엔 '자만에 대한 경계'보다는 절대적으로 '자기애', '자기 믿음'이 더 필요한 시기 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지치고 힘든 분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자기애는커녕 자기를 더 혹독하게 몰아치시기도 하구요.
이럴 때일수록 자기에 대한 사랑과 확신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수선화의 교조적인 가르침보다는 '나르키소스' 적인 '자기애' 꽃말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은 요새입니다.
레몬색의 상큼한 수선화와 함께 봄날의 기분 전환은 어떠신가요?
밝은 기운과 자기를 좀 더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은 필수인 거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