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지인 목록에 너도나도 '지브리' 풍 이미지로 바뀐 프사들이 뜬다. 많은 사람들이 지브리 풍으로 바뀐 이미지에 흡족했다는 이야기.
지브리(Ghibli, スタジオジブリ, Studio Ghibli)란 사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이름으로,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두 거장이 설립한 회사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하울이 움직이는 성> 등 한국에서도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다.
지브리는 픽사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결이 다른 감성적이고 따뜻한 이미지에 자연스러운 색감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의 묘사가 더해져 지브리만의 독창적이고 고유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특히 디지털 작업보다 콘티부터 종이에 연필로 그리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예술적 섬세함을 그대로 녹여내었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은 매 장면의 디테일을 살려내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제적 측면에 있어서도 일본의 신화와 역사가 일상적인 소재와 작가의 고유한 상상력과 버무려져, 관객들을 '일상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마치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듯이, 대본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대폭 수정되기도 한다. 캐릭터는 선과 악의 구도가 명확하지 않고, 인물들은 다채롭고 개성이 뚜렷하고 복합적이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열린 결말을 만들어 내면서 관객들을 작품 안으로 끌어당기는 이유다. 선악의 구도가 명확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도 차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배경, 그곳에서 일어나는 다채롭고도 흥미진진한 스토리. 누구나 한 번쯤은 아마,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따뜻하고 서정적이고, 가장 일상적이고, 아날로그 적이면서 상상력이 결합된, 그야말로 '우리가 잃어버린' 세계다.
AI 기술이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그림뿐만 아니라, 여전히 핸드 드로잉을 고집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을 '모사'하기에 이르기까지 발전은 했지만, 노장이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삶의 방식은 잃어버린 셈이다.
지브리 풍으로 바뀐 나의 사진을 잠시 들여다본다. 어딘가 모르게 더 따뜻해 보이고, 행복해 보인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지브리 풍'으로 자신의 사진을 변환시키면서, 그 따뜻하고 서정적이고, 다채로운 삶의 방식으로 충만한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같은 세상에 자신을 가져다 놓으며 미소 지으며 카톡 프사를 바꾸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AI가 이제는 아예 예술을,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을까? 하고 말이다. 챗 GPT에게 직접 물어봤더니, 챗 GPT는 "데이터를 통해 반복적인 스타일을 학습하고 특정 패턴을 따라갈 수 있다"라고 말해 주었다. 하지만 예술성과 감성, 이야기 창작은 AI로는 대체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예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의 경험을 통한 감정과 철학을 담는 행위이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그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 있기에 그의 작품 속에 묘사된 전쟁, 일본 신화, 가족, 자연 등의 표현이 보다 섬세하게 표현될 수 있었다.
AI가 못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앞으로 우리가 더 집중해서 발전시켜야 할 것일지 모르겠다. AI는 할 수 없는, 섬세한 감각으로 점철된 깊은 경험과 다채로운 감정으로 인간의 고유함을 쌓아 올리는 일 말이다.
참고
미야자키 하야오 인터뷰
https://www.theguardian.com/film/2023/dec/09/boy-and-the-heron-final-studio-ghibli-film-hayao-miyazaki
작업 방식 관련
https://www.theguardian.com/film/2005/sep/14/japan.awardsandpriz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