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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아 Feb 28. 2020

두 번째 책을 내다니

<취향집>


어제, 온라인 서점 이곳저곳에 내 두 번째 책이 입고되었다.

검색창에 '취향집'이라고 치면 아직 오프라인에도 깔리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간이 10% 할인된 가격으로 뜬다. 진작에 각 잡고 이 광고글을 썼어야 했는데, 인스타그램이 아닌 이런 플랫폼에 본격 홍보를 하자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영 어색해서 손바닥이 축축하다.

어쨌든 평생 책 한 권 써보는 게 소원이라던 내가 자그마치 두 번째 책을 내게 되었다.


<취향집>은 가치관이 확고하고 매력이 철철 넘쳐서 어떻게든 내 울타리 안에 들여 내 정체성의 일부로 만들고 싶은 브랜드 12곳의 인터뷰를 실은 책이다. 이걸 쓰면서 매트리스와 빈티지 가구를 제외한 모든 브랜드에서 돈을 썼다. 내가 내 덫에 걸린 기분이다. 하지만 이 브랜드들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물건이든 경험이든 소유하지 않고서는 아까워서 배길 수가 없다. 내 책꽂이에, 가방 속에, 옷장과 위장 안에 이 사람들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진다.

사실 취향에 대한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크네 스튜디오의 네이비색 울코트와 앞코가 반짝이는 앵클부츠를 신고 조팝나무 한 단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리며 '취향이 기준이 되는 시대'라고 썼던 기억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나는 꽤 오랫동안 뻔하지 않은, 남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 시간이 지나도 괜찮을 정도의 취향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호기심과 시간과 비용을 썼다. 그 나름의 결과물이 지금 전국 각지의 서점들로 뿌려지는 중이다.




두세  정도의 인터뷰를  하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상 12팀으로 마무리되었고, 지금도 충분히 두둑하고 무겁다. 특히 필름 사진을 많이 실을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거의 모든 펼침에 사진이 들어있다. 지콜론북과 작업한다는   행운이라는 사실은 임신 중기에 계약서를 쓰고 아이가 5개월이 되어서야 작업을 시작할  있었던 상황 안에서도 알고 있었지만 윤문 작업이 시작되면서부터, 그리고 디자인 시안이 나오면서 극대화되었다. 나는 처음부터 하드커버에 욕심을 부렸는데 결국 하드커버는 누락되고 별색을 혜자롭게 바른 표지와 금빛 박을 입힌 겉싸개로 대체되었다. 천만다행이다. 도무지 사진으로는  담아지지가 않는다.  책은 손바닥으로 묵직한 무게와  큼지막한 판형을 느끼고, 필히 자연광이 드는 곳에서 겉싸개를 이리저리 비춰본 후에, 그것을 벗겨내면 나타나는 아주아주 은은한 금빛 펄이 반짝이는 표지를 요리조리 둘러봐야 한다. 그다음에 내용을 들춰보아도 늦지 않다.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준 브랜드들은 다음과 같다. 오르에르/앙봉꼴렉터/원오디너리맨션/웬디앤브레드/오롤리데이/웜그레이테일/티컬렉티브/이라선/이혜미 작가 + 오유글라스워크/어라운드/식스티세컨즈/호호당. 신기한 것은 90% 정도가 여성이고, 이건 분명 내 취향인 듯싶다. 또 신기한 것은 '이응'으로 시작하는 브랜드가 대부분인데 이건 우연인가 아니면 '이응'이 은연중에 안정감을 줘서 많이 선택되는가.


여하튼 그동안 온라인에 인터뷰를 하나도 싣지 못한 주범이 바로 <취향집>이다. 뭘 하든 티 내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인고의 시간이었지만 매우 그럴만한 일이었다. 이만한 성취감을 느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따박따박 찍히는 인세... 아니아니 매일 밤 자기 전 책을 읽은 사람들의 소감을 찾아보는 것과 그 힘으로 다음 일을 도모하는 것. 정말이지 이제야 드디어 시작이라는 느낌이 내 속을 가득 메운다.



<취향집> 온라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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