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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룬아 Mar 28. 2018

토크어바웃 인터뷰


결혼식을 올린 지 5년이 넘었다. 일생 동안 손에 꼽으라면 꼽을 사건에 큰 로망이 없던 커플에게 그 모든 과정은 약간 무덤덤하게 흘렀다. 예식장에서 꽃장식을 세팅해주는 대신 당일에 결혼하는 커플들이 모두 공유하고, 그래서 무료라고 했다. 무료라니, 우리는 좋아했다. 홀 매니저가 부케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내가 아는 꽃이라고는 기껏해야 장미, 카라, 프리지아 정도인데. 그마저도 찾던 컬러의 카라는 시장에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원하는 꽃을 언제나 쓸 수 있는 게 아니구나. 차선책으로 튤립을 선택했고, 아이보릿빛 튤립들이 동그랗게 묶인 부케를 들고 버진로드에 발을 내디뎠다. 

이제 와서 결혼식 사진을 보면 차라리 하얀 튤립이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휴대폰 너머 찬란한 부케와 부토니아의 향연을 구경하며 왜 나는 이런 걸 몰랐을까, 지나가버린 디테일에 조금 아쉬워지기도 한다. '그때는 모를 수밖에 없죠. 이런 꽃 문화가 거의 없었고, 있다고 한들 잘 알려지지도 않았으니까요.'라며 쓸모없는 미련을 조금 덜어주는 둘이었다. 


이승아 (이하 승), 장효희 (이하 효) 



두 분 다 플로리스트로 시작한 건 아녔죠. 어떻게 직업을 바꾸었고, 왜 꽃이었나요? 

승 - 저는 시각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꽃으로 전향했어요. 디자인이라는 분야에 부담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완전한 끝이 없는 일이고,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게 힘들었어요. 제 자신의 욕구도 채우지도 못하면서 가치를 찾는다는 건 점점 어려워졌죠. 회사에서 문화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정신을 환기시키기 위해 꽃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어찌나 재미있던지 매일 수업 듣는 날만 기다렸어요. 꽃은 상대적으로 사이클이 짧고, 제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서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남편은 캘리그래피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저에게 충분히 할 수 있으니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지지해줬어요. 아마 남편이 아니었더라면 용기내기 어려웠을 거예요. 한 가지 신기한 건 디자이너로 일할 때 편집 디자인이 아닌 브랜딩 업무라는 점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지금 토크어바웃을 운영하면서 그 경험을 접목시킬 수 있으니 오히려 거름이 된 셈이에요. 

효 - 전 인테리어 디자이너였어요. 공간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계속 책상 앞에만 앉아있어야 했어요. 그렇게 한 곳에 처박혀있는 성향이 못 되는데. 답답한 마음에 돌파구를 찾다가 만난 게 꽃이었어요. 마냥 예뻐서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접해보니 굉장히 전문적인 분야이고, 그만큼 어렵더라고요. 공간에 꽃을 두는 행위 자체에 관심이 생기고 더 깊게 배워보고 싶어져서 발을 담근 게 여기까지 왔네요. 원래는 제 브랜드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토크어바웃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혼자 시작했는데 둘이 되었네요. 

승 - 같은 곳에서 꽃을 배웠는데 별로 친하진 않았어요. 1년 넘게 오며 가며 마주치는 사이였죠. 그 사이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피폐해졌어요. 저는 관계를 맺으면서 많은 걸 얻는 사람인데 계속 혼자 일하려니 어느 순간부터 공허함이 밀려오더라고요. 좋은 동업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어찌나 빌었는지 몰라요. 

효 - 그러다 어느 날 꽃시장에서 우연히 만났어요. 마침 둘 다 힘든 시기여서 번개가 튀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금은 어떤 친구보다도 잘 맞는 부분들이 있어요. 남편보다 잘 맞는다니까요. 


둘이어서 가능한 게 많아졌죠? 

승 - 너무 많죠. 꽃만 만지는 게 아니라 그걸 아우르는 브랜딩도 필요한데 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고, 작은 브랜드이지만 시스템이 갖춰진 느낌이에요. 효희씨가 온라인과 클래스, 오더들을 담당한다면 저는 웨딩 상담과 디자인 업무를 보고요. 역할을 나누니 효율만 생기는 게 아니라 일과 생활의 분리도 가능해졌어요. 출퇴근 시간이 생기고 체계가 잡혔죠. 그 전에는 눈 뜨고 있는 내내 일 생각뿐이었거든요. 

효 - 집에 가도 자기 전까지 일 생각만 하는 거예요. 불안하니까요. 하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심적으로 많은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직업을 바꾸면서 자신에 대해 새로 깨달은 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효 - 원래 가르치는 행위에 대해 압박을 많이 느껴요. 특히 창업반은 책임이 크죠. 처음에는 부담감만 잔뜩 이었는데, 수강생들이 성장하는 걸 목격하면서 보람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꽃은 발전하는 게 눈에 잘 보이거든요. 클래스를 진행하면서 제가 가르치는 일을 통해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선생님이 되지 않았더라면 평생 몰랐겠죠.  

그리고 또 알게 된 사실은, 꽃은 육체노동이라는 것. 정신적으로는 행복하고 몸은 아파요. 

승 - 작년에 둘 다 많이 아팠어요. 몸을 쉴 새 없이 쓰니까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사업은 하면 할수록 고개가 숙여진다고.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돼요. 직장인일 때는 회사만 나가면 즐겁게 일하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는데, 사업을 하면서 점점 겸손해지고 있어요. 

효 - 둘 다 서비스업에 취약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승 - 사실 일반 고객들의 니즈를 맞추기가 어려워요. 특히 취향 면에서 내려놓기란. 둘 다 디자이너 출신이라 그런지 쉽게 타협이 안 돼요. 저희가 좋아하는 빈티지한 무드의 꽃을 드리면 손님들은 시들었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볼륨이 큰 걸 선호하시는 분들도 많고, 인형이나 돈을 껴서 만들어달라는 요구사항도 있죠. 그런 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안 해도 괜찮은 걸까 고민하게 돼요. 


망원에서 도곡으로 옮기면서 더 느끼실 것 같아요. 지역 특성 차이가 많이 날 텐데 이 곳을 고른 이유가? 

승 - 그 질문을 많이 받아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크죠. 웨딩 작업도 이쪽에서 훨씬 활발하게 일어나고요. 클래스 들으러 지방에서 많이 올라오시는데 강북까지 오는 길이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고충을 해소시켜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공간의 차이도 커요. 망원동 샵은 2층에 있어서 스튜디오 느낌이 강했다면 여기는 1층이라 로드샵 느낌이 강해요. 꽃집들이 보편적으로는 샵으로 시작해서 스튜디오로 확장하는데, 저희가 직접 경험하고 가르쳐주고 싶어서 공간 성격을 바꾸었어요. 덕분에 알려줄 게 정말 많아졌어요. 

효 - 환경을 바꾸면서 많이 내려놓게 되었어요. 다양한 연령대의 불특정 다수를 만나는 경험을 하면서 상황에 따라 절충하는 방법도 배우고 있어요. 수강생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게 된 점은 좋아요. 


창업반 클래스에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오나요? 

효 - 저희 같은 사람들이 많이 오죠. 20대 후반 친구들이 많고, 생활의 돌파구를 찾고 싶어서 많이 와요. 스트레스 풀려고 취미로 듣다가 진지하게 흥미를 느끼고 창업반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단순 창업만이 아닌 브랜딩 클래스를 겸하시는데,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어요. 브랜딩이 안 된 상태에서의 일들은 다소 소모적이라고 해야 하나. 

승 - 창업반 커리큘럼에 브랜딩을 접목시키고 있어요. 저희는 브랜딩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거든요. 첫 수업 때 질문지를 주는데 상상하는 샵의 종류나 이름보다는 원래 했던 일이 뭔지, 잘하거나 못한다고 느끼는 업무는 뭔지, 좋아하는 건 뭔지 등에 대해 물어요. 꽃에도 여러 카테고리가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잘 맞을만한 방향을 제시해주려고 해요. 물론 저희가 불을 붙여줄 수는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이끌어가느냐는 각자의 몫이죠. 


플로리스트는 이미지 때문인지 환상을 품기 쉬워요. 어떤 사람들에게 꽃 창업이 잘 맞을까요? 

효 - 이 일이 우아할 거라는 환상은 버리는 게 좋아요. 업무의 70%는 육체노동이고, 모든 일이 그렇긴 하지만 정말 부지런해야 돼요. 새벽부터 시장에 가서 꽃을 사 오고, 얼마나 물이 잘 오르는지 지켜보고. 그걸 못 견디면 하기 힘든 일이죠. 꽃과 더불어 상품 개발하는 것에도 재미를 느끼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승 - 꽃을 좋아한다면 잘 맞을 텐데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요. 그런데 그 좋아하는 강도가 정말 높아야 해요. 효희씨 말대로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서 사업적으로 좋은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이 너무 좋아서 해야만 한다면 괜찮을 거예요. 사실 클래스 들으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나열해놓은 꽃만 보고도 눈에서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어요. 한 송이라도 부러지면 아까워서 어쩔 줄 몰라하고. 성격이나 표현력과는 상관없이 티가 많이 나죠. 




토크어바웃이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는? 

승 - 처음에 담고 싶었던 의미는 나 자신과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뜻이었어요. 서른 살이 될 때까지도 자신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요. 꽃을 시작하면서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됐죠.  

사실 일반적인 꽃 브랜드의 느낌은 아니라 고민이 많았어요. 아직도 시장에 가면 자꾸 다시 물어보시곤 해요. 연관이 잘 안 되니까. 그래도 전 좋아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일을 하고 싶은데 포괄적으로 풀어내기에 좋은 것 같아요. 진행하고 있는 브랜딩 수업과도 잘 맞물려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고요. 


토크어바웃은 단순히 꽃집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해요. 스스로 뭐라고 설명하고 싶은가요? 

승 - 쉽게 대답하기 어렵네요. 보여주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 굳이 말하자면 하나의 '브랜드'로 보이고 싶어요. 토크어바웃의 슬로건이 'Keep the balance between the ideal and reality'인데, 저희는 현실 가능한 이상을 꿈꾸고 있어요. 그래서 익숙하고 평범한 것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새로운 플로워링을 하거나, 다른 브랜드들과 협업하고 꽃이라는 매체를 그래픽적으로 풀어내고자 해요. 


위기가 있었다면? 

승 - 혼자였던 시간이 너무 힘들었어서, 둘이 되고 나서부터는 딱히 위기라고 느껴보지 못한 것 같아요. 

효 - 재미있다면 재미있는 에피소드인데, 코엑스에서 하는 싱글 페어를 나간 적이 있어요. 이름 그대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페어인 줄 알고 취지가 너무 좋다고 생각했죠. 알고 보니 실버세대를 위한 행사였던 거예요. 투자에 비해 손해가 정말 컸어요. 불타오르는 의지로 몇백 개의 상품을 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나갔는데. 가족들이 와서 도와줄 정도로 열심히 했는데 잘 안 됐죠. 그래도 좋은 경험했다면서 웃어넘겼어요. 

승 - 그때 재고를 1년째 안고 있어요 (웃음). 

효 - 페어 때문에 몇 달치 월급을 못 가져갔죠 (웃음). 


꽃개 프로젝트는 뭔가요? 

승 - 유기견들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로, 반려동물 사진을 찍는 땡큐 스튜디오와 함께 진행했어요. 꽃은 시들어도 아름다운 것처럼 유기견도 좋은 주인을 만나면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화관을 만들어서 강아지와 촬영하고, 수익금의 일부는 기부하는 형식이에요. 지금도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꽃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나서 자체적으로 '테이크 미 홈Take Me Home'이라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어요. 역시 유기견들을 위해 기부하는 일이고요. 단순히 수경식물 세트를 판매하는 일이지만 수경 재배가 가정에서 하기 정말 쉽거든요. 두려움 없이 식물을 키워보셨으면 해요. 


'움직이는 플라워 워크숍'이라는 프로젝트도 있던데요. 

효 - '무빙 플라워'라고도 해요. 작년이 처음이었고, 태국에서 진행했어요. 치앙마이에서 꽃 사진 전시를 하면서 현지 꽃들로 파티 어레인지도 했는데,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방콕의 한 호스텔에서 꽃 클래스도 할 수 있었죠. 

승 - 무빙 플라워의 시작은 다른 문화권에 우리나라의 꽃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꽃을 배우려면 유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꼭 해외에 나가지 않더라도 한국 플로리스트들은 테크닉이 좋고 감각도 뛰어나거든요. 

올해는 가까운 일본을 고려중이에요. 일본 꽃 문화가 워낙 뚜렷하다 보니 어떻게 조율해야 할지 방향성을 고민 중이에요. 어찌 됐든 매년 한 번씩은 꼭 무빙 플라워를 하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꽃을 향유하기 시작했어요.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의 영향이 크지 않나 싶은데. 

승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저희는 인스타그램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쉽게 꽃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된 거죠.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은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미 큰 기업에서 진행하고 있기도 하고, 아직까지는 보편적인 고객층의 취향과 저희가 보내주고 싶어 하는 꽃 사이에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대다수가 원하는 꽃을 골라야 하는 서비스라 조심스러워요. 

효 - 꼭 서브스크립션이 아니어도 간극은 항상 있어요. 싼 걸 많이 주는 게 좋을지 아니면 좋은 걸 적게 주는 게 좋을지, 그런 고민들 사이에서 줄다리기 중이에요. 하지만 억지로 흐름을 따르기 위해 저희의 취향을 버리고 싶진 않아요. 


여전히 현실과 이상의 갭이 크죠? 

승 - 아무리 꽃 소비가 늘었다고 해도 시즌이 아니고서는 구매가 확연히 떨어지는데, 그걸 이끌어내는 게 가장 어려워요.  

효 - 우리나라의 꽃 구매력이 일본의 1/9 밖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직은 문화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죠. 아무 이유 없이 자신에게 꽃 선물을 하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그런 고객들을 만나면 정말 신이 나요. 좋은 꽃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지죠. 


시장 자체는 얼마나 많이 달라졌나요? 

효 - 꽃 소비가 늘어나서 항상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남자 플로리스트들이 엄청 많아졌어요. 꽃시장에 가면 잘생긴 남성분들 많아요 (웃음). 남자분들이 꽃을 하면 잘해요. 힘도 세고, 감각도 남다르고요. 

사람뿐 아니라 꽃 종류도 많아졌어요. 원래 우리나라는 꽃보다 소재가 풍부한 게 특징이었는데 3-4년 만에 수입되는 꽃이 다양해지기도 했고 자체적으로 개량도 많이 하는 추세예요. 이제 우리나라에서 유칼립투스도 난다고 하니까요. 확실히 수요가 생기니 꽃 생산 자체도 좋아졌어요. 

한 가지 신나는 소식은, 시장에 출입카드가 생기고 도소매의 구분이 생길 거라고 해요. 유럽 같은 경우에는 사업자가 있어야 시장 출입과 구매가 가능해요. 그래야 소비자들이 합당한 가격으로 꽃을 구매하고 상인들이 보호되거든요. 사업의 질서가 유지되는 거예요. 반면 우리나라는 너무 오픈되어 있어요. 일반 소비자들이 직접 꽃을 접하고 살 수 있는 것 자체는 좋지만, 문제점은 꽃을 단가로만 판단하게 된다는 거예요. 커피값이 원두의 단가만으로 계산될 수 없는 것처럼 꽃 또한 그 안에 담긴 기술과 디자인, 스토리를 단순히 단가로 따지는 건 문제가 있어요. 

 

토크어바웃의 꿈은? 

승 - 이제 조금씩 안정권에 들어서는 단계인 거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은 너무 많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면서도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들을 우선적으로 찾으려고 해요. 초기에 너무 하고 싶은 것만 했더니 고생이 많았죠. 

효 - 이런 샵을 여러 군데 내고 싶기도 하고, 클래스만 하는 공간을 열고 싶기도 하고, 저희의 꽃으로 특별한 웨딩촬영을 하는 스튜디오도 오픈하고 싶어요. 


요즘 어떤 꽃이 가장 예뻐요? 

효 - 헬레보루스. 



투명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식물들이 여럿 진열되어있었다. 식물을 기르는 데에는 재주가 없었지만 수경재배는 정말, 정말 쉽다는 말을 한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양파 같은 밑동 위에 핀 화려한 히아신스에 잠시 마음을 빼앗겼지만 그 화려함과 연약함을 지켜줄 자신이 없었다. 대신 얇고 단단해 보이는 테이블 야자 몇 줄기를 담아왔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에 내려놓았다. 덕분에 집 안에 갑자기 생기가 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간간히 보살펴주어야 하는 뭔가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짧은 낮잠을 자는 동안 야자 줄기가 하나 둘 뽑혀나갔다. 깨어 보니 다행히도 꿈이었다. 그다지 요구하는 것도 없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이 식물 몇 가닥이 나에게 책임감을 지우고 있었다. 

하루는 가만히 화병 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뿌리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한 뿌연 막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없었는데. 함께 받아온 Take Me Home 엽서에 적힌 주의사항을 읽어보니 이끼가 낄 수 있으므로 직사광선은 피하라고 적혀 있었다. 햇빛을 듬뿍 받으면 마냥 좋은 줄로만 알았다. 흐르는 물에 뿌리를 씻고 신선한 물로 갈아 거실 안 쪽의 식탁 위로 자리를 옮겨주었다. 작은 관심이지만 생명을 유지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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