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파이브콤마
드디어 첫 인터뷰를 했다. 드디어!!!
파이브콤마는 몇 년 전부터 쫓아다니던 브랜드인데, 그러니까 작가님은 제대로 만나본 적 없으면서(스치듯 인사는 몇 번 함) 계속 전시 같은 것을 보러 다니고 인스타에 인증샷을 올리고 그랬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나름의 영업방식이기도 한데, 정말 좋으니까 하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주말 중 하루를 짬 내어서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따뜻한 패브릭 전시를 보러 가는, 뭐 그런 자연스럽고 즐거운 것. (이마저도 코로나 때문에 잘할 수 없어서 매우 슬프다)
나름의 정성이 통했는지, 인터뷰를 전혀 하지 않는데도 나의 요청이라 고민 끝에 승낙하셨다고 한다 (어흑흑흑). 그러니까 나에게 인터뷰란 덕질과도 같다. 좋아하는 것들을 쫓아다니고, 결국 만나고.
인터뷰를 하기로 한 날은 장마가 최고조로 치닿던 날들 중 하나였다. 나는 영상 촬영용 카메라와 스틸컷 촬영용 카메라, 긴 우산과 긴 겉옷을 바리바리 챙겨 들고 나섰다. 한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13분 동안 오르막을 걷는 동안 겉옷을 벗어 들었다. 등과 겨드랑이에서 땀이 주룩주룩, 어깨는 천근만근. 일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끝난 거 같은 느낌 다들 아시죠? 다행히 작가님을 만나 맛있는 중식당에서 기와 위를 충전하고, 산미 충만한 아이스 라테를 들고 작업실로 향했다.
이런 워밍업 없이도 이번 인터뷰는 매우 힘든 일이었다. 녹취와 사진, 글로 만들어내는 것이야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영상으로 찍는 것은 처음이었다. 눈치 없는 빗줄기는 자꾸 오디오에 숟가락을 얹고, 나는 카메라가 잘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동시에 질문지를 샅샅이-하지만 자연스럽게-훑고, 작가님의 이야기와 반응에 집중하며 너무 힘드시지 않도록,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신경 쓰고, 뭔가 빠진 건 없는지, 새로운 건 없는지, 몸 안의 모든 세포를 일으켜 세웠다. 따져보면 기존의 진행방식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인터뷰하는 순간은 언제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요리하는 기분이다. 단지 매체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이렇게나 거대했다. 예전보다 말을 더 또랑또랑 해야 하고, 시선처리와 표정, 몸의 자세를 유지하고, 시청에 큰 힘이 되는 웃음 포인트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나는 또다시 맨 땅에 헤딩하고 있는, 기획영업연출제작진행편집홍보를 모두 맡아버린 초보 유튜버에 불과한 걸.
물론 작가님과의 만남과 대화는 매우 즐거웠고 여느 인터뷰처럼 에너지를 쏟아부은 만큼 도로 받아왔다. "우리 친하게 지내요"라고 육성으로 한 작가님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아주아주 오랫동안 이런 문장을 실제로 들어본 적이 없다. 초보 유튜버의 인터뷰에 함께 몸을 던지기로 해주신 그 용기가 하루에도 몇 번씩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번 영상을 만들 수 있던 것에는 아마 이런 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막 따는 동안에도 몇 번 울 뻔했거든. 어디 자막 요정 있으면 한 마리 잡아오고 싶은데요?
언제나 부족하지만, 업무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 문제는 기분이었다. 촬영을 마치고 온 날, 그다음 날까지도 우울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더 철저하게 준비할 걸. 전날 밤에 조금만 더 일찍 잘걸. 평소에 운동을 안 해서 그래. 관리가 꽝이야.
그런데 본격적으로 편집을 하다 보니 이거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거다. 나는 그동안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해왔고(올챙이 적 시절 다 까먹음), 멋진 인터뷰어는 쌔고 쌨는데 나는 그중 하나가 아니고. 그래서 그냥 너무 당연하고 부족한 나의 일이라고 생각해왔다. 더콤마에이의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 나를 믿고 함께 <취향집>을 만들어주신 분들께는 정말 미안한 감정이지만, 나는 언제나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것이 한참 더 남았다고 생각하는 인간이라. 그런데 유튜브 인터뷰 말이지, 이거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 게다가 기획영업연출제작진행편집홍보!
(카메라 사준 스파르타 남편은 하루에 하나씩 올려야 한다고 헛소리하고) 버거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우울감이 쓸고 지나간 자리에 들어온 생각은, '내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구나'였다. 그러니까 일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날에는 내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일이 어려워서라는, 이 어려운 일을 내가 해내고 있다는 작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업다운 장인의 정신건강에는 약효가 괜찮은 것 같으니 좀 더 습관화해봐야겠다.
업과 다운으로 한 땀 한 땀 빚은 인터뷰 영상, 튀김 소리가 좀 들어있으니 맥주 한 캔 준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