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린지움] 인터뷰
[Eryngium / 에린지움]
꽃말 : 비밀스러운 애정
_ 바나나 케익?
_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케익이거든. 내일이 생일이라. 베란다에 숨겨놓을 거야. 생일이 겨울인 건 이게 참 좋아. 냉장고에 숨겨놓으면 금방 들킨단 말이야.
_ 선물은?
_ 선물? 이게 선물인데.
_ 그걸로 괜찮겠어?
_ 이거면 충분해. 바나나 케익이라면 환장하거든. 괜찮은 외식을 하고 집에 와서 차가운 케익에 초를 붙이고 짜잔, 와인 한 잔 곁들여서 둘이 같이 먹으면, 더 바랄 게 없어. 나도 물론 예전에는 이런저런 선물을 많이 해줬었지. 옷, 지갑, 아이팟 같은 거. 편지도 왕창 써주곤 했는데, 지켜본 결과 제일 좋아하는 건 이런 거더라고.
_ 그건 또 뭐야?
_ 아, 치즈랑 토마토. 퇴근하고 집에 오면 항상 간식을 찾는데, 그 와중에 건강은 엄청나게 신경 쓴다니까. 그래서 이런 식품은 항상 떨어지지 않게 사두려고 해. 어쩌다 맥주 한 병씩 사두면 환호성을 지르지.
_ 내조의 여왕 같아.
_ 내조라니, 전혀. 살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아침밥을 차려주는 아내도 아니야. 다만 뭔가 필요로 할 때 쓸 수 있게 유지를 하는 것뿐이지.
_ 그런 게 뭐가 있는데?
_ 예를 들면, 피곤한 날에는 얼음팩으로 마사지를 하는데, 막상 찾는 데 없으면 실망하거든. 그래서 항상 팩을 얼려두곤 해. 로션이나 썬블록 같은 화장품이 떨어지기 전에 채워놓기도 하고. 그것도 남편이 선호하는 타입이 뭔지 알아야 살 수 있어. 아, 더 중요한 건, 붕어빵 한 봉지를 사 오면 꼭 두 개 정도는 남겨놔야 하는 거야. 식탁 위에 놓인 식은 붕어빵, 그런 게 또 작은 행복이거든.
생각해보니 정말 사소한 것도 많네. 자기 전에 베개 방향을 맞춰놓기도 하고, 집에 도착하는 시간에 딱 맞춰서 요리를 한다든지 하는 것들. 그러고 보니 나도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들이 있는 것 같아.
_ 굉장히 세심한 것 같아.
_ 그런 편이지. 일부러 그러려고 하는 건 아닌데, 원래 성격이 그렇다 보니 작은 것에도 신경 쓰게 되네.
_ 그러면 상대에게도 그만큼 바라게 되지 않나?
_ 연애 초반에는 그랬어. 사소한 것에도 잘 서운해하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그때의 나는 어긋난 애정을 품고 있었던 거야. 내가 줬던 사랑도 생각해보면 받고 싶어서 해주는 게 많았던 거지. 정말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주는 게, 혹은 싫어하는 걸 참는 게 사랑인데, ‘난 이런 걸 좋아하니까 똑같이 해주면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이 참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
_ 그걸 어떻게 깨달았을까?
_ 오랫동안 봐와서 가능했겠지. 정말 행복할 때랑 행복해 보여야 할 때의 표정은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표정들을 봤을 때 내가 돌려받게 되는 행복감에도 차이가 있어.
_ 지금의 작고 많은 애정을 그는 알아?
_ 음, 조목조목 아는 것 같진 않아. 치즈와 토마토, 로션과 얼음팩 같은 게 항상 제자리에 있으니까,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냉장고 안의 치즈를 보고 ‘먹어야지.’ 이상의 생각을 할 것 같진 않거든.
_ 그럼 조금 서운하지 않아? 나름 노력하는데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
_ 이젠 남편이 알아주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서. 그냥 집에 오면 편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아마 그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날 위해 사소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을 거야.
마음이라는 건 달리 드러나는 게 아니라 냉장고 안의 토마토, 식탁 위에 먹다 남은 붕어빵으로 표현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조금은 냉정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주는 사람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받는 사람의 마음에 모든 게 걸려있었다. 어쨌거나 그가 좋아해야 사랑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세상의 많은 애정은 알아채 지지 못한 채 누군가의 비밀로만 남겨지기도 한다.
어쩌면 사랑은 주는지도 받는지도 모른 채 오갈 때가 가장 순수한지도 모르겠다.
엉겅퀴와도 비슷한 에린지움은 보통 꽃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말려도 색깔이 변하지 않아 드라이플라워도 애용됩니다. 종에 따라서는 허브 요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Flower arrangement – 오션송
Text & image – 더콤마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