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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Apr 24. 2022

남다른 사람들을 위한, 남다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모두를 위한 인생 강의 #우리는각자의별에서빛난다 를 읽고

-남다른 사람들을 위한, 혹은 남다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인생의 전환점-



감사하게도 서평단에 선정되어서 책을 읽게 되었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명언 파티 때문에 책을 세 번쯤 읽었다. 이 책은 단언컨대, 내게는 전환점이 될 책이다.



처음에는 제목이 너무나도 직업병처럼 끌렸고, 마침 쭈글쭈글해진 나에게 이 책이 필요할 것 같았다. 어쩌면 머지않아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나에게 이 책이 영감을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에 책을 신청했다.

솔직히 젊은 시절의 윤선도가 아니라, 천세를 누린 윤선도가 은퇴 후에 보길도에서 자기 집 마당에서 배 타면서 쓴 어부 사시사 같은 편-안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성공한 사람의 글은 양날의 검 같은 것이다. 성공한 비결을 써놨을 수도 있지만, 자신이 만났던 성공과 요행들까지도 어떻게든 끌어다 놓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혀!! 그런 책이 아니다. 어딘가 독특한 것, 살아있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것, 엉뚱한 구석이 매력인 것, 남들이 대체 이거 내가 왜 하고 있는지 의아해하는 것들을 자꾸 하는 것, 새롭고 즐거운 것에 끌리는 것, 질문을 사랑하는 것, 계획대로 사는 것보다 흥미로운 것을 따라가는 것, 독특한 수업과 계획을 잘 세우는 것, 일단 시작하게 하는 것, 눈에 보이게끔 뭔가를 시각화하게 하는 것... 총장님 왜 저이신 거죠...? 사실 나는 이런 내가 좀 이래서 안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소소하고 그릇이 작은 일조차도 잘 안 되는 내가 모자란 것 같았고 이게 다 내 부족함 탓인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건 내 잘못이라기보다 나를 담을 그릇이 작은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설렜다. 총장님이 계시는 환경과 내가 있는 환경은 비슷한 듯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만큼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곳이었다면 나도 총장님처럼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단순한 훈계의 나열이 전혀 아니다. '미존'수업을 진행하셨던 분답게, '미존'의 상태인 우리가 자꾸만 질문할 수 있게 하는 정말 수업 같은 내용의 글을 담은 책이었다. 정말로 상세하게, 티비를 거꾸로 보면서 조직도를 거꾸로 놓고, 스스로가 모닥불이 되어서 조직도를 떠받치고 덥히는 일을 한다고 여기는 사람의 생각에서 무릎을 치고 자꾸만 메모하게 되는 그런 수업이다. 아 수업을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특히 미존 수업 너무 해보고 싶다. 그런데 한 치 앞을 두고 아등바등하는 고등학생들이랑 그게 될까도 싶다. 가장 필요한 건 그 고등학생들인데.


특히 시작과 시각화에 대한 생각은 내 생각에 대한 확신을 다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만 한 것들이 눈으로 보이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나도 수업에서 '시각화'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곤 한다.  생각을 꺼내서 눈에 보이게, 자꾸만 눈에 보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시작의기술 같은 책에서도 주장하는 것, 생각을 생각으로 아무도 모르게 사장시켜버리는 아까운 일을 막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서 요즘 나는 기록과 시각화를 열심히 하면서 제자들에게도 권장하고 있었는데 그게 맞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좀 다른 얘기지만 이 책은 디자인 시각화면에서도 꽤 잘 빠진 책이다. 이야기를 장황하게 쓰지 않고 중간 제목으로 잘 끊어두어서 짬나는 대로 읽기 좋은 구성이며, 편집이 굉장히 깔끔하다. 중간중간 그림과 함께 정리된 멘트들이 감성적이고 따스하고 인상적으로 남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40대에도 새로운 도전을 해서 자신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하신 것에 대해서 나는 머리가 띵해지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런 분도 40대에 늦었다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시는데 내가 뭐라고 지금 늦었다 늦었다 거리면서 제자들에게 내가 10살만 어렸어도...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단 말인가. 지금부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뭔지를 좀 더 찾아보고, '질문을 사랑하는 제자', '살아있는 것들이 살아 숨 쉬는 학교'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과학자가, 심지어 응용 과학자가 말하는 이야기가 결국 결론이 인문학과 삶으로 닿는 이야기들은 그것이 닿아오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는다.  이 책은 처음에 읽으면서 몇 구절을 제자들에게 추천해주었는데, 너무 좋은 말이 많아서 그냥 날 잡고 함께 읽는 모임을 만들어볼까 싶은 책이다. 이 책은 조금이라도 빨리 읽어야 한다. 그러나 삶의 굴곡을 만나본 사람들이라면 더욱, 뜨겁고 뼈아프게 와닿을 것이다. 동시에 당신이 몇 살이든지, 달릴 힘을 줄 것이다. 그래서 모두에게 자신 있게, 이 독특한 스승님의 강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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