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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드라운 고슴도치 Aug 31. 2022

정말로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이윤지 아나운서의 <메타인지 대화법>을 읽고


오늘도 머리가 통통 깨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말이라면 10년 넘게 말로 벌어먹고 살고 있고, 말하고 듣는 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그걸로 시험도 보고 공부도 하면서 이걸 몰랐다니. 아니 알았다. 공부할 때는 알았다. 그런데 정작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걸 일깨워준 책이다.



첫 챕터부터 머리를 쿵하고 울렸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말을 잘해?라는 말을 늘 듣고 살았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내가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고 쭉 자라 말로 벌어먹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을 잘하는 것이 언변이 수려한 것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아주 당연하고 기본적인 진리를 나는 잊고 있었다. 목적을 가진 말하기가 왠지 쑥스럽다고 생각했던 나는, '나는 그간 나뿐인 말하기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나의 미숙했던 의사소통과, 그간 스쳐간 빌런들을 생각해보았다. 내가 그렇게 어렵게 말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그들. 그런데 그들에게 나는 '나뿐만인, 나만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지는 않았나.'하고 반성하게 된 것이다.  목적보다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했던 것은 '내 생각'이었다. 말하기는 목적이 있는 행위인데, 목적보다 마음이 먼저 가 닿기를 바라는 건 일면 운빨 걸린 판타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반성 했다.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말하기에는 목적과 의도가 존재하고 청자 분석을 분명히 하고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배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부차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맥락보다는 '나'에 치중한 말하기를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다. 여태 아주 잘못된 말하기를 하고 살고 있었구나. 근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싶을 텐데 이 책은 아주 친절하게 그 '어떻게'를 단계별로, 반복적으로, 그러나 지루할 틈이 없이 알차게 알려준다.  


일단 책이 참 쉽다. 그래서 첫 장부터 이미 저자님은 나의 말하기를 반성하게 하는 목적을 달성하고 계신다. 더불어서 말하기는 목적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고, 특히나 일할 때 지적을 받는 일이라든지 지적을 해야 하는 일은 그 사람을 지적하는 일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랜선 사수님 같다.


'메타인지'란 국어 교육론에서는 상위인지라고도 부르는, 나의 말하기를 아는 것이다. 그런데 말하기는 상호작용이므로, 나뿐 아니라 청자와 상황까지도 함께 있는 것이므로 결국 말하는 상황과  청자에 대해서 분석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저자님은 '감독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기'등의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 또 쉬운 예시들을 통해서 그래서 메타인지가 뭔데? 그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하는 의문도 시원하게 해소해주신다.


어쩌면 말할 때 내 생각만 하지 마라, 남 생각도 해라, 상황도 고려해라, 목적이 중요하다, 연습 많이 해라, 제삼자의 입장에서 말하기를 바라보아라 같은 말들이 뻔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 일들은 그 뻔한 것을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뻔한 거 같아서 누구한테 물어볼 수도 없으며, 물어본다 하더라도 뻔한 것 같아서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쉽지 않은 게 아니던가.


그래서 나는 당신의 친절한 말하기 선생님으로 이 책을 정말 강력히! 추천한다 :) 최근에 강연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이 책을 먼저 읽고 갔더라면 강연에서 어떻게든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욱여넣어서 전달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좀 더 프로페셔널한 강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좀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내실 있는 말하기를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은 하루라도 일찍 읽는 게 이득이다. 한 챕터 한 챕터 끄덕이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자연스럽게 자신의 말하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성장하는 자신의 말하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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