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서 묘하게 계속 마음이 부산하다. 사실은 공부를 안 해서 그렇다. 애들한테 맨날 시험 직전에 심란한 사람은 공부를 덜 한 사람이라고, 100점 받고 싶으면 150점만큼 공부하라고 하는데 항상 애들한테 하는 잔소리는 뭐다? 나한테 하는 소리다. 요즘 느끼는 건데 사용하는 언어와 그에 엮인 사고 방식은 본체를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에 보통의 잔소리나 띠꺼움 및 고까움은 자기소개 혹은 자기를 거울삼은 이야기일 때가 많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까 갑자기 생각나는 게 있어서 부정하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 물론 세상은 넓고 요지경이기 때문에 상상도 못 한 정체들이 등장할 때는 예외로 한다. 상기 언급한 잔소리는 평소에 달고 사는 말에 한정한다. 내가 이거 무서워서 법조계는 발 들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었다. 요지경 세상...
암튼 나는 근 10년간 겨울이 짱싫었는데, 스타벅스 크리스마스 캐럴이 시작되면 시즌의 시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내가 타고나기를 커다란 숲으로 타고나서 겨울이 늘 시련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불 구해요. 불. 올해라고 뭐 다를 건 없지만 슬금슬금 다른 가능성도 타진해보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는데 그런 줄 알았더니만 개뿔 이번 주의 부산함은 어쩔 수가 없다. 이 나이에도 시험을 봐야 하는 처지가 부산스럽고, 매일 한 장씩 공부하지 못한 과거의 본인이 쌓여서 현재의 본인의 부산함을 만들어낸 것을 알고 있어 부유하는 부레옥잠 같은 마음을 붙잡고 출근하면서 잠재의식에 새겨지길 바라면서 한쪽 귀에 녹음파일을 들으면서 마음을 다독이며 포켓 캠프를 딱 켰는데 오랜만에 동물의 숲 인테리어 스테이지를 6개 중에 3개나 맞추고 불합격을 띄우고 만 것이다? 아 오늘 조심해야 하는 날인가..? 따위의 허황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와중에 그대로 한 정거장을 지나쳐버린 파워 p 프로 길치.... 평소 창의적 생각을 즐기는 N이지만 그렇지 못한 공간지각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는 그래도 한 정거장이라 다행이라며 초조하게 네이버 지도님의 안내에 따라 새로운 루트의 마을버스를 타러 가지만, 마을버스 오는 시간 + 타고 가는 시간 + 내려서 걷는 시간을 생각하니 아득해서 다가오는 택시를 냅다 잡아서 일단 탔다. 어차피 기본요금 거리니까.
근데 좀 유감인 것은 버스는 마을버스라 돌아가는 것이었고, 택시로 가려면 반대편으로 탔어야 했다고 택시기사 아저씨가 한 마디만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웬 앵그리 버드의 택시를 타버리는 바람에 택시기사 아저씨가 그 짧은 5분여 동안 계속 화를 내면서 여기서 택시를 타면 어떡하냐 반대서 탔어야지 돌아가지 않냐부터 시작해서 학교 언덕은 좀 걸어 올라가라면서 화를 내시는데 그때 느꼈다. 아, 화도 힘이 있어야 낼 수 있구나. 택시 기사 아저씨 부럽다. 조금 더 힘이 있었을 때는 아니 아저씨, 제가 길을 알면 택시를 타나요? 아니 제가 그래도 택시비를 냈는데 언덕 좀 올라가 주세요. 같은 소리를 했을지도 모르는데 아 예~ 그렇죠~ 같은 소리로 말 같지도 않다는 듯이 말을 건성으로 패스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더불어 어쩌면 예전에는 택시기사 아저씨의 저런 모습과 소통하고 타협하려는 마음을 가졌었다면, 요즘은 그냥 상대가 뭐라든 어쩌라고 아하하 하는 빙그레 썅년이 결국에는 살기 좋은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별 것을 다 대꾸하다 보면 늘 화가 나있어야 하니까, 화를 내는 데도 힘이 드니까. 암튼 30초에 한 마디씩 화를 내고 아마도 내가 젊은 여자기 때문에 더 마음 놓고 화를 내셨을 아저씨는 오늘 3800원 거리를 4700원 받고 (딱히 돌아와서라기보다는 내가 차를 거꾸로 탄 탓이려니 싶긴 하다. 모로 왔든 돌아왔든 그러니까 나는 정당한 택시비를 지불하였다.) 오셨으면서 분노 게이지를 올리며 화풀이를 시원하게 하셨으니까 이기신 것이고, 나는 내가 기본요금에 과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정당한 요금을 지불했기 때문에 아저씨가 뭐라고 하든지 응 알겠고 나는 언덕 올라갈 거야~하고 언덕을 올라와서 10분이나 일찍 도착했으니까 나도 이긴 것이다. 야호. 진 사람이 없네.
이렇게 평화롭게 모두 이긴 아침에 자리에 도착하니까 쇼콜라티에 박스를 만난 나의 기분을 서술하시오. [10점]
단 것은 사랑이고 평화이다. 그러니까 오늘 일진은 점점 좋아질 것이다. 게임을 시작하지. 넌 너의 쇼콜라티움을 너무 소중히 여겼어. 그래서 다 먹어버렸지롱. 게임 끝.
그나저나 쇼콜라티움 존맛탱구리.
아 암튼, 앵그리버드 택시 기사 아저씨 오늘 저에게 화는 내셨지만 나는 화 안 낼 사람을 찾은 게 아니라 나를 제시간에 데려다 줄 사람을 찾았기 때문에, 결국에는 화내면서도 언덕을 올라와주셨기 때문에 암튼 평화롭게 도착했고 본인의 분노 게이지는 올라가셨겠지만 부디 화풀이는 되셨길 바라며.... 땡큐?
심란하고 입 터진 김에.
요즘 들어 자기 세계 일진짱들을 꽤 많이 본다. 나이를 먹어서도 그 버릇은 못 버리는 거 같은데, 나도 내 세계 일진짱이니까 뭐 그래 다 그러고 사는 거지 싶기는 한데, 광야를 걸어가는 자기 세계의 일진짱이라면 모름지기 인의예지신을 아는 배운 일진일 수는 없는 것인가 하는 고런 생각. 자기 세계 짱인 거 그래 좋고, 자기 세계가 확고한 거도 너무 좋기는 한데 그 자기 세계가 남의 세계를 파괴하는 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일진짱이 아니라 약간 변태나 무슨무슨 패스에 가깝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고.... 왜 저래... 싶지만 그 사람도 나름 나한테 왜 저래... 싶겠지? 부디 같은 세계에서는 마주치지 않는 사람들이기를. 암 온 더 넥스트 레벨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