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을 다쳤다.
"넌 왜 손에 이렇게 흉터가 많아?"
누군가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그러고보니 정말로 자잘한 흉터가 많았다. 내 손에는 유독 별 거 아닌 상처도 흉터로 남은 것이 많았다. 그리 험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흉이 진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본디 살성이 여린데 덤벙대기도 해서 손이나 다리에 상처가 잘 났다. 손은 잘 트거나 까지기도 한다. 다치고서는 그 상처에 흉 안 지도록 내내 신경을 썼어야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거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흉이 질 수밖에 없을 만큼 깊은 상처였거나.이 모든 조건이 맞물려 만들어낸 작은 흉들. 이제는 누가 묻거나 혹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발견하지 않으면 존재를 잊게 되고, 존재를 자각해도 아프지는 않은 그 흉.
이번 겨울에는 오른쪽 엄지가 말썽이다. 엄지손톱 안쪽 날 옆은 자꾸만 트다못해 부었고, 바깥쪽 날은 기억이 나지 않는 어떤 일로 벌어져서 아물어가는 중이다. 게다가 엄지 손가락과 손바닥이 이어지는 곳은 어이없게도 영양제 뚜껑을 따다가 세로로 찢어졌었다. 안쪽 날은 계속 터지고 아물기를 반복하고 있고, 바깥 날은 희한하게 벌어진 채로 굳어 아물어갔고, 손 안쪽도 자꾸만 물이 닿으니 아물질 못하고 터졌다. 셋 다 밴드 바르기도 애매한 곳이라 마데카솔을 바르고 어정쩡하게 귀여운 오리밴드를 붙여주었다. 그러니 그냥 두었던 때보다는 더 잘 아물어갔다. 바깥 날에 벌어진 채로 서로 멀어져가며 굳어가는 살은 마음 먹고 굳은 부분을 잘라내고 연고를 발랐다. 붙으라고. 그러고서 며칠 뒤에 보니, 벌어진 살들이 실금을 남기고 붙어가고 있었다. 역시 관심이 필요했구나.
그러고서 또 며칠 뒤에 보니, 아직은 누르면 싸락싸락 아프지만, 이거 이래서 낫기는 할까 싶게 벌어져있던 상처들이 아물고 있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아물면 좋으련만 이번에도 실금이 남을 것 같다. 손바닥 살결 금 속에서도 선명하게, 다쳤던 자리가 보인다.
생각해보면 사람의 관계도, 또 사랑도 그렇지 않을까. 아무 것도 스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다치지 않겠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무언가 스치면 살성에 따라 찢어지거나 피가 나기도 하고, 무엇이 스쳤는지, 스친 사람의 살성이 어떤지에 따라 더 다치고 덜 다치기도 하고. 조심해야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애초에 조심했겠지만, 조심해야할 것을 조심하지 않았거나 혹은 조심하지 않아도 될 거라 생각하거나, 조심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어이없게도 긁고 지나갔거나. 애초에 살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는 낼 수 없는 상처를 내는 것은 살을 스쳐가는 것이다. 같은 것이 스쳐도 누구는 다치고 누구는 안 다칠 수도, 더 다치고 덜 다칠 수도 있다. 그리고 얼마나 어떻게 그 상처를 돌보느냐에 따라, 혹은 그 상처가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서 흉이 남기도 남지 않기도 할 것이다. 모두 같을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 필히 아물 것이므로 시간을 견디라고 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당장 아픈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것이고, 그것이 아물고 나서 눌러도 아프지 않은 흉이 될 때야 시간이 지난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당연한 순리라도 그때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도, 그때는 기다리라는 말보다 연고 하나, 밴드 하나가 더 큰 힘이 되는 것도.
그리고 자꾸 손을 다친다고, 손을 다쳐서 아팠다고 다시는 손을 쓰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을 것도, 그 손을 다칠까봐 지레 몸사리고 도망치지도 않을 것도, 또 그 손을 쓰다 다치게 될 것도 나는 안다. 또 손을 다치고 아플 것이라도 또 다시 손을 내밀 것이고, 흉 많은 손을 잡는 손을 더 따뜻하게 꼭 잡을 것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