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가치

4일 차 헬스 꿈나무의 마음

by 보드라운 고슴도치

난생처음 PT를 시작했다.

평생을 살면서 몸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PT샘의 진단 결과 헬스 처음 하는 사람치고 너무 잘 따라오고, 특히 정신력이 도른 사람이라는 평가에 댄싱 고래가 되어서 매일 개인 운동도 하고 있다. 일요일에 헬스장이 정기휴무라 오늘은 쉬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그간 누적된 근육통이 몰려오는 것을 보니 열심히 하긴 한 거 같다. 쉬는 동안 근육이 자란다고 그러셨으니까 이 통증은 근육이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라는 뜻..!


사실 운동을 안 좋아해서 필라테스 조금 해봤지 헬스는 해본 적이 없었다. 걷기 뛰기도 오래 못했었다. 그렇게 몸 쓰는 것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왜 갑자기 몸 쓰는 거에 집중하게 됐을까 문득 생각해 봤다.


아마도 생각을 조금 줄일 수 있고, 즉각적인 반응과 변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추상적이고 광활한 목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다가오는 나의 한계를 느끼고 그 한계를 한 걸음 더 내디뎌 극복하는 작은 움직임을 통해 그날의 성취감을 받아갈 수 있다는 것과, 내 노력을 눈으로, 몸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이지 않을까 하고. 마음이 그리는 추상적인 목표는 손에 잡히지 않아 노력만으로 이루기 어렵기도 하지만, 어찌 됐든 오늘의 운동목표에는 도달할 수 있고, 그것보다 5분, 10분 더 뛸 수 있으니까.


마음은 가끔 영혼처럼 경계 없이 넘나들어서 가지 않아도 될 곳, 가지 말아야 할 곳을 자꾸만 힐끔거린다.

그렇게 너덜너덜해져서 이내 불안해진 마음을 가둘 수 있는 것은 몸의 경계가 아닐까. 그저 가두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경계를 넓혀가면서 결국은 닿을 수 있는 튼튼한 구역을 설정하는 것.


닿지 못해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담아줄 몸의 그릇을 키워가기로 했다. 제법 거창하지만, 건강한 몸에 건강한 영혼이 깃든다는 말을 몸소 이해하게 되었다는 뜻이다. 언제나 일희일비하지만, 최근에는 더욱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이 많았다. 어떤 일은 전심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방향이 맞지 않기도, 운이 돕지 않기도 했다. 자꾸 눕고 싶었다. 눈을 감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흘러가기를 바랐으나 그럴수록 생각이 더 많아지고 불안해지기만 했다. 그래서 더욱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선택이었다. 털어지고, 단단해지고, 얕아지고, 잔잔해졌다.


사실 학생들이 어쩔 수 없는 일에 직면하고 어찌할 바를 모를 때, "뭐 어떡해, 이겨내야지. 미래지향적인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많이 말해줬었는데, 사실 잘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대신해준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는 아물고, 시간은 지나고, 우리는 성장하며 살아가니까. 근데 나한테는 그 말을 해줄 사람이 없어서 운동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 아물 줄은 알아도 당장은 너무 아프고 상심스러우니까. 그렇게 전심을 다했으나 좌절했던 마음이, 전심을 다하는 대로 오롯하게 나에게 이루어지는 것을 겪으며 치유되기 시작했다. 괜찮지 않은 마음이 널부러져있는 동안에 몸이 대신 움직여서 온몸으로 눈앞의 목표들을 뛰어넘기 시작하면서. 아무리 마음을 다쳐도 직면하는 미련함을 버릴 수 없는 사람에게 최적화된 치유법이었다. 또 직면할 용기와 솔직해질 용기를 얻게 되기도 하고.


깊고 넓게 퍼져갈 수 있지만, 실체 없이 불안한 마음을 버티게 하고 단단히 붙잡아 뛸 수 있게.

몸이 든든한 구심점이 되어서 마음이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돌아올 곳이 있기에 편히 유영할 수 있게.

흩어지고 부서진 마음이 방향을 잃었을 때 오롯하게 응시할 수 있는 내면의 자리를 만들 수 있게.


열심히 해야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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