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의 발견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세상에서 또 하나 배우고 말았네.

by 보드라운 고슴도치

얕은 밤에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간다.

사실은 가능성이라는 게 있을 리도 없고 자신도 없기 때문에 이제 왜 궁금한지조차 모르겠는 속마음 타로를 배경음악 삼아 들으며 창밖을 본다. 내용은 아련하게 들리지만 왠지 마음이 놓인다. 이것도 관성인가 보다. 제너럴 타로 같은 건 왜 보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이번 참에 이해하게 됐다. 스스로에게 묻다 묻다 지쳐 더 이상은 물을 기력도 없을 때, 하염없이 타로를 들었다. 하늘과 땅으로 일희일비하던 마음은 조금씩 진폭을 줄여갔다. 일희일비도 자꾸 하면 무뎌질 수도 있는 것이구나. 그러니 이 또한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것이었구나. 라디오를 꼬박꼬박 챙겨 듣던 어린 날이 떠오른다. 남의 사연에도 공감하고 내 사연도 보내며 지금 생각해 보면 항마력 딸리는 고딩 감성을 그대로 읽어주던 어른 dj의 마음은 어땠을까 생각하며. 어느 날은 눈물 흘리며 듣다가 어느 날은 배경음악처럼 틀어만 놓아도 마음이 안정되던, 별밤으로 기억되는 그 밤들의 묶음이.


나는 마음이 느린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렇게 또 세상의 한 조각을 이해하고, 나를 더 알아간다. 내가 그 의미를 알지 못할 뿐, 세상에 의미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을 느끼는 밤의 귀갓길에 아스라이 생각한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연애가 갑작스럽게 종결될 때, 수많은 물음표에 쉴 새 없이 얻어맞으면서 괴로워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여전히 내가 미련하다는 것도 아팠다.


무엇보다 수많은 의문과 나누지 못한 말들이 마음에 남아 너무 괴로웠다.


최선을 다한 사람은 미련이 남지 않는다는 것은 개소리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기예보처럼 이별의 순간까지의 다음 수순이 예고되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는 데까지 다 해본 사람들에게나 국한되는 이야기다. 당신이 힘든 것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상황이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글로 적어보기 시작했다. 그가 갑자기 떠난 것과는 별개로 찬찬히 나의 속도로, 이별도 전심을 다해서 하는 것이다. 전심을 다해 닳고 닳도록 그렇게 찬찬히 나의 속도로.


그렇게 또 나는, 궁금해서 미치겠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옆사람에게 저기.... 하고 부르자마자 답이 번쩍 생각나서 아니 괜찮아요! 하게 되는 것처럼 어느 날 불현듯 괜찮아졌다는 글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진폭을 줄여가며, 평정심의 날들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 날들도 나에게는 쓸모가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의 쓸모를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알게 되었으니 좋은 걸로 하자. 그렇게 닳고 닳은 마음이 더 이상 풍화될 것조차 남지 않았을 때쯤엔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겠지. 언제나 그렇지만 언제나 이렇게 날것의 진심일 수 있는 나,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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