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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영 Dec 15. 2023

[blue hour] 데이터로 만드는 시적인 순간

아티스트 강이연과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여전히 읽고 있어요?





네, 여전히 읽고 있어요. 퇴근 후 든든히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천천히 읽어 둔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나누고 싶어요.





데이터(data)로 만드는 시적인 순간(poetic moment),


Poetic moment. 마음에 남는 예술가들의 작품 앞에서 느끼는 공통적인 느낌은 그들은 늘 대중에게 '시(詩) 적인 순간'을 제공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시'(詩)의 재료는 말과 글, 혹은 물감만 있을까요?  '붓'을 들고 '린씨드유'에 절어진 냄새가 가득한 작업실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뿐만 아니라, 데이터(DATA)라는 재료로 손에 잡히지도 않고 물성이 느껴지지도 않는 이 재료로 시적인 순간과 온도를 전하는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독특하게도 같은 재료를 가지고 세상에 던지려고 하는 메시지의 색깔도 정반대인 아티스트, 강이연과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를 소개하려고 해요!



데이터로 만드는 시라니?

 전문용어로는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 이 분야는 종종 단정한 옷차림을 한 데이터 분석가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를 떠올리게 되지만, 보통은 생각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다채로워요.  차트, 플롯, 인포그래픽, 애니메이션 등 흔히 사용되는 그래픽으로 데이터를 표현하는 것인데요. 목적은 정보를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복잡한 데이터 간의 관계와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전달할 수 있게끔 한다로 정리할 수 있을 거예요.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스토리텔링'

데이터는 그 특성상 사회적 문제를 드러나게 할 수 있는 속성을 지니고 있어 아티스트들에게 너무 좋은 재료이자 주제가 아닐까 싶어요. 기후변화로 위한 지구환경의 위기를 담을 수 있는 데이터, 서울에 사는 '고립 청년'의 숫자와 그 심각성을 대변해 줄 수 있는 데이터 등등. 사회적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답변을 제안하기 위해 심미성, 시의성을 고려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바탕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그게 데이터 아트의 세계라고 정리해 볼 수 있겠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여주는 힘 : 나이팅게일의 장미도표

� 나이팅게일의 장미도표 :  아름다운 데이터의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나이팅게일의 '장미 도표'가 있습니다.  1853년 러시아와 터키는 크림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 있었고 영국은 터키를 지원하기 위해 전쟁지역에 간호사들을 파견했어요. 그때 나이팅게일은 영국 간호 사단을 지휘하는 간호장교였다고 합니다.


�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 부상으로 인한 사망자 수 : 나이팅게일은 무엇보다 전쟁지역에서 사망하는 병사자 수를 꼼꼼히 기록하며, 전쟁지역 내 부상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병원 내 비위생적인 상태 때문에 질병에 걸려 사망하는 병사자의 수가 더 많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이 데이터를 가지고, 영국 정부에게 위생 상태 개선을 제안하기 위해 정부 관계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쉽고 아름다운 도표를 만들게 돼요. 모양이 마치, 장미 같아서 나이팅게일의 장미도표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 나이팅게일, 장미도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storytelling)' : 데이터 아트

정보 사용자를 설득하기 위한 메시지를 녹여내는 스토리텔링 속에 숫자와 그래프를 활용한다면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소통을 통한 감정을 움직임을 경험으로 하는 데이터 아트를 현대에 내려와 구현하고 있는 화가들의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공교롭게도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이 두 분은 자신의 작품으로 던지려고 하는 메시지의 색깔이 '판이'해요. 경고와 희망. 먼저, 대중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passage of water'라는 작품의 주인공, 아티스트 강이연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강이연, Passage of water :  Fresh water is such a precious  resources.

모쪼록 상온의 겨울과 엄청난 폭우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가 알 수 있듯 지금 지구는 매우 아프다(?) 라는 징조를 숨기지 않고 있는데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카테고리 중 담수(담수) 즉, 우리가 먹고 마실 수 있는 담수가 지구에는 이제 3%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강이연 작가는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 담수의 중요성과 그 대안을 '미디어아트'라는 영역에서 표현하는 작가입니다.



� NASA와의 협업을 근거로 한 담수 부족 데이터 강이연 교수는 이 작품을 위해 데이터 제공을 무려 NASA와 GOOGLE이 함께 했습니다. NASA는 SWOT이라는 인공위성을 통해서 3년간 지구 둘레를 돌며 90% 이상의 바다, 호수, 저수지, 강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요. 해양 지표면의 미세한 변화를 관측하고 수역의 변화를 살피며, 구체적으로는 상승한 해수면에 따른 해안선 변화를 관측해 폭풍, 해일, 홍수 등 기상현상이 육지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한다고 하네요.



SWOT가 우주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다. NASA 제공



� 담수(Fresh water) 부족의 심각성 전달

 작품은 '나사의 2개 위성 데이터를 시각화해서 전 세계 담수가 최근 기후 변화로 얼마나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하고 있어요. 구글 아트 앤 컬처 플랫폼에 도 웹아트 형태로 올라가있어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클릭으로 영상의 진행에 개입하는 구조라서 몰입하기 쉽고 내용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워요!




강이윤(Yiyun Kang)의 물의 통로(Passage of Water) - Google 실험 (experiments.withgoogle.com)





        Passage of Water by Yiyun Kang - Experiments with Google

Since 2009, coders have created thousands of amazing experiments using Chrome, Android, AI, WebVR, AR and more. We're showcasing projects here, along with helpful tools and resources, to inspire others to create new experiments.

experiments.withgoogle.com




� 과학적 지식+테크놀로지 운영+심미성을 다 잡은 작업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이 작품을 심도 있게 소개하면서 "강 작가는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정보 경험 디자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러한 배경은 물방울이 팽창하고 수축하는 풍부한 디지털 풍경, 나사의 수문학 데이터의 복잡한 시각화, 담수 위기에 대한 잠재적 해결책의 비디오 게임 같은 생동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잘 드러난다"라고 평했다고 합니다.


� 과학과 예술의 결합

강이연 교수는 기사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어요. "모든 것이 고도화되고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인류가 창조하고 초래한 것들을 인류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가고 있어요. 기후 위기도 그렇습니다. 데이터가 나와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기 어려워요. 이런 때 필요한 것이 창의적으로 다리를 놓아 주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리

 어떤가요, 예술의 의미를 다시 한번 곱씹어 생각해 보게 되지 않나요? 예술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다루는 예술가들의 지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붓을 다루는 기술이 아닌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을 다루는 아티스트라니. 그 다변하는 의미도 머금을 만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Now is better'


이제 다음은 조금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now is better, 지금이 더 낫다는 뜻이잖아요. 현대 사회에 들어와 지금이 가장 폭력이 난무하고, 가장 가난하며, 차별을 가장한 역차별까지도 자행되는 잔인무도한 시대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 '그렇지 않다' 인류는 과거보다 지금이 '영광의 시대'라는 것을 알리고 있는 아티스트입니다.




�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 인류가 존재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 vs 영광의 세대

여기서 질문을 좀 던져볼까요? 얼마 전 외신의 한 칼럼니스트가 한국의 고령화 저출산 현상을 흑사병 창궐 때보다 더 심한 수준의 현상이라고 칼럼을 적기도 했었죠. 그렇다면 한국의 기대수명은 어떨까요? 기후 위기라는 세계적 현상 앞에서 '여러 나라에서 인당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은요? 50대 기업의 매출로 측정한 미국 내 CEO 대 근로자 보상 비율은 증가했을까요? 감소했을까요? 


언뜻 언론에 비치는 현대 사회를 살펴보면 모두 bad 쪽으로 만 흘러갔을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이지만, 마이스터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지구는 과거보다 지금 나은 결과물을 도출해 내고 있다는 걸 독특한 방식으로 풀고 있어요.



✨우리는 희망 속에 살고 있어 예를 들어 Beautiful Numbers 시리즈 가운데는 1915년에는 세계적으로 번개에 맞아 사망한 사람이 50명이었다면, 100년 후인 2015년에는 날씨를 예측하는 기술, 전기 시스템, 그리고 안전 장비의 발전 덕분에 단 1명의 사람만이 사망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Two Markets’은 2가지의 도형을 통해 연간 501억 달러 규모의 미술 시장이 얼핏 거대해 보여도 503억 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기저귀 판매량보다 적다는 사실을 전달하기도 하고요!



left > 예술가들, 법률가들, 그리고 의사들, 2023., 미국 내 예술가, 법률가, 의사의 수 /  light > 또 하나의 전쟁, 2023, 강대국이 서로 싸웠던 해의 비율


✨'그래프'라는 현대 미술


직접 전시를 찾아가 보면 이 작품이 어떤 데이터와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지 브로슈어를 확인하면서 보지 않으면 전혀 이해하지 못할 수 있는 '난해한 현대미술' 그 자체라고 볼 수도 있어요. 회화 작품이 새겨진 캔버스 위에 시각적으로 보기에 훌륭한 컬러의 조합으로 그래프를 새겨 넣은 독특한 작품이거든요.




 위쪽 작품을 살펴보면 왼쪽은 2023년 미국 내 예술가들, 법률가들, 그리고 의사들의 수를 데이터 삼아서 회화 위에 그래프로 표현한 것인데요. 독특하게도 현재 미국은 의사보다 법률가보다 예술가들이 많은 나라라는 흥미로운 결과가 보이기도 하고요. 오른쪽 작품은 '또 하나의 전쟁'이라는 작품! 강대국이 서로 싸웠던 해의 비율의 데이터를 근거로 만든 그래프 작품입니다. 현대로 올수록 현저하게 떨어지는 그래프의 선, 보이시나요?



✨ 오래오래 사는 대한민국을 표현한 에어 댄서(air dancer)

얼마 전 한 외신 칼럼니스트에 따르면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흑사병 창궐과 맞먹는 정도라는 뉴스가 보도되었었는데요. 이 와중에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UN에서 발표한 데이터를 살펴보던 도중 지난 120년간 한국의 기대수명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훨씬 더 길며, 유럽이나 미국 사람보다 평균보다도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ㅎㅎ)

한국의 기대수명은 지난 120년 동안 거의 4배 가까이 증가하여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의료와 복지, 그리고 경제 수준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는 거겠죠? 약간 아찔하긴 하지만, 이대로 망하지만은 않을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보이지 않나요?

결론

언론에서는 계속 나빠져 가는 인류의 환경 사회 정치적 지표를 활용해 겁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스테판 사그마이스터의 작품을 살펴보면 일견 희망이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그때보다 지금이 더 낫다는 메시지를요. 저를 눈물까지 글썽이게 했던 작품 중 하나는 미국 내 50대 대기업 중 이민자가 CEO이거나 거대 투자자인 경우가 어느 정도일까를 보여주는 그래프였는데  이민 기업가들이 무려 45%에 육박하고 있더라고요. 다른 나라에서 정착해 굴지의 기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투지와 눈물이 느껴져 괜히 저까지 글썽.., 어쨌거나 저는 예술가가 보내는 '위트'와 '희망'쪽에 조금 더 힘이 실어지네요, 2024년도는 모두에게 지금이 더 나은 해이기를 바라면서, 다음 글로 찾아오겠어요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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