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나뉘었지만, 판단은 더 어려워진 조직의 풍경
AI가 업무에 깊숙이 들어온 이후,
조직은 자연스럽게 기대합니다.
일이 정리되고, 역할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실제로 많은 일은 이전보다 잘게 나뉘었습니다.
초안을 만드는 일, 자료를 정리하는 일, 검토하고 조율하는 일까지.
업무 단위는 더 세분화되었고, 각 단계는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업무가 명확해졌다는 체감은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이 더 복잡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이 늘어납니다.
업무 분장은 분명해졌습니다.
누가 무엇을 맡고 있는지도 문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의 흐름은 이전보다 더 자주 멈춥니다.
결과물은 빠르게 나오지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결정은 늦어지고
검토와 재검토가 반복됩니다
업무 단위는 선명해졌지만,
업무가 이어지는 과정은 오히려 더 복잡해졌습니다.
많은 조직에서 명확해진 것은 사람의 역할이 아니라 업무의 과정입니다.
어떤 순서로 작업이 진행되는지, 어디에서 결과물이 생성되는지는 잘 보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어떻게 판단하고, 언제 확정하며, 누가 책임지는지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업무는 정리되었지만, 판단의 기준은 함께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일이 많아져서 복잡해진 것이 아닙니다.
정보가 부족해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선택지는 많아졌고,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넘쳐납니다.
그래서 결정은 더 조심스러워지고, 확정은 더 뒤로 밀립니다.
업무가 복잡해졌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대부분 결정이 미뤄지는 순간과 겹칩니다.
일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할 일이 남아서가 아니라, 이 질문들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이 결과로 충분한가
더 나은 선택지가 남아 있지는 않은가
이 방향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업무는 나뉘었지만, 이 질문들은 여전히 공중에 남아 있습니다.
업무가 명확해졌다는 느낌보다, 업무가 더 복잡해졌다는 인상이 강하다면
그건 조직이 느려졌기 때문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일을 나누는 속도에 비해, 판단을 정리하는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는 분해되었지만, 의사결정은 아직 하나의 흐름으로 묶이지 않은 상태.
지금 많은 조직이 이 어딘가에 서 있습니다.
The creamunion corp.
Creative Director 정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