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는 무엇을 남겨야 할까

산출물로 드러나는 업의 전환점

by 더크림유니언


최근 에이전시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결과 자체보다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질문이 먼저 등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리서치와 아이디어, 전략과 구조까지.
작업의 많은 부분이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생성되고 정리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산출물을 공유하는 순간 다음과 같은 질문이 뒤따릅니다.

이 결과는 어떤 검토 과정을 거쳐 선택된 것입니까.

이 질문은 결과의 완성도를 의심하기보다는,
그 결과가 어떤 판단 위에서 고정되었는지를 확인하려는 요구에 가깝습니다.





1.

에이전시 업의 변화는 언제나 산출물에서 먼저 드러납니다


에이전시의 역할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해 왔지만,
그 변화는 언제나 산출물의 형태로 먼저 나타나 왔습니다.

브랜딩 초기에는 로고와 가이드가 중심이었고,
디지털 전환기에는 UX 구조와 화면 설계가 중요해졌으며,
플랫폼 환경에서는 서비스 경험과 운영 구조가 핵심이 되었습니다.

역할의 변화는 선언으로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항상 산출물이 먼저 달라졌고, 그 이후에야 업의 정의가 정리되었습니다.






2.

전통적인 에이전시 산출물이 전제로 삼아온 것들


기존 에이전시 산출물은 비교적 명확한 전제를 공유해 왔습니다.


하나의 결론을 제시합니다

정제된 결과를 통해 신뢰를 만듭니다

과정은 내부 자산으로 관리합니다


이 구조는 선택지가 제한적이고,

인간의 사고 속도가 곧 프로젝트의 한계였던 환경에서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었습니다.







3.

산출물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의 프로젝트 환경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여러 전략과 방향이 동시에 검토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아이디어는 빠르게 확장되고, 대안은 병렬적으로 생성됩니다.

하지만 산출물이 여전히 ‘정제된 하나의 결과’만을 담고 있을 경우,
다음과 같은 정보는 문서 밖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실제로 어떤 선택지들이 검토되었는지

왜 특정 안이 선택되고 다른 안은 배제되었는지

판단이 개입한 지점은 어디였는지


이 공백은 종종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4.

기준은 결과가 아니라 판단의 맥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형식이나 분량의 문제가 아닙니다.

산출물이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의 변화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무엇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판단 위에서 이 결과가 선택되었는가입니다.






5.

산출물의 구조는 이렇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변화는 선언이 아니라
구조 설계의 문제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산출물은 다음과 같은 층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상태 요약]
프로젝트가 멈춘 시점의 조건, 검토 범위와 판단 기준, 주요 제약 사항을 정리합니다.
[탐색 경로 기록]
실제로 검토된 방향과 분기, 선택되지 않은 옵션과 그 이유를 기록합니다.
[선택과 배제의 근거]
최종안이 선택된 이유, 한계와 리스크, 판단이 개입한 지점을 명시합니다.
[다음 상태의 가능성]
현재 결론 이후 전개 가능한 방향과 조건 변화 시 전환 가능한 시나리오를 정리합니다.
이 구조는 결과를 약화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결과가 어디까지 확신 가능한지를 분명하게 만들어 줍니다.






6.

산출물이 바뀌면, 에이전시의 역할도 달라집니다


산출물에 판단의 맥락이 남기 시작하면
에이전시는 단순히 결과를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어디까지 검토되었는지, 어디서 멈추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조직.

산출물의 변화는 에이전시 업의 역할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맺으며


결과를 만드는 일은 점점 더 효율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판단이 고정된 상태를 설명하는 일은 여전히 자동화되기 어렵습니다.

에이전시 업의 다음 단계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보다,

산출물이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그 변화는 아직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미 산출물의 형태 안에서 조용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The creamunion corp.

CX Strategy Director 정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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