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 1939년
메트로폴리스
유럽의 도시 파리를 지나 오늘은 도시의 왕, 도시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 드는 뉴욕에 도착했다. 뉴욕이야말로 메트로폴리스라는 주제에 걸맞은 도시라고 생각된다. 오늘은 1900년대 초반의 뉴욕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건층 건물을 일컬어 마천루라고 부른다. 영어로는 Skyscraper, 하늘을 긁는 것이라는 뜻이다. 세계의 중심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 오면서 뉴욕은 런던을 넘어서 최고의 대도시가 된다. 뉴욕 중심의 섬 지역인 맨해튼은 특히 인구가 과밀하여 맨해튼 지역에만 200만 명이 살았다. 그런데 평일에는 외부에서 또 200만 명이 맨해튼으로 일을 하러 출근했다.
그야말로 미어터지는 상황에서 해결책은 사람들을 위로 밀어 올리는 수밖에 없었다.
압력에 짓눌린 뉴욕은 하늘 위로 부풀어 오르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기업들은 거대 자본으로 고층 건물을 올렸고, 엄청난 광고효과를 내는 대형 광고판이었다. 아무런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마천루들이 들어섰고 주변의 20층이 안되는 건물들은 하루 종이 빛이 들지 않았다.
결국 건물의 고도와 간격을 제한하는 용도지역제도가 생기게 되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제도는 반대로 마천루의 황금시대를 활짝 열었고, 뉴욕은 영화 제작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도시가 되었다. 용도지역제도 때문에 오늘날 뉴욕의 모습과 같은 뾰족하고 독창적인 건축 형태의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뉴욕에는 새롭고 아름다운 피라미드형 스카이라인이 생겨났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영화가 하나 탄생한다. 1924년 독일의 영화 제작자 랑이 홍보차 뉴욕에 왔다가 휘황찬란한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충격을 받아 지금도 회자되는 획기적인 특수효과의 영화가 탄생한다.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미래의 도시가 그려진 영화 <메트로폴리스>다. 정확히는 2026년의 도시가 배경이다. 불과 5년 뒤면 2026년인데, 100년 전의 사람들이 어떻게 상상했는지 보는 재미가 있다. 무려 100여 년 전 영화라 저작권도 다 풀린 상태라고 하니 편하게 감상하셔도 좋다. 좀 기괴하지만 상상력이 대단하다. 여기 나오는 로봇을 자세히 보시면 스타워즈에 나오는 어떤 로봇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아마 보시면 아~ 하실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ZAQ17Y7PrSY&t=5142s
여기서 잠깐 아시아 이야기가 나온다. 역시 마천루 하면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아시아의 도시들의 마천루는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 쪽으로 많이 옮겨 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여기서 재밌는 것 상하이 이야기를 하면서 서울 이야기가 잠깐 언급된다.
2016년에 개장한 632미터 높이의 상하이 타워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20층 이상의 건물이 2만 5,000개 넘게 있는 상하이는 지구상에서 고층 건물을 가장 많이 보유한 도시다. 상하이에 가장 근접한 경쟁 도시인 서울에는 20층 이상의 건물이 1만 7,000개 있다.
인구 2천5백만에 달하는 상하이에 비해 크게 안 뒤진다는 생각이다. 진짜 가끔 보면 참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좀 집중력이 있는 나라인 것 같다. ㅎㅎ
세상에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이렇게 치솟은 뉴욕의 마천루 아래에는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공동주택과 빈민가 골목들이 생겨난다. 이 즈음에 뉴욕에는 범죄가 만연하게 되고, 억눌린 노동자들은 동요하게 된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영웅의 출현이다!
1939년 3월과 4월에 각각 첫선을 보인 브루스 웨인과 클라크 켄트는 가상의 도시인 '고담시'와 '메트로폴리스'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배트맨'과 '슈퍼맨'이다. 이 영웅들은 마천루 밑에서 움츠러든 사람들의 현실 도피와 소망 실현의 상징으로 탄생했다.
두 영웅은 도시 생활의 악귀들인 대기업, 조직범죄, 부정직한 정치인, 부패한 경찰, 강도와 맞서 싸웠다. 마천루의 사이즈에 대항하려면 슈퍼맨처럼 날아오르거나 배트맨처럼 자유롭게 기어오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배트맨과 슈퍼맨은 우연히 그 시기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대공황과 조직범죄 등 마천루의 여파에 결과물로 필요에 의해 나타난 영웅이었다.
이렇게 휘황 찬란한 도시 뉴욕을 지나, 이제 세계에 전쟁의 시대가 다가온다. 다음 에는 12장. 섬멸 _ 바르샤바 (1939년 ~ 1945년)에서는 전쟁의 시대의 도시를 살펴보자.
그럼 그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