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과 핑계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 사는 어른 엄마는 이렇게 또 배운다
병원 진료를 위해 사용한 반반차지만 그 이후 개인 시간을 보내고 싶어 야간 연장반을 취소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더 늦지 않게 데리러 가려고 부랴부랴 속력을 내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주차를 하는데 마침 저녁 산책 중이었던 아이와 선생님과 딱 마주쳤다. 엄마가 차로 데리러 오는 줄 몰랐던 아이는 라이트가 꺼지고 엄마가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내가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엄마를 알아보고는 눈이 점점 커지더니 “엄마~~~~” 하고 방긋 웃으며 뛰어오기 시작했다.
이틀 동안 계속 넘어져 무릎이 성하지 않은 아이에게 서둘러 달려가 폭- 안아주었다. 갑자기 산책 중 만난 엄마를 보고 신이 난 아이는 집에서처럼 눈을 까 뒤집고는, 흥분 상태로 정형돈 춤을 추기 시작했다. 2년 가까이 뵌 야간반 선생님의 잇몸 만개 웃음을 이렇게나마 보게 되었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 제대로 샜다. 허허허, 민망함은 나의 몫. 선생님이 나와 남편의 춤사위까지는 제발 상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가방과 낮잠이불을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는 차에서 아이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이: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온 거야.
나: 아니야, 엄마 안 늦었어.
아이: 아니야, 엄마 늦게 왔잖아.
나: (시간 개념이 없는 아이에게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하면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우리 엄마가 나를 늦게 데리러 온다고 생각하게 되어 속상해하기 때문에 언제라도 평온한 상태로 아이를 맞이하라,는 얘기를 언젠가 들은 적이 있어 일관적으로 행동하기 위해,는 핑계지만 그럼에도 낯짝 두껍게) 아니야. 엄마 약속한 시간에 왔어.
아이: 아니야. 밖이 깜깜해졌잖아.
나: (아, 그거였어?) 지금은 가을이라서 그래. 이제 해가 짧아져서 금방 깜깜해지는 거야.
나는 아이에게 갑자기 계절에 따라 해가 짧아지고 밤이 길어진다는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설명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 많이 기다렸어? 엄마도 너무너무 보고 싶어서 막 뛰어왔어." 이렇게만 말했으면 되었을 것을. 변명과 핑계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 사는 어른의 엄마는 또 이렇게 하나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