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너무나 당연하 일인 걸
퇴근할 때쯤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남편: 어디신가.
나: 나 사무실. 근데 이제 끝나. 어디야?
남편: 가고 있지.
나: 어딘데? 어디야?
남편: 가고 있다.
나: 데리러 오는 거야?
남편: 가고 있다-
나: 어디냐고.
남편: 응, 갈게.
강변북로를 타고 오면서 내게 전화를 건 걸 테고 8시 20분쯤이니 곧 도착할 예정이군. 짐을 챙겨 놓고 딩가딩가 하다 보니 금세 남편이 도착했다. 집에 오는 짧은 시간 동안 올해 회사 매출에 대해 질문을 받았는데 할 말 없음...... 언제나 매출 이야기가 급 작아지는 나.
나: 안 되겠어. 이젠 제대로 할 거야.
남편: 그래, 좀 제대로 해.
끙. 주차를 하고 집으로 올라가면서 이제 엄마, 아빠로 모드를 전환했다(휴, 회사 얘기 들어가 들어가). 비번을 누르려는데 남편이 "우리 같이 오는 거 보면 엄청 좋아하겠다." 한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같이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는 걸 엄청 좋아한다. 화요일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하원하는 날이고 집에서 저녁을 먹고 놀고 있으면 엄마, 아빠가 퇴근한다. 역시나 흐름을 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아이가 쏜살같이 뛰어나온다.
"와 아아아아아 아ㅏㅏㅏㅏ, 내 엄마, 아빠다~~~~~"
이 맛에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지! 그리고 저녁을 차려주시는 엄마, 집을 청소해 주는 아빠..... 늘 감사합니다. 꾸벅. 우리의 퇴근에 따라 부모님의 퇴근(!)도 결정된다. 얼른 가시라고 해도 9시가 넘는 날이 많다(늘 죄송해요....). 엄마와 아빠가 오면 할아버지, 할머니는 금세 찬밥 신세. 인사하라고 해도 막 도망 다니기 바쁜 어린이. 그럼 언제나 "엄마, 그냥 저랑만 인사해요~" 하면 어느새 뛰어와서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확- 안긴다. 약았어 정말!
오늘은 아빠랑 자는 날, 아빠는 먼저 자러 갔고 계속 엄마랑 자겠다는 아이에게 소파에서 책을 읽어주고 방에 데려다줬다. "엄마, 안아주세요." 아이를 안아주는 방법은 딱 한 가지, 내가 아이 키만큼 앉아 안아주는 거다. 안아 들기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카시트에 태우거나 차에서 잠이 들어 피치 못하게 잠 연장을 하기 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렇게 아이와 몸과 몸을 마주하고 껴안는다. 내가 아이를 토닥이는 것처럼 아이도 나를 토닥여준다. 그 토닥임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서로 안아줬다. 아이의 토닥임이 강도를 높여 때리는 것처럼 변하면 허그 종료.
나: 사랑해.
아이: 엄마, 내가 콧물이 나도 사랑해?
나: 그럼, 사랑하지.
아이: 그럼 내가 기침해도 사랑해?
나: 그럼, 사랑하지.
아이: 내가 감기 걸려도 사랑해?
나: 그럼, 사랑하지.
아이: (배시시 웃으며) 나도. 나도 사랑해.
너의 어떤 모습이든 엄마는 사랑한단다. 그러니 오늘도 좋은 꿈 꾸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