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람은 강점에 집중할 때 더 크게 성장하는가

[2026 더다른 관점 #5] 평균의 함정, 강점의 가속 법칙

by 더다름 코치

‘슬럼프(slump)’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본래 ‘땅이 푹 꺼지다’입니다.

운동 경기에서는 원래 실력이 있던 선수조차 자기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길게 이어지는 것을 뜻하지요.

요즘은 일, 공부, 관계 등 일상 전반에서 더 넓게 쓰입니다. 한동안 되는 일이 없고, 예전 같지 않고, 자꾸만 자신감이 꺼져가는 상태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바로 그 시기에 우리가 더 쉽게 부족한 것에 매달린다는 점입니다.

잘했던 장면보다 실수한 장면을 더 오래 붙잡고, 가능성보다 결핍을 더 자주 들여다봅니다.

그러면서 “왜 이것도 못하지?”,

“무엇을 더 보완해야 하지?”라는 질문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듭니다.


얼핏 보면 성장을 위한 성찰처럼 보이지만, 많은 경우 그 방식은 사람을 끌어올리기보다 오히려 더 주저앉게 만듭니다.


실제로 오랜 시간 슬럼프를 겪었던 베테랑 투수 노경은 선수의 이야기는 이 지점을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좋지 않았던 투구 장면을 계속 돌려보며 후회하고, 자책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붙들고 있을수록 오히려 슬럼프가 길어졌다고 합니다. 그때 전설적인 투수 존 스몰츠가 이런 조언을 했다고 하지요.


“단점을 고치기 위해

거기에만 신경 쓰면,

결국 단점만 가지고 놀게 되는 셈이다.

그래서는 절대 슬럼프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존 스몰츠-


그 말을 들은 뒤 그는 좋지 않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기보다 자신이 잘 던졌던 순간, 감이 좋았던 장면, 자기답게 던졌던 장면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결국 답은 바깥에서 누가 대신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감각과 방식을 다시 찾는 데 있었습니다.



이 대목이 참 중요합니다.

강점은 단순히 “나는 이런 장점이 있어요”라고 소개하는 말이 아닙니다. 강점은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성과를 내고, 무너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주는 '나만의 작동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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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에 머무는 사람과 가속하는 사람의 차이


소통 전문가 김주환 교수는 이 점을 축구팀에 빗대어 아주 명쾌하게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축구선수의 능력을 드리블, 코너킥, 패스, 심폐지구력 등 51가지 기술로 평가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만약 어떤 선수가 코너킥은 기가 막히게 차는데 드리블이 약하다면, 코치는 보통 무엇을 먼저 시킬까요. 십중팔구 “드리블이 문제니까 드리블 훈련부터 더 해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일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거기에만 매달릴 때입니다. 단점을 메우는 데만 집중하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도 결국 모든 면에서 고만고만한, 말 그대로 ‘평균적인 선수’가 되기 쉽습니다. 단점이 없다는 것은 언뜻 안정적으로 들리지만, 뒤집어 보면 그만큼 압도적으로 잘하는 무기도 없다는 뜻입니다. 평균적인 선수들만 모인 팀이 우승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코너킥을 잘 차는 선수에게 그 강점을 더 날카롭게 갈고닦게 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는 점점 더 자신감을 얻고, 팀의 흐름을 바꾸는 ‘코너킥의 달인’으로 성장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그다음입니다. 주특기가 압도적으로 성장하면 자신감과 신체 리듬, 경기 감각이 살아나면서 원래 약했던 드리블이나 다른 기술까지 함께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강점이 살아나면 사람 전체가 살아납니다.


저는 이것을 ‘평균의 함정, 강점의 가속 법칙’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부족한 것만 메우는 데 집중하면 사람은 평균에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자기만의 탁월함에는 닿기 어렵습니다.

반면 잘하는 것을 더 깊이 키우면 성과가 커질 뿐 아니라 자신감과 몰입이 붙으면서 부족했던 영역까지 함께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약점을 보완하는 일은 바닥을 메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크게 성장시키는 힘, 그리고 그 사람만의 경쟁력을 만드는 힘은 결국 강점의 확장에서 나옵니다.


이 개념은 기업과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많은 조직이 성과 향상을 위해 문제점과 약점을 분석합니다. 데이터와 피드백은 분명 중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라고만 요구할 때, 조직은 사람을 더 강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더 위축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잘 못하는 것을 평균까지 끌어올리는 데 드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큽니다. 반면 잘하는 것에 집중할 때 사람은 더 빨리 배우고, 더 깊이 몰입하며, 더 자신 있게 자기 역할을 수행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수많은 조직과 사람을 만나며 느낀 것도 같습니다.

성과가 정체될 때 사람들은 대개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합니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조건 더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원래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더 잘하게 돕는 것'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꼴찌 영업사원을 상위 1%로 만든 관점의 전환


이 점을 가장 선명하게 체감했던 사례를 나눠보려합니다.


과거 제가 영업조직에서 신입사원을 직접 보며 일하던 때였습니다.


그 직원은 해외 유학 경험도 있었고, 입사 초기만 해도 모두가 촉망하는 인재로 기대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특히 글로벌 이슈나 환율, 투자 전략 같은 분야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자연스럽게 “빨리 성과를 낼 사람”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영업조직은 분기마다 퍼포먼스 리뷰를 하며 세일즈 프로세스 중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분석하고, 다음 분기까지 무엇을 개선할지 목표와 실행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프로세스로 반드시 진행합니다.


수치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점검하는 방식 자체는 필요합니다. 다만 문제는, 그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될 때 생깁니다.


그 직원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영업형 인재와는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먼저 가볍게 다가가 금세 친해지고, 넓은 관계를 빠르게 만들어가는 유형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새로운 환경과 사람에게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한 번 신뢰가 쌓이면 매우 깊이 있게 관계를 맺고 밀도 있는 소통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넓게 연결되기보다 깊이 연결될 때 강점이 살아나는 스타일이었던 것이지요.


또 하나 분명했던 것은 이 직원은 무언가를 대충 익힌 상태로 고객 앞에 서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설명할 자료도 꼼꼼히 준비해야 했고, 자기가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해야 비로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자신만의 전문 영역을 만들기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영업 초기에 숫자가 빠르게 쌓이지 않았습니다. 영업 조직이 강조하는 ‘Quantity=Quality’의 방식과는 결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힘들어했습니다.

퍼포먼스 리뷰를 할 때마다 부족한 부분이 더 선명하게 보였고, 선배들은 좋은 뜻으로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더 많이 만나야 한다”, “지금 어려운 구간을 더 밀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그 말들이 반복될수록 이 직원은 잘 안 되는 부분에만 시선이 고정되었고, 결국 자존감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기대받던 신입사원이었는데, 어느새 스스로를 ‘영업에 맞지 않는 사람’처럼 여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때 제가 매니저로서 선택한 것은 부족한 부분을 더 밀어붙이는 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 사람이 원래 잘할 수 있는 방식에 다시 집중해 보자는 관점의 전환이었습니다.


빠르게 많은 사람을 만나는 방식보다, 적더라도 깊이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고객군에 더 주목하게 했습니다. 준비가 철저해야 강점이 살아나는 사람이었기에, 충분히 공부하고 자기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당장 숫자가 안 나온다고 조급하게 압박하기보다 조금 더 긴 호흡으로 기다려주고 응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처음 6개월은 더딘 듯 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성과가 분명히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전사 1000등대에 머물던 영업사원이 결국 10등 안에 드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많은 사람을 빠르게 만나는 방식은 아니었지만, 한 번 연결된 고객에게는 높은 신뢰를 얻었고, 자신만의 전문성과 깊이 있는 설명 능력이 강력한 경쟁력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숫자보다 먼저 표정에서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못하는 것을 억지로 끌어올리려 할 때는 늘 위축되어 있었는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식이 통하기 시작하자 그제야 자신감이 붙고 자기만의 리듬을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사례를 떠올릴 때마다 저는 더 확신하게 됩니다.

사람은 약점을 억지로 평균까지 끌어올리는 방식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강점을 이해하고, 그것이 발휘될 수 있는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할 때 전혀 다른 차원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전사 1000등대에 머물던 사람이 상위 1% 수준의 성과를 내게 된 변화는 단순히 노력의 양이 늘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자기 강점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강점 코치로 일하는 지금의 저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저 또한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자신감이 떨어질 때면

어느새 “지금 뭐가 안 되고 있지?”, “뭘 더 보완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기울 때가 있습니다.


예전의 저라면 아마 그 질문 속에 더 오래 머물렀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내가 잘했던 방식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가장 자연스럽게 몰입했던 순간은 언제였는지,

내가 좋은 결과를 만들었던 나만의 패턴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떠올립니다.


그렇게 나의 강점을 다시 확인하고, 그 감각을 회복하고, 내 방식으로 몰입하는 시간이 짧아질수록 저는 강점이 단지 진단 결과지에 적힌 좋은 문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강점은 결국 다시 일어서는 방식이고, 자기답게 성과를 내는 방식이며,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의 기반입니다.


그래서 저는 조직에 강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강점은 사람을 무조건 편하게 해주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을 더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더 적합하게 성장시키고, 결국 더 높은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매우 실용적인 접근입니다.


개인은 자기 효능감을 회복하고, 팀은 서로 다른 일의 방식을 이해하게 되며, 조직은 사람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몰아붙이기보다 각자의 강점이 살아나는 방향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은 부족한 것만 바라볼 때 움츠러들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때 살아납니다.

그리고 그 살아나는 경험이 반복될 때, 강점은 비로소 한 사람의 무기가 되고, 팀의 힘이 되고, 조직의 성과가 됩니다.


바로 이것이 제가 말하는 평균의 함정, 강점의 가속 법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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