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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종만 Nov 22. 2020

서해 최고의 낙조, 채석강

신비로운 해안절벽의 추억

  강(江)이 아님에도 강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중국의 시성 이태백이 술에 취해 뱃놀이를 하다가 달을 잡겠다며 뛰어들었다는 강기슭을 닮았다 하여 채석강으로 불리는 격포 해안절벽. 격포해수욕장과 격포항 사이에 위치한 채석강은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듯 그 모습이 무척이나 신비로운 데, 서해 최고의 낙조로도 유명한 곳이다. 


볼수록 신비로운 해식절벽에서 평안을 찾다

  서해바다가 보통 그렇지만 변산반도를 둘러싼 해안선은 유난히 포근하고 풍요롭다. 풍부한 해산물을 품어 길러내는 갯벌은 이 지역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기대 이상으로 깨끗한 백사장은 여행객들의 발목을 잡는 천혜의 관광지이다. 이렇게 변산반도는 갯벌과 백사장,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곳, 바로 채석강이다.


  처음 듣는 사람은 흐르는 강으로 오해도 하지만, 채석강은 강 이름이 아니다. 격포해수욕장과 격포항 사이의 해안절벽을 말한다. 중국 이태백이 술에 취해 뱃놀이를 하다가 달을 잡겠다며 뛰어들었다는 강과 모습이 흡사해 채석강으로 불린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해수면 아래로 보이는 암반의 색이 영롱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이야기가 더 신빙성이 있다. 바닷물의 침식에 의해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것 같이 거대한 층리를 보이며 장관을 연출하는 해안절벽이 볼수록 신비롭다.


  바닷가를 따라 1.5km 정도 이어지는 채석강 주변은 하루 두 차례 물이 빠질 때만 들어갈 수 있다. 물 빠진 채석강을 걷다 보면 퇴적암층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바다생물이며 해식동굴의 신비로운 모습이 눈길을 끈다. 검은색을 띤 바위 절벽 위에 뿌리를 박은 소나무 몇 그루, 검푸른 파도가 절벽에 부딪쳐 만들어내는 하얀 물보라 역시 정겹고도 아름답다. 여행의 피로를 단박에 날려줄 만큼 포근하고 정겨운 채석강 바닷가에 서면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온몸으로 체득되는 느낌이다. 어머니 품처럼 따뜻해지는 시간!


아름다운 낙조가 세상은 물론 영혼까지 물들이다

  물 빠진 채석강 위에서 즐기는 싱싱한 해산물과 소주 한잔의 넉넉함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부지런한 아낙네들이 직접 썰어주는 회와 어패류의 향기로운 맛은 여행을 마친 후에도 한동안 잊지 못할 정도다. 아니면 직접 낚시를 할 수도 있다. 채석강뿐 아니라 인근 방조제와 갯바위는 미끼가 필요 없을 만큼 고기가 많이 낚인다고 한다. 


  하지만 채석강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은 다른 데 있다. 바로 서해 최고라는 낙조를 감상하는 일이다. 하늘이 붉게 물드는 듯싶다가 갑자기 온 세상을 눈부시게 밝혀버리는 동해 일출에 비해 채석강에서의 낙조는 한 없이 늘어진다. 그럼에도 매 순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눈길을 떼지 못하게 한다. 하늘과 바다와 땅, 그리고 사람의 영혼까지 붉게 물들이는 서해 낙조의 여운은 한없이 길다. 


  충분히 바다를 즐겼다면 내륙으로 들어가 색다른 풍광을 즐길 차례다. 먼저 변산반도를 국내에서 유일한 해륙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게 한 내변산이 반기는데, 비록 해발 459미터로 산은 높지 않지만 위용을 한껏 자랑하는 봉우리며 품고 있는 폭포와 계곡 등이 여느 명산에 비길 바가 아니다. 


주봉인 의상봉 아래엔 내소사가 자리 잡고 있는데, 하늘을 찌를 듯 솟구친 채로 도열해 있는 전나무 숲길이 특히 아름답다. 일주문에서 내소사 천왕문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은 마치 터널 같기도 한데, 침엽수 특유의 맑은 향이 번뇌를 잊게 한다. 이곳에서는 속도를 늦춘 채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속세를 벗고 자연과 하나 되는 느낌!


여행 Tip/

  서해고속도로 부안 I.C를 통과해 남하해도 되지만 줄포 I.C를 나와 북행하는 게 보통이다. 줄포 I.C를 나와 30번 국도를 타면 10분도 채 안 된 거리에 내소사가 있다. 이어 30번 국도를 타고 가면서 격포항, 채석강, 적벽강을 구경하고 변산해수욕장, 내변산을 지나면 새만금 방조제가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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