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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종만 Oct 19. 2020

낮에도 달이 뜬다는 월출산

들판에 우뚝 솟은 수석전시장

태산이 높다 하되… 이렇게 시작되는 양사언의 시조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시조의 의미야 무엇이든 도대체 태산이 얼마나 높기에  세상의 가장 높은 것의 기준으로 삼았을까.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태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다. 해발 1,532미터.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은 물론 강원도 오대산(1,563m)보다도 낮은 산인 것이다.


거대한 수석전시장 방불케 해

그럼에도 태산은 오랜 세월 중국의 5대 명산으로 추앙받았고 1987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과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태산이 높아 보이는 것은 주변에 다른 산이 없고 대지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넓은 평야지대에 오로지 태산만 우뚝 솟아 있어 신비로움을 더하고 무척 높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산이 있다. 바로 나주평야 한가운데 우뚝 솟은 월출산이다. 198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은 마치 바다와 육지를 가르듯 가파른 능선이 평야를 가로지르고 있다. 

하지만 높이는 가장 높은 천황봉이 809m로 북한산(837m) 보다 낮다. 그럼에도 뾰족뾰족 성곽모양을 한 바위능선과 원추형 또는 돔형으로 된 갖가지 바위는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하여 설악산보다도 더 기이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별명도 호남의 소금강이다.

보통 천황사 쪽에서 출발하여 도갑사 방향으로 하산하는데 산이 높지 않음에도 경사가 가파르고 오르락내리락하는 등산로의 굴곡이 심해 등산객으로 하여금 땀께나 쏟게 한다. 특히 지금은 불타버린 천황사를 우회하여 구름다리로 오르는 등산로는 거의 직각에 가까운 경사로 등산객을 초입부터 질리게 한다. 


아찔한 즐거움 선사하는 구름다리//

그러나 비지땀을 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올라 구름다리 앞에 서면 바람폭포 쪽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천황봉까지 이어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바람폭포 옆 시루봉과 매봉을 연결하는 구름다리는 지상 120 미터 높이에 걸려 있다. 길이 52m, 폭 0.6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는 구름다리로 월출산의 명물 중 명물이다. 

튼튼한 철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매우 안전하지만 심장이 약한 등산객들은 오금이 저려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아찔하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거의 직각으로 세워져 있는 철 계단이 이어진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이나 겨울철 눈이 쌓여 있을 때는 조금만 방심해도 대형 사고가 날 수 있으므로 난간을 붙들고 조심조심 올라야 한다. 

이어지는 능선 길은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바위와 나무가 어우러진 풍광이 경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언덕에 올라서거나 구비를 돌아설 때마다 펼쳐지는 월출산 파노라마는 어째서 이 산이 호남에서 제일가는 명산인지 저절로 알게 한다. 

그리고 하늘과 통한다는 통천문 지나 300여 명은 족히 앉아 쉴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천황봉 정상에 서면 힘들게 올라온 등산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맑은 날에는 저 아래 영암은 물론이고 멀리 장흥군 일대와 목포시, 아득히 두륜산과 무등산까지 환히 내다보인다. 


또 다른 즐거움, 다양한 문화유산//

천황봉에서 정상에 오른 기쁨을 만끽하고 도갑사 쪽으로 하산을 시작해 약 1시간 정도 걸어가면 바람재 너머에 연꽃송이, 사자, 뱀의 머리, 매의 부리, 죽순, 붓끝 등을 닮은 9개의 봉우리가 나타난다. 바로 웅덩이 모양을 하고 있는 구정봉이다. 

구정봉에서 향로봉을 지나면 미왕재가 나타난다. 능선 길 이정표에 억새밭을 알리는 안내표시가 눈에 띄는데, 이 억새밭이 바로 미왕재를 일컫는 것이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이곳의 억새는 그리 볼품은 없다. 

미왕재에서 서쪽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면 화사한 동백꽃이 긴 여정을 축하하듯 반겨준다. 그리고 아름다운 동백꽃 너머 월출산 등반의 출발지이며 도착지인 도갑사가 자리 잡고 있다. 천황사 입구에서 도갑사까지 가는데 보통 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산의 규모를 생각하면 등산로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빼어난 산세를 자랑하는 월출산은 다양한 문화유산을 품고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곳은 천황봉을 넘어 도갑사로 가는 길에 만나는 국보 144호인 마애여래좌상이고  천황봉 남쪽의 단아한 사찰 무위사, 해탈문으로 유명한 도갑사 등이다. 도갑사 인근에는 왕인박사의 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여행 Tip

월출산에 가려면 먼저 영암에 가야 한다. 호남고속도로 광산 I.C를 빠져나가 13번 국도를 타고 가는 것이 보통이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통해 목포까지 간 다음 다시 2번 국도를 타고 해남 방면으로 가다가 819번 국도를 갈아타고 가도 된다. 

월출산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매년 3월 1일부터 5월 31일, 11월 15일부터 12월 15일 사이에 산불예방을 위한 입산통제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 기간 중에도 천황사-천왕봉-도갑사 구간과 경포대-천황봉 구간은 등산로를 열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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