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벨'이 울렸습니다

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 명작 -#별글사진동화17

by 이주현


오리 나라에는 세 개의 마을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소리를 자랑스러워하는 <우렁찬 소리, 오리 마을>, 넘치는 에너지로 운동하는 것을 즐기는 <힘찬 수영, 오리 마을>, 뛰어난 미적 감각으로 둥지를 잘 짓는 <멋진 둥지, 오리 마을>입니다.


그런데 요즘, 오리 나라의 지혜로운 어른 '스텔라'는 걱정이 생겼습니다. 자신을 '미운 오리'라고 생각하는 오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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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가 머무는 '지혜의 정원'에는 세 개의 벨이 있습니다. 마을의 소식을 스텔라에게 전할 때 사용하는 벨이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미운 오리 벨'로 불립니다.

'미운 오리'로 불리던 '나로'가 벨을 눌러 스텔라와 여러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그때부터 소식의 벨은 '미운 오리 벨'이 되었습니다.


나로는 혼자 생각에 잠겨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고, 수영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오리였습니다. 무리 지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한번 배운 행동을 기억해서 반복하며 살아가는 오리들에게, 따로 떨어져 낯선 행동만 골라서 하는 나로는 이해할 수 없는 미운 오리였습니다.


나로는 오랫동안 <미운 아기 오리> 동화에서처럼 친구들에게 구박과 놀림을 받았고, 그 상처로 인해 어쩌면 정말 자신이 미운 오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슬퍼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로는 스텔라에게 좀 더 넓은 세상으로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나로가 떠난 후, 오리들은 더 이상 미운 오리 벨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벨은 나로처럼 미운 오리가 되었을 때 눌러야 하는 벨로 여겨졌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다시 미운 오리 벨이 한두 번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자주 울렸습니다. 스텔라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다시 나로와 같은 일이 생겨서는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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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는 조금 전에도 미운 오리 벨이 울린 <우렁찬 소리, 오리 마을>로 향했습니다. 마침 마을에서는 다음 주에 있을 '큰 소리 축제'에 대한 회의가 한창이었습니다. 오리들이 모여 축제를 위한 생각들을 내놓았습니다. 우렁찬 소리 마을답게 여기저기서 큰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회의에서 선택된 내용들은 모두 마을에서 가장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대장 오리를 비롯한 몇몇 오리의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나머지 오리들은 자신들의 소리가 축제에 울려 퍼질 것을 기대하며 다시 한번 의견을 냈지만 역시 선택된 것은 목소리가 큰 오리들이 낸 의견이었습니다. 지켜보던 나머지 오리들은 그것이 속상했지만, 마을의 자랑인 더 우렁찬 목소리의 오리들 앞에서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렁찬 소리, 오리 마을>에서의 힘은 그중에서도 가장 우렁찬 목소리를 가진 오리들의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축제에서 멋지게 노래를 부르고 싶은 꿈은 언제 이루어질까..."


조용히 혼잣말을 하며 지나가는 오리를 보니 스텔라는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오리도 멋진 소리를 가진 오리가 분명했으니까요. 스텔라는 서운함이 가득한 오리들의 모습에 슬펐습니다.


스텔라는 우렁찬 몇몇 오리들의 목소리로 가득 찬 회의장을 빠져나와 생각에 잠긴 채 다음 마을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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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는 시냇가에 자리 잡은 <힘찬 수영, 오리 마을>로 들어섰습니다. 스텔라는 마을 입구에 놓인 미운 오리 벨을 보면서 오늘은 마음 아픈 오리가 없기를 바랐습니다. 수영 훈련이 한창인 곳으로 가니 꽁지의 기름을 꼼꼼히 바르고 준비를 마친 오리들이 트레이너들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앞으로 뻗어 나갑니다.

시원하게 헤엄치는 모습에 스텔라의 무거운 마음도 달래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편에 힘들어 보이는 오리들이 보입니다. 그 순간, 트레이너와 오리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귀에 들립니다.


"힘찬 수영 마을의 자랑인 멋진 오리님들! 더 힘을 내세요."


"어제, 오늘 너무 연습이 많아서 힘든데 오늘은 그만 하면 안 될까요?"


"안됩니다. 오늘 정해진 연습을 다 하지 못하면 어제처럼 남아서 보충 훈련을 해야 합니다. 더 힘찬 수영 마을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트레이너 오리의 말에 힘겨운 날갯짓으로 힘을 내보는 오리도 있었지만, 너무 힘들어 그대로 훈련을 멈춘 오리들도 보였습니다. 스텔라는 어제 늦은 오후 이 마을의 벨이 많이 울린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이대로라면 오늘 연습이 끝난 후에도 벨은 어김없이 울릴 것입니다. 연습을 다 채우지 못한 오리들은 스스로를 부족한 오리라고 생각할 것이고 그 슬픔은 자신을 미운 오리로 만들 테니까요.


스텔라의 잠시 달래 졌던 마음은 또다시 무거워진 채로 다음 마을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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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멋진 둥지, 오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미운 오리 벨 앞에서 서성이는 오리가 보입니다. 스텔라는 얼른 다가가 그 오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지금 힘들어 보여요. 좀 전에 미운 오리 벨을 누르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혹시 이유를 말해 줄 수 있을까요?"


"지혜로운 스텔라 오셨네요. 스텔라를 만나고 싶어서 벨을 누르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너무 기뻐요. 사실 며칠 동안 너무 많이 피곤하고 힘들었어요. 매일 새로운 둥지를 꾸밀 재료들을 찾아 친구 오리들과 먼 곳까지 다녀왔거든요. 하지만 오늘 문득 열심히 만든 내 둥지가 많이 초라하게 느껴졌어요. 매일 새롭게 탄생하는 화려한 둥지들 속에 나는 한없이 초라하고 작은 둥지를 가진 오리였어요. 그게 너무 슬퍼요."


스텔라는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는 오리에게 둥지를 보게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작고 예쁜 둥지를 만났습니다.


"너무 예쁜 둥지예요. 정말 튼튼하게 지어진, 햇살이 잘 드리우는 곳에 지은 아주 멋진 둥지예요."


하지만 스텔라의 진심이 담긴 말에도 슬픈 눈의 오리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습니다. 스텔라는 오리와 곧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마을을 더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숲 안 쪽으로 들어서자 정말 거대하고 화려한 둥지들이 곳곳에 서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크고 높은 둥지들을 부러운 듯 쳐다보고 있는 오리들이 있었고, 어디에서 좋은 재료를 구해야 하는지 바쁘게 정보를 나누는 오리들이 있었습니다.




마을을 모두 둘러보고 지혜의 정원으로 돌아온 스텔라는 며칠 동안 아주 긴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햇살이 눈부시던 어느 날 아침, '스텔라가 전하는 지혜의 편지'가 되어 세 개의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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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오리 나라를 꿈꾸는 오리님들께


최근 늘어만 가는 '미운 오리 벨'의 울림에 많은 고민을 했답니다.

벨을 누르지는 못했지만 같은 마음을 가진 오리님들도 많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행복한 마을, 행복한 나라를 위해 함께 만들어 갔으면 하는 것을 전합니다.


'우렁찬 소리, 오리 마을'은 이제 <개성 넘치는 오리들의 소리 마을>로 바꿔 보겠습니다. 오리님들의 소리를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특별한 소리 축제'를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소리가 특별하다는 것을, 여러분 모두가 각자의 소리를 낼 때 진정으로 행복한 오리라는 것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힘찬 수영, 오리 마을'은 이제 <건강한 오리들의 수영 마을>로 바꿔 보겠습니다. 모두가 똑같이 하는 연습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건강한 운동 방법과 수영 연습 방법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일상에서 함께 찾아가는 행복을 누리는 오리님들이 되셨으면 합니다.


'멋진 둥지, 오리 마을'은 <멋진 오리들의 따뜻한 사랑의 둥지 마을>로 바꿔 보겠습니다. 오리 나라의 미래를 키울 둥지에 가장 필요한 따뜻한 사랑을 담아 오리님들의 멋진 감각으로 둥지를 지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 오리님들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어떤 오리인지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한 오리 나라를 바라는 우리는 상처 받아서 작아진 '미운 오리'가 아닌 아름답고 당당한 '행복한 오리'로 살아가야 하니까요.

오리님들의 행복을 바라는 스텔라 드림



편지를 받은 오리들은 우렁찬 것만, 힘찬 것만, 멋진 것만을 위해 살아왔던 삶을 처음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오리마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꽥꽥, 꽤액, 꽥, 꾸웨에엑, 꽈악 꽈악,... <개성 넘치는 오리들의 소리 마을>이 '특별한 소리 축제' 준비로 들썩입니다.

수영하는 오리, 명상하는 오리, 산책하는 오리, 낮잠으로 쉼을 선택한 오리.. <건강한 오리들의 수영 마을>이 자신들의 건강법을 찾는 오리들로 분주합니다.

와르르르! 쿵! 이 소리는 <멋진 오리들의 따뜻한 사랑의 둥지 마을>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크고 화려하기만 했던 둥지를 허무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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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반짝반짝! 스텔라의 지혜의 정원에 놓인 세 개의 벨이 정신없이 빛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시죠! 스텔라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건 아니랍니다. 왜냐하면 그걸 바라보는 스텔라가 행복하게 웃고 있으니까요.


계속 빛나는 벨에 어떻게 행복할 수 있냐고요?

'미운 오리 벨'이 '행복한 오리 벨'로 바뀌었거든요. 행복을 느낄 때마다, 그리고 행복한 오리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소식을 전하는 <행복한 오리 벨>로 바꾸자고 얘기한 오리 덕분이랍니다.

그 멋진 생각을 한 오리가 궁금하다고요? 그 오리는 바로 '미운 오리'라고 놀림받았던, 오래전 마을을 떠나 넓은 세상을 여행하고 돌아온 '나로'였답니다.


이제 이곳은 행복을 알아가는, 행복을 선택한 오리들이 살아가는 곳이랍니다.






별글 사진 동화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는

우리들을 위한 사진동화입니다.


* Photo by 이 주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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