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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리런 Feb 16. 2021

자기 주도 학습이 필수인 시대

사교육비 투자 전 필수 과제 (2)

평소 하교하면 바로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고 숙제를 합니다. 시험 기간에는 시험 범위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고 교과서와 교과 선생님이 나눠 준 학습지를 이용해 공부합니다. 시험이 끝나면 결과를 분석하고 부족한 공부를 어떤 방법으로 보충할 것인지 고민하고 공부 전략을 수정합니다. 필요한 인강이나 학원 수강을 선택해서 잠시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평소 하교하면 학원에 가서 선행 학습을 합니다. 집에 오면 학교와 학원 숙제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다 하지 못한 것은 다음날 학교에 가서 마저 하거나 베낍니다. 시험 기간에는 시험 범위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모르지만 학원 선생님이 다른 학생을 통해 알아내서 준비해 준 학습 자료를 이용해 공부합니다. 시험이 끝나면 다시 학원 선행 학습을 따라가느라 바쁩니다.


자녀 분은 어떤 모습에 가까운 가요?

학교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다양한 학습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공부 방법이나 계획을 세우는 데 일부 서툰 학생들도 있고 깜짝 놀랄 정도로 매우 노련한 학생들도 있죠.

크게는 위의 두 가지 모습으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자기 공부의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로 말입니다. 다른 친구들을 따라 하거나(동조주의적 성향) 학교나 학원 선생님,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전체주의적 성향) 학생들을 많이 마주칩니다.




물고기를 먹을 줄만 아는 사람에게는 계속 물고기를 잡아줘야 합니다.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거나 연습시킨 일 없이 어느 정도 컸으니 알아서 잡아먹으라고 하면 어려움이 클 것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집밥만 받아먹다가 독립해서 본인 끼니를 챙기기 힘들어하는 성인들이 적지 않은 걸 보면 나이와는 상관없는 일인 듯합니다.

안전한 장소에서 필요한 지원을 해주면서 물고기 잡는 법을 스스로 익히도록 한 후에 독립시키는 게 이상적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사교육에 투자하기 전에 자녀의 자기 주도 학습 능력 갖추기를 먼저 신경 써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은 공부에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공부의 방향키를 사교육에 넘기는 순간 사교육비는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불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생이 스스로 왜, 무슨 공부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에 대한 보충 학습을 먼저 직접 시도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혼자서 해결이 어려운 경우 그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받기 위해 부모님께 구체적으로 필요한 사교육을 선택 요청하는 순서로 가야 한다고 말이죠.


혹은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키우는 것도 사교육에 맡기면 된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향상됩니다. 사교육에 적지 않은 돈을 주고 맡겼는데 빠른 시간 내에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는 경우에도 마냥 기다릴 수 있을까요? 아마 다른 곳을 찾으실 겁니다. 결국 수강생을 뺏기기 싫은 사교육 입장에서는 학생을 위한 자기 주도 학습 습관 들이기보다 당장 성적을 올릴 훈련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어린아이가 음식을 흘리며 어설픈 숟가락질을 해도 혼자 힘으로 밥을 먹는 걸 기다려 주는 게 좋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어린이집에 등원시켜야 할 시간이 다가오면 지각을 면하기 위해 숟가락을 뺏어 먹여주기 쉬운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는지 못 했는지 중학교에서는 모릅니다. 중학교 내신도 특목고를 준비하지 않는 이상 고등학교 진학 후 대입을 준비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은 없습니다.(사실 특목고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자기 주도 학습이 더욱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의미 없는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길게 보며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키울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요? 당장은 틀리고 못하더라도 더 중요한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믿고 지원해주는 겁니다. 그 능력은 평생을 책임질 자원이 될 것이며, 그걸 얻기 위한 절대적인 여유와 신뢰는 부모님만 줄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필요하다고 제시하는 공부를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관점에서 학생 본인이 직접 관리하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전환하는 것이 자기 주도 학습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해본 자기 주도 학습의 장점과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자기 주도 학습의 장점

1) 스스로 학습 계획 · 점검,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메타인지 능력이 향상된다.
2) 공부 효율이 높아져 공부시간이 줄고 놀이·휴식 시간(창의력 향상)이 확보된다.
3) 고차원적 사고력이 발달해 학습에 대한 자신감과 의욕이 높아진다.
4) 불필요한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줄여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


교육의 단 하나 진정한 목표는 바로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그것을 가르치지 못하는 교육이라면 헛되게 낭비하는 노력일 뿐.

-도로시 L. 세이어즈 <잃어버린 배움의 도구들>



자기 주도 학습의 방법


1) 목표를 확인하고 계획한다.

학생이 용돈을 받으면 다음에 받는 날까지 대략 하루에 얼마 정도 쓸 수 있는지 기준 금액을 설정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목표 시험의 범위와 남은 일수를 따져서 하루에 공부할 양을 구체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학교 내신을 위한 공부라면 그날 배운 것을 당일 복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필 평가 대비가 됩니다.


2) 학교 수업 내용을 당일 복습한다.

처음 자기 주도 학습을 한다면 노트에 따로 수업 내용을 요약하며 복습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약이 익숙해져 노트에 쓰는 시간이 불필요하게 느껴진다면 교과서에 밑줄을 긋고 내용을 보충하며 단권화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자신의 스타일과 과목의 성격에 따라 방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일 복습을 통해 완전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3) 교과 선생님(시험 출제자)의 도움을 받는다.

혼자 제대로 공부하려면 요약정리하거나 교과서에 단권화한 내용 중 빠지거나 불필요한 것이 없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시험 출제자의 도움을 받아 공부할 범위를 설정하고 필요한 것만 정확히 골라내면 공부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4) 시험 기간에는 무조건 반복학습을 한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답을 쓰지 못할 뿐 손으로 글씨를 못 쓰는 일은 없습니다. 손으로 글씨 쓰느라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머릿속에 떠올리기 연습을 반복하는 게 좋습니다.


5) 시험 후 반드시 시험지를 분석한다.

시험 문제를 틀리는 것은 배우지 않은 것이 나와서가 아니라 배운 걸 정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왜 틀렸는지 이유를 정확히 알아낸 후 다음 공부 전략에 반영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것은 시험에 나올 수 없습니다. 이런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을 공부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교과 선생님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빠뜨리고 공부 안 한 문제 역시 확인 과정을 건너뛰었기 때문입니다. 혼자 공부할 때는 더욱 시험 출제자와 친해져야 합니다.

그밖에 공부했는데 틀린 문제는 정확히 외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이 없도록 요약 노트나 교과서를 보지 않고 말하거나 떠올리는 연습을 어느 정도 반복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시험에 나오는 것만 직접 추리고 시험 출제자에게 확인받아 복습하는 방식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해 공부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 공부(학년 범위를 넘어서는 개념을 담은 문제집이나 사교육 학습지)와 당장 불필요한 공부(선행학습)에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스스로 본인에게 맞는 공부 계획과 전략을 짜는데 시간을 쓰고 꼭 필요한 부분에만 제한적으로 사교육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게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을 준다면, 4시간은 도끼날을 가는데 쓸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말은 쉽다고 자녀가 알아서 공부를 해주면 참 좋겠지만 억지로 시킬 수밖에 없는 마음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 이어서 그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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