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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Nov 17. 2016

[디에디톡] 파타고니아에서 마시는 술

탐험가는 어떤 술을 마셔요? 

우리는 약간 취해있었다. 짙은 담배 연기와 함께 시작된 인터뷰는 와인잔을 부딪히며 정절에 달했다. 오지의 모험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술로 흘러갔다.



대장님은 어떤 술을 좋아하세요?
아니, 술을 좋아하시긴 하나요?

어떤 술을 즐기는 지 묻는 건 낯선 이에게 혈액형을 묻는 것과 같은 나만의 심리테스트다. 이건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아이메시지 형태로 재구성한 인터뷰다. 세상의 끝에서 마시는 술은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하다면 스크롤을 내려보자.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


로스 글라시아레스(Los Glaciares)는 아르헨티나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거대한 빙하로 뒤덮인 곳이다. 이곳엔 재미있는 코스가 있다. 빙하를 내려온 후, 빙하를 깨서 위스키와 함께 온 더 락스로 즐기는 것. 수만 년 동안 쌓인 맑고 투명한 얼음을 넣어 마시는 술은 단순한 위스키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남영호 대장이 좋아하는 술


이번 디에디톡 인터뷰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남영호 대장님의 술 취향. 좀 더 자세히 보자.


산토리 가쿠빈

맥주를 만들던 산토리가 위스키를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내저었다. 하지만 산토리 창업자 도리이 신지로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 최초로 스코틀랜드 위스키 유학을 다녀온 다케스루를 공장장으로 영입, 1932년 야마자키 증류소를 세운다. 10년이 넘도록 개발과 연구를 멈추지 않은 그들은 결국 가쿠빈을 탄생시켰다. 부드럽고 어디 하나 튀지 않는 밸런스가 좋은 맛. 산토리는 섬세한 일본인의 미각에 맞춰 동양적인 맛을 내는 가장 일본스러운 위스키다. 누구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일본에서 위스키를 만들어낸 그들이 바로 미지의 세계의 개척한 일종의 탐험가가 아닐까?



글렌모렌지 익스트림리 레어 18

글렌모렌지는 숙성이 끝난 위스키를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오크통에 넣어 2차로 다시 한번 더 숙성한다. 나무는 그곳의 공기, 물, 대지를 흡수하는 스펀지다. 다른 지역의 오크통을 쓴다는 건, 그곳을 위스키 안에 녹여낸다는 소리와 같다. 2차 숙성을 위한 새로운 오크통을 찾아내기 위해 글렌모렌지는 세계 전역을 두 발로 누비고 다닌다(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남들이 보면 오크동이 별거 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큰 맛의 차이를 만든다. 글렌모렌지 18년 숙성은 뚜렷한 개성의 싱글몰트위스키다. 미국산 화이트 오크 통에서 15년간 숙성을 거친 후, 스페인산 셰리통으로 옮겨져 3년간의 추가 숙성을 마친다. 미국과 스페인의 만남으로 향과 맛은 더욱더 풍성해진다.



맥캘란 파인오크 15년

나한테 잘 맞는 술을 발견한다는 것은 일종의 미각적 탐험이다. 특히나 시간을 중시하는 싱글몰트위스키를 맛본다는 것은 과거로 떠나는 시간여행이다. 파인오크 15년은 싱글몰트 특유의 스파이시한 맛은 조금 약하지만, 대신 꽃향기 시트러스 등 복합적인 맛과 향이 입안에서 팡펑 터진다. 다 마신 후 입안에 남는 달콤한 바닐라 향도 일품이다.


남영호 대장은 지금 파타고니아에 있다.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그곳에서도 틈틈히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전 무사합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파타고니아로 떠난 남자들 ‘파고남’의 여정이 궁금하다면, 여기로 가보자. 남대장의 여정을 스토킹하는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다음 이야기는 좀 더 스릴 넘치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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