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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l 09. 2017

서울의 밤을 맛보다

내가 사랑하는서울, 그리고 밤 

간만의 술리뷰. 아닌가? 아님 말고.

 

얼마 전부터 나의 눈길을 잡아 끈 술이 있었다. 아마 이름 때문이었을 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두 단어를 합쳤으니까. 서울의 밤. 이름을 들으면, 영원히 잠들지 않는 나의 사랑스런 도시가 그려진다.



 고마운 사람이 선물로 준 이 술은 바로 따지 않고 묵혀두었다. 가장 음험한 날을 위하여.


그놈의 1주년이 뭐라고. 투우 경기의 황소처럼 하나의 점만 보고 달렸다. 저 멀리서 펄럭이는 빨강 망토가 사라지고 나니 문득 허무해졌다. 그래, 일 년 동안 참 잘 버텼지. 그래서, 그 다음은 뭔데?

   

점심부터 저녁까지 꼬박 미팅으로 꽉 채운 어느 날. 하루 종일 떠드느라 입에서 단내가 모락모락 나고, 몸은 꺼질 듯 무거운데 정작 잠은 오지 않는 그런 날. 뭐에 홀린 듯 서울의 밤을 깠다.


서울의 밤은 한국식 럼이다. 화이트럼과 오크통에서3년에서 5년 이상 숙성시킨 럼에 매실청을 블렌딩 하고, 이것을 증류해 만들어냈다.


맛은 오묘하다. 증류 덕분에 매실청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고, 톡 쏘는 알콜향과 사케처럼 들척거리는 맛이 혀 안에 감돌다가 툭 하고 사라진다. 사케와 소주의 중간 정도 맛이라고 하면 조금 더 그림이 그려질까?


진처럼 자기주장이 강하지도 보드카처럼 아무 풍미도 없는 맛은 아니다. 알코올 도수가 25%이니, 스트레이트보다는 다른 것과 섞어마시는 것을 추천. 그래서 기지를 발휘했다. 어차피 오늘 밤 숙면을 취하기는 그른 것 같으니 마음껏 달려보자.


핫한 서울의 밤을 더 뜨겁게 즐길 수 있는 방법. 요즘 즐겨마시는 레드불 더 썸머 에디션을 넣은 ‘서울의 BOOMB’이다. 빠밤. 레드불을 넣은 폭탄주를 내 방구석에서 혼자 홀짝이려니 영 가오가 안 사는 건 함정.


서울의 밤과 레드불 더 썸머 에디션의 비율은 3대 1. 열대과일향과 새콤달콤한 맛 덕분에 우산을 꽂은 칵테일 같은 맛이 난다. 결론이 난다. 서울의 밤은 칵테일로 마시기에 좋은 술이다. 오늘은 레드불이었지만, 맥주나 콜라 무엇과도 궁합이 좋을 테지.


처음엔 이름만 섹시했지 정작 맛은 좀 밍밍한게 아닌가했다. 그런데 반 잔(반 병이 아니라)쯤 비우고 보니 왜 이런 이름을 지었는지 알 것 같다. 새벽 한 시. 적어도 지금 내 서울, 내 방은 적막하고 고요한 서울의 밤 맛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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