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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l 18. 2016

도수가 뭣이 중한디? 무알콜 맥주 5종 시음기

무알콜 맥주 5잔을 마시니 배가 터질 것 같더라 


안녕, 오빠들. 에디터M의 낮술 시리즈가 돌아왔다. 이번엔 에디터H와 M이 영상까지 준비했으니 일단 보고 시작해볼까?



자, 오늘은 무알콜 맥주 5종이다. 나는 원래 술을 잘 못하니까. 처음 이 기사를 준비했을 때 에디터H는 대체 취하지도 않는 술을 어따 쓰냐고 계속 쨍알댔지만, 난 남의 말 같은건 듣지 않고 오직 내가 갈 길을 가는 심지 곧은 여자니까. 산뜻하게 무시하고 그대로 진행.



사실 지난 호가든 삼남 매 시리즈 때(아직 못봤다면 여기로) 대낮부터 술에 취해 벌건 얼굴을 하고 연트럴 파크를 휘적휘적 다닌 내가 너무 창피했다. 그래서 이번엔 아무리 마셔도 절대 취하지 않는 무알콜 맥주를 준비했다(무알콜을 마시고도 내 얼굴이 벌게졌다는 건 우리만 아는 비밀로).


영상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말을 기사로 풀어보겠다.



하이트제로 0.00



첫 번째는 국산 무알콜 맥주 하이트제로 0.00이다. 여려분의 시간과 내 노동력은 소중하니까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겠다. 먹지 마시라. 이걸 마시느니 얼굴이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도 그냥 취하고 말겠다.


음… 이 지독한 맛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에디터H는 하늘보리와 17차 그리고 헛개수까지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차음료를 섞은 뒤 탄산을 더한 맛이라고 평했다. 나도 동의한다. 맥주의 맛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다. 패키지에는 100% 유럽산 아로마 호프를 넣었다고 쓰여있는데 아무래도 새의 눈곱만큼 넣고 이렇게 생색을 내는 것이 틀림없다. 이 말이 떠오른다.  ‘먹지 마세요. 남에게 양보하세요.’



카라말츠 클래식



카라말츠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무알콜 맥주 중 하나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말츠비어(malzbier)라고 불리는 종류로 맥아를 당화만 시킨 후, 낮은 온도에서 알콜의 발효를 억제해서 만든 무알콜 맥주다.


이름처럼 짙은 캐러멜 향이 나고 질감도 꿀처럼 묵직하다. 맛은 참 많이 달다. 솔직히 패키지만 보고 흑맥주 맛이 나는 무알콜 맥주가 아닐까 기대를 했지만, 결론적으로 흑맥주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달고 144칼로리의 열량도 어마 무시하다. 솔직히 여름과 어울리는 맛은 아니다. 날이 좀 더 추워지면 다시 도전해보자.



바바리아 0.0%



오늘 무알콜 맥주 시음기란 지옥에서 우리를 구원해준 히어로, 바바리아다! 멋져. 바바리아는 1719년 네덜란드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3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대손손 이어져오는 비법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바바리아의 무알콜 맥주가 특별한데는 이유가 있다. 1978년, 세계 최초로 알콜 도수 0.000%를 개발해 전세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그 맥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오늘 무알콜 맥주의 시초를 마시게 되는 거다.


역시 원조는 다르다. 바바리아 무알콜 맥주는 알콜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맥주의 맛과 향을 온전히 담고 있다. 영상에서는 ‘어떤 복잡한 기술’이라며 얼버무렸지만, 몰라서 그랬던 것은 아니고 어려우실까봐 설명 안 한거다. 헤헤. 생물반응기(Bioreactro) 공법으로 알콜을 생성하는 이스트세포의 기능만을 억제한 덕분에 맥주 특유의 홉과 산미가 모두 살아있다. 특히 단 맛이 안나서 마시기에 매우 흡족하더라.



산미구엘 무알콜



필리핀 대표맥주 산미구엘도 무알콜이 있길래 덮석 집어왔다. 덥고 습한 나라에서 마시는 맥주인만큼 가볍고 깔끔한 맛이 훌륭해서 무알콜 맥주도 기대가 컸건만… 이런 XX. 산미구엘이 나에게 똥을 줬다. 이번 시음기 최고의 맥주 다음으로 최악의 맥주를 마시게 된 건 혹시 가혹한 운명의 데스티니였을까?


처음 마셨을 때 이것이 상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맛이 고약했다. 특히 냄새가 참을 수 없을 정도인데 표백제와 오줌을 섞은 듯한 향이다. 게다가 요상한 단맛까지 감돌아 우리의 입맛을 버려놨다. 할 말은 이 것뿐. 내가 여러분의 돈을 아껴드리겠다. 사지도 먹지도 마시길. 행여 맥주칸에서 산미구엘 무알콜 맥주를 발견했다면, 멀리멀리 돌아가길 추천한다.



화이트베어 클래식 몰트



아무리 무알콜 맥주라고 해도 앉은 자리에서 연달아 4캔을 마셨더니 지치더라. 그래서 사실 마지막인 화이트베어의 맛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미안하다.


꽤 진한 갈색에 풍성한 거품. 달긴 하지만 맥주 고유의 풍미는 꽤 잘 살아있어서 ‘마실만’ 했던 것 같다. 전반적으로 ‘엿’같은 맛이었는데, 욕이 아니라 끈적한 질감과 색, 그리고 단맛까지 호박엿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건 절대 욕이 아니다.



the-ed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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