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먹는 막걸리, 술샘 이화주
“여러분, 이게 뭐게?”
놀랍게도 술이다. 그것도 막걸리. 심지어 숟가락으로 푹 떠서 먹는.
이름은 이화주(梨花酒). 배나무의 꽃 술. 봄을 알리는 소담스러운 하얀 꽃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길. 술에 배꽃이 들어갔다는 건 아니다. 고려 때부터 배꽃이 필 무렵에 누룩을 띄워 여름에 빚는 술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우리 선조들은 참 낭만적이기도 하지? 아마도 이화주는 전통주 중에서 가장 서정적인 이름이 아닐까.
이화주는 양반의 술이다. 살포시 떠서 입안에 넣고 살살 녹여 먹는다. 벌컥벌컥이 아니라 조심스럽게 떠서 마시는 술. 먹는 방법부터 우아한 것이 양반의 술이란 걸 말해준다.
이화주는 특별하다. 다른 술과 달리 떡을 만들어 빚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떠먹을 수 있는 쫀득한 식감. 알코올 도수는 8%. 일반 맥주가 5% 정도니까 만만히 보면 곤란하다. 하지만 맛있어서 자꾸 먹게 되니까 더 곤란하긴 하다.
이화주는 막걸리처럼 술의 종류다. 국순당에서도 이화주를 내놓은 바가 있고 국내에도 이미 몇 종류의 이화주가 있다. 오늘 소개할 이화주는 술샘이 내놓은 술이다. 술샘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젊은 양조장인데, 지난번에 마신 미르가 기대 이상의 맛을 내서 기대가 크다(미르 후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로).
100mL의 용량을 유리병에 담았다. 요거트 처럼 새하안 색은 아니고, 옅은 노란빛을 띤다. 점도는 오래 끓여낸 크림수프 정도. 부드럽기도 하고 쫀득하기도 한 것 같은 뽀얀 술을 한 숟가락 떠서 입안에 넣으면, 행복해진다.
이화주를 먹을 땐, 이 섬세한 맛을 행여 나의 성급한 혀놀림이 다 망쳐버리지 않을까 조심스러워진다. 그러면서도 어미젖을 찾는 아가처럼 입맛을 쩝쩝 다신다. 쩝. 생각보다 많이 달지 않고 적당히 드라이한 맛이 인상적이다. 쌀의 오돌토돌한 식감이 입안에서 굴러다닌다.
쌀이 가진 단맛과 발효하면서 나오는 새콤한 맛의 조화가 좋다. 깊은 단맛과 새그러운 맛이 어우러져 자꾸만 숟가락이 간다. 입에 넣자마자 막걸리 특유의 톡쏘는 맛이 매력적인데, 맛있다. 정말로.
적당히 달고, 새그럽고, 먹으면 취기가 올라오는 완벽한 어른의 디저트 이화주.
솔직히 한 통은 홀랑 비워내고, 촬영 땐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적당히 익어 단맛이 충분한 복숭아를 잘게 썰어 얹어냈다. 그 자체로 맛이 풍부하니 과한 레시피보다는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식감을 살려줄 토핑이 어울린다.
아, 여러분은 혹시 전통주는 온라인으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그동안 술 리뷰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 바로 살 수 없다는 거였다. 초록창에 물건 이름만 검색하면 나오는 게 아니라, 직접 발품을 팔아야만 살 수 있다니. 어디서 살수 있냐는 댓글을 볼 때마다 난감했다. 유통망이 빵빵해서 편의점이나 마트마다 있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술들이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난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여러분 초록창에서 술샘 이화주를 검색하세요. 올해 하반기부터 전통주의 오픈마켓 등 일반 상업 온라인 쇼핑몰에서 살 수 있도록 허락하면서 지마X 옥X, 티X, 쿠X 아니면 그냥 초록창에서 술샘의 이화주만 치면 신용카드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수많은 결제 방식이 사이버상에서 우리의 지갑을 노리고 있다는 말씀. 그러니까 여러분, 지금 당장 주문하세요. 가격은 100mL 5병 세트에 3만 원대.
어느 주말, 제철 과일을 썰어 넣고 나무 스푼으로 한 입씩 술을 떠먹는 이 맛. 어른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완벽한 어른의 디저트.
술샘 이화주 100mL
Point – 떠먹는 막걸리
With – 블루베리, 복숭아 요거트에 올리면 좋을 토핑들
Nation – 한국
Style – 이화주(梨花酒)
ABV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