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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Sep 08. 2017

나 오늘 좀 어두워요

하이네켄 다크 라거

초록색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반짝이는 포켓볼이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테이블,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찾는 초록창, 크리스마스의 트리. 그리고 이거. 청명한 초록색의 상징 하이네켄.



지난 기네스를 시작으로(당신이 기네스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기사를 보자)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맥주를 찬찬히 씹어보는 시간. 그 2탄은 하이네켄이다.



“너 지금 나한테 싱겁다고 했어?”



음. 글쎄. 하이네켄을 어떤 맛이라고 하면 좋을까. 깔끔하고 시원한 맛?


바야흐로 맥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맥주들이 내가 제일이라며 강한 개성을 뽐내는 요즘. 하이네켄은 먼 길 돌고 돌아 찾는 고향 같은 맥주다. 언제 마셔도 익숙하고 친근한 그 맛. 하이네켄을 가만히 음미하면 달콤한 향이 먼저 나를 반긴다. 라거 특유의 가벼운 첫맛에 비해 끝맛은 꽤 묵직하다.


입안을 때리듯 강한  탄산이 있는 것도 그렇다고 찌인한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하이네켄은 분명히 맛있는 맥주다. 민낯이 예쁘려면 원래 예뻐야 하는 법. 기본기가 튼튼하지 않으면 이렇게 깨끗한 맛을 내기란 더 어려운 거니까. 이것이 바로 하이네켄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겠지.



이건 에디터M의 알아두면 쓸데없는 잡학지식. 하이네켄 하면 떠오르는 건, 초록색과 빨간 별 그리고 웃고 있는 알파벳 e가 있다. 하이네켄의 로고를 잘 살펴보면 중간에 알파벳 e가 비뚤어져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이 살짝 올라간, 비뚤어진 녀석은 마치 웃고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스마일e라고 부른다.



“내가 어두워지는 거 보고싶어?”



자, 이제 본격적인 리뷰를 시작해보자. 하이네켄에게 어두운 형제가 있었다. 하이네켄 다크라고 불리는 이 녀석은 겉모습은 어둡고 탁해도 막상 친해지면 여리고 착하다.



하이네켄 다크는 전통적인 흑맥주는 아니다. 흑맥주의 탈을 쓴 라거. 즉 하이브리드랄까. 하이네켄의 가벼운 맛을 아래로 끌어내리고, 흑맥주의 무거운 맛을 약간 끌어올린 회색 지대의 맛. 아니, 이렇게 이야기하자. 라거의 장점과 흑맥주의 장점을 모두 갖췄다.


다크 라거 탄생의 비밀을 이렇다. 하이네켄 맥주의 원료에 속하는 100% 몰트를 그대로 사용하되 기존의 로스팅 기법과 비율에 차이를 둔 결과다.



잔에 따르면 적당히 진한 색을 띤다. 검지만 투명하다. 사진으론 미처 표현되지 않았지만, 불빛에 비추면 붉은 기운이 돈다.라거와 흑맥주의 중간. 차라리 앰버에 더 가까운 색이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하이네켄 다크가 품고 있는 맛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그런 색이다.



거품은 성긴 편. 빨리 마시지 않으면 거품이 금세 사라지기 때문에 한눈팔지 말고 바로바로 마시자.



코를 갖다다면 구수한 빵과 캐러멜향이 올라온다. 그동안 흑맥주에 맛을 설명하면서 들큼한다는 표현을 자주 썼었는데, 하이네켄 다크의 경우 그 들큼함의 밀도가 낮다. 바로 뒤로 치고 올라오는 새금한 맛 때문일까? 과하지 않은 신맛은 잘 익은 과일처럼 싱그럽다. 놀라운 건, 기존의 하이네켄보다 탄산이 더 강해서 라거의 인상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전반적으로 무겁거나 쓰지 않고, 가볍고 구수한 맛이다. 여기에 적당한 탄산 덕분에 깔끔하게 마실 수 있다. 솔직히 뭐든 하드코어한 맛을 즐기는 나에겐 좀 애매할 수도 있지만, 평소 라거를 즐겨마시는 에디터H는 자기가 마셨던 흑맥주 중에 가장 맛있다며 아주 흥겨워하더라.



자 이제 두서없는 리뷰를 정리해보자. 라거는 너무 가볍고, 에일은 쓰고, 그렇다고 흑맥주는 너무 무거운 그런 날. 뭘 마시긴 해야겠는데 당최 무엇을 원하는지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는 그런 날엔 하이네켄 다크를 선택하자. 당신은 미처 깨닫지 못 할지라도 한 입 마셔보고 나면 알게 될 거다. 아마 이런 맛을 원하고 있었던 거라고.




하이네켄 다크 라거 500mL
Point
 – 흑맥주와 라거 사이의 양다리
With – 갈팡질팡 내 마음
Nation – 네덜란드
Style – 다크 라거
ABV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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