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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Dec 01. 2017

캠핑은 장비발이다

스노우피크 & 지포

여러분 안녕, 에디터M이다. 어제의 기사를 본 사람을 알겠지만(아직 안봤다면 여기로) 디에디트의 세 여자가 캠핑을 다녀왔다.



테마는 감성. 목표는 잘 먹기. 이틀 전부터 치열하게 메뉴를 선정하고 주섬주섬 장비를 챙겼다. 우리가 원래 좀 유난스럽다. 기사 한 편으로는 다 담지 못한 우리의 캠핑 이야기. 그래서 이번 기사는 지난 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캠핑의 즐거웠던 순간을 담았다.



동행한 프로 캠핑인이 워낙 스노우 피크를 좋아해서 공교롭게 거의 모든 장비가 스노우피크다. 사실 난 태어나서 캠핑을 처음 가본다. 그동안 차가 없어서 혹은 문밖은 별로 취미가 없어서 이래저래 기회가 닿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스노우피크는 참 좋아한다. 



좋은 만듦새. 자기네가 만들고 싶은 물건만 만드는 고집. 딱 필요한 기능은 넣고 불필요한 디테일은 버린고, 대신 그 자리에 감성으로 채우는 세련됨. 아마  내가 캠핑을 좋아했다면, 열렬한 스등이(내가 만든 말이다)가 되었을거다.


아쉽게도 당일 날 비가 온다는 섭한 소식을 들었다. 결국 내내 흐리다 비가 왔다. 하지만 뭐, 흐린날의 캠핑도 꽤 운치가 있더라고.



해와 비를 막는데는 타프 만한 게 없지. 우리를 지켜줬던 스노우피크 헥사타프. 사방이 막히지 않아 우리가 간 캠핑장의 자연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사각형의 렉타 타프가 더 실용적이긴 하지만, 6개의 팔을 쫙 벌린 헥사가 더 간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은 잣나무 아래서 우리의 타프가 그리는 우아한 곡선. 



타프를 치고 적당한 거리를 둔 후 장작을 피운다. 난생처음 ‘불멍’이란 단어도 배웠다. 화로대에 장작을 넣고 불을 보며 멍 때리는 걸 말한다. 장렬하게 자신의 몸을 불살르고 공중으로 흩어지는 불씨는 봐도봐도 질리지 않는다.



불씨를 키우는데 최고! 지포 파이어 스타터. 삼나무를 혼합한 톱밥을 압축해 만든 동그란 스타터로 젖은 장작도 타오르게 한다는 물건 중의 물건! 빠밤.



기껏 불씨를 키워도 관리를 잘못하면 금새 사그러든다(내가 활활타고 있는 불을 많이 죽여봐서 안다). 일단 장작을 잘 쌓는게 포인트다. 산소가 통할 숨구멍을 만들면서 쌓아야 균일하게 활활 타오른다. 참고로 화로도 스노우피크 제품이다. 역사각뿔 형태라 불씨가 퍼지지 않고 잘 모이더라.



테이블도 챙겼다.  캠핑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캠핑장비는 과학이더라. 스노우피크의 테이블은 접힌 상태만 보면 이게 정말 테이블이 되는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접고 펴는데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렇게 저렇게 펼쳐놓고 나면 꽤 근사하고 튼튼한 테이블이 된다.



본격적인 음식을 시작하기전, 요동치는 위를 달래기 위해 뜨거운 커피 한잔. 스노우피크의 설봉스태깅머그. 세 개의 컵을 착착 접으면 컵 하나 정도의 부피로 변신하는 실용적인 녀석이다. 하지만 이 컵의 진짜 매력은 따로 있다. 티타늄으로 만들어졌지만 차갑지 않고 은은하고 따듯한 느낌. 특히 입에 닿을 때 쇠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서 커피 맛이 더욱 좋았다.



몸에 축적해 둔 지방이 거의 없는 막내는 추위를 많이 탄다. 요즘 부쩍 떨어진 기온 때문에 추울 수 있으니 챙긴 지포 미니 손난로.



지포 전용 기름을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옮겨 담고 또 이것을 미니 손나로에 옮겨야 하는 성가신 작업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번거로움을 즐겨보자. 본디 캠핑은 귀찮고 번거로운 법.



일단 불이 붙으면 12시간은 충분히 따듯하다.



이제부턴 본격적인 먹방이다. 에디터H가 소리친다. “캠핑은 먹으러 오는 거야. 여기선 먹는 거 말고는 딱히 할일이 없거든.” 그말이 사실이었다. 스파게티를 시작으로 두 번의 스테이크, 카프레제, 카나페, 마무리 라면까지. 정말 야무지게 먹고 또 먹다가 돌아왔다. 그중에 하이라이트는 당연 스테이크.



뜨겁게 달궈진 무쇠팬위에 버터 한 조각을 올리고 스테이크를 굽는다. 치익. 잣나무 숲에 비내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아스파라거스와 파프리카, 양송이, 양파까지 올려 냠냠.



음뇸뇸. 조금 오버쿡이 되긴 했지만, 유명 스테이크집이 부럽지 않은 맛이었다. 나중엔 버터에 야채만 구워먹었는데도 맛있더라. 에디터H는 싸온 귤도 구워먹던데 그것 빼고는 다 맛있었다.



버너에 사용한 가스도 스노우 피크 제품. 솔직히 마트에서 사면 반 가격 정도에 구입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가스까지 맞추면 멋지잖아? 스노우피크는 심지어 가스도 시크하다.



어느정도 배가 차니 다들 의자 자리를 잡는다. 접었을 땐 어른 팔 크기 밖에 되지 않더니, 펴면 튼튼한 의자가 된다.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높이에 팔걸이까지 있어 굉장히 편안하다. 여기에 앉아 불을 바라보다보면 몇시간도 있을 수 있다.



의자 옆에선 호즈키 모리 램프가 은은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불바람에 반응하는 흔들림보드가 있어 주변이 고요해지면 불빛이 잦아들다 소란스러우면 다시 밝아진다. 꼭 작은 반딧불이처럼 작은 생명체 같다.우리의 테마였던 감성캠핑에 딱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캠핑은 장비발이다.” 캠핑 초보인 나는 이 말이 그저 허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캠핑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면서 이말의 의미를 실감했다. 황량했던 캠핑장에 불씨가 피어오르고 하나둘씩 장비가 채워지면서 무엇이든 가능한 공간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은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든든한 장비 그리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캠핑이었다. 날이 좀 더 풀리면, 꼭 한 번 더 가고 싶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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