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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an 09. 2018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DJI

지난 연말엔 돈 쓸 일이 많았다. 새로 들인 장비 중에 아직 친해지지 못해 서먹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나의 동료이자 대표인 에디터M은 틈만나면 주판 튕기듯 아이폰 계산기를 들여다보며 “돈이 없네” 타령을 일삼는다. 그 소리가 고까워서라도 올해는 소비를 자중하리라 마음 먹었건만, 연초부터 DJI가 한 방 날리는구나.


[오즈모 모바일로 촬영중인 막내, 보조배터리 항시 연결중]


지난 여름부터 DJI의 오즈모 모바일을 쓰고 있다. 사실 구성품에서 여러모로 양아치 같은 냄새가 났지만, 이건 나중에 따로 비난할 자리를 마련해보겠다. 제품 자체는 훌륭했다. 잘 만든 모바일 짐벌이다. 오즈모 모바일이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덧붙이자면, 스마트폰을 장착해 사용하는 촬영 보조 기기다. 걷고 움직이며 영상을 찍어도 흔들림을 막아주고 수평을 유지해준다. 초보자가 촬영한 정신 사나운 영상에서 살짝 전문가의 향기(?)가 배어들게 하는 치트키라고나 할까.


여튼, 37만원 주고 구입한 오즈모 모바일과 나는 여즉 행복했었다. 오늘이 오기까지는.



DJI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 CES에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오즈모 모바일2. 좋아하는 제품의 신 모델이 나오는 건 반가운 일이다. 전작에서 금속이었던 부분을 고강도 나일론 소재로 대체해 20g 정도 가벼워졌으며, 접이식으로 설계해 부피마저 줄였다.



그간 아쉬웠던 부분도 강력하게 개선했다. 스마트폰 세로 장착 기능이 추가되는가 하면, 쓸만하면 앵꼬나던 
배터리는 무려 15시간 사용이 가능해졌다고. 이게 말이 되는가? 가장 말이 안 되는 부분은 가격이다. 오즈모 모바일은 출시 당시 40만 원이었는데, 오즈모 모바일2는 고작 17만 2,000원. 갑자기 화가 나기 시작한다. 무겁고 배터리가 형편없는 전작을 비싸게 사고 호구가 된 기분이다. 어찌할지 몰라 거품을 물고 있는데, 막내 에디터가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와, 17만원이면 정말 싸네요.
이제 사무실에서 1인 1오즈모해도 되겠어요.”


참신한데? 정말 좋은 생각이다. 머리가 굳은 나는 왜 저 생각을 못했을까. 우리 대표 에디터M은 못 들은 척하고 있지만, 우리는 1인 1오즈모 시대를 꿈꿔보기로 한다.



사실 함께 공개된 3축 짐벌 ‘로닌-S’가 더 매력적이긴 하다. 이건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용 짐벌이다.



이전까지 필요성을 느꼈음에도 카메라용 짐벌을 구입하지 않았던건, 내가 사용하기엔 너무 무겁고, 크고, 거추장스러웠기 때문. 로닌-S는 그런 우려를 공략하는 영리한 제품이다. 사용법은 오즈모 모바일과 비슷한 수준으로 아주 간단하다고. 소니, 캐논, 니콘 등 다양한 제조사의 제품과 호환되며 가격이나 출시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거야말로 갖고 싶어진다.


DJI가 참 잘하고 있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제품을 뽑아낸다. 영상 촬영의 진입 장벽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꿈많은 일반인들에게 “너도 전문가처럼 촬영할 수 있어”라고 속삭이는 유혹의 목소리. 그렇다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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