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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an 10. 2018

똑똑똑, 401호 인가요?

부동산 계약부터 셀프인테리어까지, 험난한 사무실 계약

안녕하세요, 에디터 기은이에요. 네 맞아요. 극한 직업 막내 에디터. 바로 접니다. 처음엔 몰랐어요. 부동산 아저씨와 30번이 넘는 소개팅을 하고 나서야 우리 사무실이 나타날 줄은. 이제 첫 소개팅 상대는 기억도 나질 않네요. 순진한 막내는 생각했어요. ‘아, 이제 우리에겐 밝고 창창한 앞날만 남았구나.’


하지만 그리 밝고 아름답지만은 않았습니다. 작년 10월 부터 인테리어를 시작해 올해가 되어서야 겨우 끝이 났네요. 어떤 구독자가 묻더라구요. 401호 인테리어는 도대체 언제 끝나냐고. 저라고 알았나요. 해가 바뀌도록 인테리어를 할 줄이야. 험난한 연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막상 하고 나니 뿌듯합니다. 매일 아침 출근할 맛이 난다니까요. 2018 무술년, 막내의 첫 기사로 사무실 인테리어의 신이 된 H&M을 인터뷰해봤습니다.



 Q. 여러분, 첫 부동산 투어는 어떠셨나요? 

M: 아, 힘들었지. 내가 부동산 투어를 하면서 남긴 띵언이 있어. “부동산 투어는 소개팅이다.” 일단 소개팅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공간)을 원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해. 커야(?)한다. 밝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돈! 또 주선자도 필요해. 여기서 주선자는 부동산 중개인이겠지? 만약 소개받은 아이(?)가 괜찮다? 그럼 그때부터 밀당이 시작되는 거지. 마음에 쏙 들면 결혼까지 골인하는 거고.


 Q. 투어가 좀 많이 험난했죠. 

H: 처음에 우리가 동네를 못 정해서 신당, 왕십리, 동대문… 서울의 온갖 지역을 돌았잖아? 그게 실수였어. 일단 지역을 먼저 정하고 부동산 투어를 시작해야 돼. 이 동네 저 동네 집적거리다 보면 HP만 낭비한다고. 그래서 우린 일주일 만에 동네를 확정하고 그 동네의 모든 매물과 부동산을 조졌지. 그래야 진짜 좋은 매물을 발견할 수 있어.


 Q. 카바레도 갔었잖아요. 전 제 인생 첫 카바레 방문이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어요. 

H: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부동산 중개인이 정말 중요함. 보증금 천 만원에 월세 백 만원이라고 하면 사실 선택지가 엄청 넓진 않거든. 게다가 우리가 가격 대비 넓은 평수를 원했으니까. 그래도 어떤 분들은 센스있게 깨끗한 매물만 잘 찾아서 보여주는데, 어떤 부동산 아저씨들은 오로지 값이 싸고 넓기만 한데를 데려더라고. 와, 신당동 카바레 지하 1층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어. 더럽게 넓은 지하실인데 카바레 손님들이랑 화장실을 같이 쓰래. 다시 생각해도 뒷목…


 Q. 부동산 투어할 때, 꿀팁이 있다면? 

M: 세상에 공짜는 없어. 싼 곳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거든. 예산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몇 가지 조건을 미리 정해두면 좋아. 우리 같은 경우는 스튜디오로 사용해야 하니까 실평수(‘전용면적’ 이게 진짜 내가 쓰는 공간의 크기니까 이걸 꼭 따져봐야 함)가 15평 이상이어야 하고, 여자들만 있으니까 화장실이 푸세식이면 곤란하지. 이런 걸 중개인에게 단단히 일러둬야 그 조건에 맞춰 물건을 소개해주니까 서로 시간 낭비를 안 할 수 있어. 부동산 보러 다니는 시간도 다 돈이니까.


 Q. 이렇게나 체크한 것이 많았으면, 최소한 부동산 호구는 아니었겠어요. 

H: 사실 우리 사무실을 처음 봤을 때 난 운명을 느꼈거든. 근데 의심 많은 에디터M이 자꾸 결정을 못 하는 거야. 그때 부동산 아저씨가 이게 오늘 처음 나온 매물인데 24시간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계약할 것 같다고 옆에서 막 뽐뿌를 넣었어. 그래서 서둘러 계약해버렸지. 근데 옆 사무실에 물어보니까 2달 동안 공실이었다지 뭐야?



Q. 사무실 계약 후 인테리어에 정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았습니까? 

H: 솔직히 태어나 처음 갖는 사무실인데, 뭔가 특별한 스토리와 디에디트만의 감성을 가진 공간을 꾸미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 에디터M이랑 나랑 인테리어는 완전 문외한이거든. 그래서 좋아하는 카페 인테리어를 참고하면서 소품 하나하나 모아서 완성했지. 낡은 건물에 30년 된 도끼다시 바닥인데, 요즘 이게 카페 인테리어에서도 유행이거든. 빈티지 하잖아? 근데 너무 카페를 꿈꾸며 만들어서 그런지 사무실 인테리어는 아닌 것 같아.


 Q. 솔직히 타일은 왜 붙이나 싶었는데, 막상 하고 나니 얘도 너무 이뻐요. 

M: 타일 예쁘지. 우리 타일은 논현에 있는 타일 성지 ‘윤현상재’에서 샀어. 여기서 알아둬야 할 건, 타일을 보러 가기 전에 타일을 붙일 공간의 치수를 미리 재고 가는 것이 좋다는 거. 면적만 알면 타일 가게에서 알아서 필요한 타일 개수를 알려주거든.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하얀색 타일을 했는데, 자꾸 사람들이 화장실 같다고 하더라고. 너무해. 타일도 직사각형이냐, 정사각형이냐 고민을 진짜 많이 했는데 타일 가게에 말하면 샘플을 주기도 하니까 좀 얻어와서 시공할 공간에 직접 대보고 결정하는 것도 좋을 듯. 아아아! 요즘 타일 줄눈에 색을 넣는 것도 많이들 하더라고. 원하는 색이 있으면, 일단 흰색 시멘트를 사고 원하는 색의 염료를 사서 섞어주는 거지. 다음에 또 타일을 한다면 예쁜 민트색 줄눈으로 하고 싶어.


 Q. 전 사무실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게 401호 문짝이에요. 핑크빛 앞날이 기대되는 컬러랄까. 

H: 그치? 우리 사무실에 손님이 오면 건물이 너무 낡고 더러워서 4층 계단을 올라오면서 “여기가 맞나? 잘못 왔나?”의심이 든대. 근데 딱 401호의 핑크색 문을 보면 “여기가 맞구나!”하고 알아본다는 거지. 뭔가 낡은 건물에 숨겨진 핫플레이스 같은 느낌? 문만 보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럽기도 하고.


 Q. 이번 인테리어를 위하여 온 서울을 속속들이 조지셨다고. 

M: 이게 진짜 꿀팁이지. 가구며 타일이며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시대지만, 사실 눈으로 직접 보고 사는 것만큼 정확한 건 없거든. 말만 잘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고 말이지. 서울 곳곳엔 인테리어에 특화된 골목이 있거든. 예를 들어 을지로3가 근처의 조명골목. 바로 옆엔 의자 거리와 나무 목재를 파는 골목도 있어. 타일은 논현에서 샀고. 아, 그러고 보니 페인트도 논현에 있는 벤자민 무어에서 샀네. 페인트색을 고를 땐 모니터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다르게 보일 수가 있으니 직접 매장에 찾아가서 색을 보고 사는게 가장 좋아. 아 이정도면 진짜 개꿀팁이다.



 Q. 매일 아침 사무실 뭐 달라진 거 없냐고 물으셨는데 제 답변은 한결같았습니다. “뭣이 달라졌죠?” 

M: 우리 사무실 인테리어는 조금씩 진화하는 포케몬 같았지. 뭐든 욕심을 부리면 안 돼. 가구를 살 때 욕심내서 한꺼번에 사려고 하기보다는 가장 부피가 크고, 꼭 필요한 1군, 그리고 2군, 3군 이렇게 나눠서 사야 해. 막상 배치해보면 상상했던 거랑 좀 다르기도 하고, 더 필요한 게 뭔지 감이 오니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거든. 우리 사무실에 의자가 이렇게 많은 이유는 의자를 아무리 사고 또 사도 자꾸만 부족해 보이기 때문인데. 11개의 의자가 있는데도 아직 부족해. 이상하지? 고백하자면 지금 추가로 주문한 스툴이 배송 중이긴 한데…


 Q. 솔직히 주워왔다는 저 판대기가 우리 사무실을 빛내 줄은 몰랐어요. 

M: 판대기라니 무례하군. 저건 팔레트라고 원래 공장에서 지게차로 아주 큰 물건을 운반할 때 쓰는 건데. 요즘 인테리어 대세가 ‘인더스트리얼’아니겠어? 공장에서 쓰고 버려진 팔레트를 공짜로 얻어왔지. 사실 돈을(아주 조금이지만) 지불할 의사도 있었는데 공장주인이 버리기도 성가셨는지 옳다구나! 하고 함박웃음을 띄고 공짜로 가져가라고 하시더군. 늴니리야~ 물론 저게 좀 무거워서 엘베 없는 4층까지 옮기기 위해 낑낑거리긴 했지만, 에디터H의 아버님이 아주 큰 힘을 쓰셨어!


 Q. 독자들이 그러더라고요. 디에디트는 여름에도 여름 같고 겨울에도 여름 같다고. 

M: 아까 대세가 ‘인터스트리얼’이라고 했는데, 하나가 더 있어. 바로 ‘보테니컬(botanical)’! 실내에 무심한 듯 식물을 툭툭 배치하는 거야. 우리 같은 경우 꼬꼬지아토라는 플라워샵을 하나 지정해두고, 개업 선물을 모두 여기를 통해 다양한 식물로 받았어. 센스 있는 꽃집 사장님 덕분에 아름다운 식물들로 곳곳이 채워졌지. 문제는 식물이 많다 보니 항상 여름 같다는 거랑. 식물이 죽을까 봐 세 명의 에디터가 전전긍긍하면서 매일 물주고 영하의 날씨에도 환기를 위해 자꾸 창문을 열어둔다는 건데… 예쁘잖아?


 Q. 사무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은 뭔가요? 

M: 난 저 네온사인이 마음에 들어. 작년 디에디트 1주년 파티 때 쓰려고 을지로에서 진짜 큰맘 먹고 30만원이 넘는 돈을 주고 맞춘 건데. 디자인과 컬러도 엄청 심사숙고해서 골랐다고. 사무실을 구하고 나서 벽에 걸어두니 넘나 힙한 것. 저 네온사인 빛이 생각보다 세서, 저녁에 틀어두면 핑크빛이 사무실을 지배하더라고. 덕분에 저녁마다 술집에서 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

옆에서 에디터H가 자기가 마련해온 하이브로우 밀크박스는 왜 말 안 하냐고 소리를 지르네. 우리 사무실이 수납공간이 부족해서 애를 먹고 있었는데, H가 요즘 핫한거라면서 저 우유박스를 6개나 구해왔어. 4개는 선물로 받고 2개는 심지어 자기 돈으로 샀다니까. 초록색 서울우유 박스를 보라빛과 카키색으로 칠하고 개당 2만원 정도를 받는 건 좀 심한 거 같긴 하지만. 뭐 쌓아두니 못생긴 물건도 담아두고, 나름 느낌도 있고 괜찮은듯? 근데 다음 번엔 우리가 직접 칠할까 봐.



 Q. ‘401호 여자들’에서 호구 탈출 꿀팁을 연재했지만 우린 결국 호구였던 것 같아요. 

H: 조용한 사무실인 줄 알았는데, 입주 첫날 옆 사무실에서 재채기하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거야. 말소리도 그대로 들리고. 건물주가 얄팍한 가벽을 세워서 사무실을 쪼개서 임대를 한 거지. 이대로는 촬영도 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결국 추가 비용을 들여서 방음 공사를 했어. 그땐 정말 멘붕이었지. 많은 걸 배웠오…


 Q. 직장인들이 가장 부족한 게 비타민D래요. 햇볕을 많이 못 쫴서. 하지만 우리 사무실에선 절대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아요. 

M: 우리 사무실의 자랑. 강한 광원이지. 사무실 3면 모두 엄청나게 큰 창이 있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가 짱짱하게 들어와. 자연광 아래 사진과 영상 찍는 걸 좋아하는 우리에겐 이건 정말 큰 축복이지(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막상 들어와서 일을 해보니 눈이 부셔서 일을 못하겠는 거야. 난 아침마다 선크림을 진짜 한 움큼씩 바르고 출근했어. 탈까 봐. 이러다가 눈이 멀 것 같아서 블라인드를 달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창이 워낙 크니까 다 맞춤 제작을 해야 해서 돈이 쏠쏠히 들었어. 너무 비싸서 세면 다는 못 하고 두 면만 했는데, 그나마 합리적이었던 알루미늄 블라인드로 했는데도 40만원 정도 들더라고. 우드 블라인드, 요즘 유행하는 허니콤 이런 거는 다 엄청 비싸더라. 그냥 예쁜 건 다 추가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


 Q. 사무실 구하고 가장 힘든 게 뭐였나요? 

H: 솔직히 우리 사무실이 저렴했던 이유가 엘레베이터도 없는 낡은 건물이라서 그렇거든. 4층 정도야 튼튼한 두 다리로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가구 배달오고, 촬영 장비 나르고 그럴 땐 진짜 힘들더라. ㅠㅠ 역시 세상에 싸고 좋기만 한 건 없어. 흑흑.



 Q. 마지막으로, 401호 여자들이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 가장 위대한 분이 계시죠. 

M: 여기에 웅장한 음악 깔아줘. 바로 위대한 우리 아빠. 아 진짜 디에디트의 401호 사무실이 완성되기까지 우리 아빠의 공이 컸지. 딸 잘못 만나서 고생한 우리 아빠. 이 자리를 통해 다시 한번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


첫 번째로 우리를 매우 스트레스받게 했던 방음공사. 전문가에게 견적을 맡겼더니 제대로 하려면 500만원,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지 않는 간단한 공사도 200만원이 든다는 거야. 절망하고 있는데 우리 아빠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결국, 아빠가 했어. 물론 직접 한 건 아니고 감독만. 결국 100만원에 했지롱.


두 번째는 전기공사. 우리 사무실이 오래돼서 콘센트가 딱 6개 있더라고. 벽마다 2구까지 3개. 우리 사무실엔 전기 먹는 하마(에디터H)가 살고 있잖아? 자기는 이런 데서 일 못 한다고 데굴데굴 구르는 거야. 이것도 전문가에게 견적을 봤더니 100만원이 넘게 든다는 거야. 아이고. 할 수 없이 멀티탭을 연결해서 쓰자고 했는데, 멀티탭도 생각보다 비싸더라고. 결론은 이것도 아빠가 해줬어. 아빠한테 합당한 임금을 지불했냐고? 아니 내 사랑을 드렸지. 아빠 사랑해.





여러분, 아직 401호 시즌 1이 끝났을 뿐입니다. 섭섭해하지 마세요. 저흰 아직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지 않았거든요. ’30도가 넘는 날씨에 엘리베이터 없는 4층 오르기’를 상상하면 얼마나 재밌는 ‘401호 여자들’이 나올까 벌써 신나요. 꺄하하하.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생겨 시즌2가 시작될지 모르니 다들 단단히 긴장하고 계시길! 아, 시즌 2에선 PPL도 좀 받고 그러면서 호화롭게 찍었으면 좋겠네요. 다양한 업체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유튜브 구독과 페이스북 좋아요, 인스타그램 팔로우는 사랑입니다. 여러분, 우리 오래오래 만나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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