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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Feb 20. 2018

흔해빠진 포스터가 아냐

한남동 퍼블리싱 샵 collagE

한 계절 격하게 사랑했지만 결국엔 심드렁해졌다. 불꽃처럼 사랑한 만큼 순식간에 찾아온 권태기였다. 작년 가을에 새로 얻은 우리의 401호 사무실과 말이다. 페인트칠부터 시작해 가구 하나까지 직접 고른 인테리어였건만 지루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인테리어 전문가도 섭외해 상담을 받아봤지만, 지금으로썬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 그래서 벽을 장식할 포스터를 찾기로 했다. 그림도 좋고 사진도 좋다. 우리가 사랑하는 공간을 다시 애정하게 해줄 엣지있는 작품이 필요했다.



그런데 ‘인테리어 포스터’를 검색하면 흔해빠진 물건 밖에 찾을 수 없었다. 사무실 앞 카페에도 걸려있고, 집 앞 카페에도 걸려있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렇다고 몇 백만 원짜리 작품을 찾는 것도 아니었다. 이곳저곳 쑤시고 다녔지만, 너무 흔하거나 너무 어려웠다.



그러다 좋은 곳을 소개받아 다녀왔다. 한남동에 있는 콜라주(collagE)라는 곳인데 국내 아티스트들의 포스터나 독특한 출판물을 판매하는 퍼블리싱 샵이다.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 사진, 타이포그래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포스터를 만날 수 있었다.



가게는 한남동 뒷골목에 적당히 숨겨져있었고, 지하엔 제법 괜찮은 카페도 있었다. 촬영 협조를 구하며 운좋게 영상도 찍을 수 있었다. 이 공간의 느낌이 궁금하신 분은 영상을 한번 보시길.



나는 어떤 대단한 작품이든 대중의 손에 닿기 위해서는 가격이 참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얼마에 살 수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가격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샵에 방문하기 전에 콜라주 웹사이트를 찾아봤는데, 각 아트포스터의 가격과 액자 및 우드 행거를 추가했을 때의 가격이 알기 쉽게 명시돼 있었다. 가격도 착하더라. 내가 갖고 싶은 작품은 대부분 액자 없이 구입했을 때 5만 원 정도였다. 구경하면서 “아 이걸 내가 살 수 있으려나”하고 쫄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에디터M과 내가 한눈에 반한 건 강인기 작가의 사진. 사실 세로형 포스터가 필요했는데도 이 사진의 매력에 빠져서 바로 결정하고 말았다. 2010년 겨울에 암스테르담 어느 건물의 창가를 촬영한 사진이라고. 창문에 반사된 모습이나 창문 넘어의 모습들이 또 하나의 액자에 걸린 그림같다.



애석하게도 이리저리 대봤으나, 막상 우리 사무실엔 어울리지 않아서 곱게 말아 보관중이다. 이번에 강인기 작가에 대해서도 좀 더 디깅해보았는데 많은 인물 화보를 찍었더라. 내 눈에 익숙한 사진도 있었다. 기회가 되면 이 작가의 작품을 또 구입하고 싶다.



또 하나 구입한 것은 에디터M이 좋아하는 김참새 작가의 그림. 간결하고 감각적인 그림이 매력적이다. 한두가지를 두고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각 포스터마다 일련번호를 새겨 한정 수량만 판매한다고. 나머지 그림은 이미 솔드아웃된 상태라고 해서 망설임 없이 사과를 택했다. 어쩐지 앱등이인 나의 고해성사인 것 같기도 한 깜찍한 작품이다. 이건 우리 사무실의 타일 벽에 썩 잘 어울린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콜라주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작품은 Aokizy의 JPG 시리즈드라마틱하게 클로즈업된 인물의 표정을 통해 상황을 유추하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다. 특히 다른 작품에 비해 큰 사이즈의 포스터라서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었다.



이런 포스터는 모니터보다 훨씬 큰 사이즈이기 때문에 실물로 봐야 내 공간과 어울릴지 느낌을 알 수 있다. 웹에서 봤을 때는 심심해 보이던 작품도 실제 출력물로 보면 훨씬 근사한 오브제로 보이기도 한다. 그림이나 사진에 따라 종이 재질이 조금씩 다른데 그런 차이를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다는 점도 재밌었다.



A4 사이즈의 액자도 두 개 구입했다. 나란히 있으니 그렇게 쿨해 보이더라. 에디터M의 책상 옆, 햇빛이 근사하게 들어오는 자리에 배치했다. 이건 액자 포함 각각 3만 5,000원.



구경하며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른 곳에선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화보집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시시덕대기도 하고. 다음엔 어떤 그림을 살지 고민하기도 하고. 언젠가 널찍한 거실이 있는 집을 갖게 된다면 이런 그림을 걸어두고 싶다고 가상화폐 같은 꿈을 꿔보기도 하고.



샵이 너무 작아서 벽에 작품을 많이 걸어두지 못한 건 아쉬웠다. 하나하나 카드 뽑듯 빼면서 구경해보는 맛이 있긴 하다.



디에디트 401호의 작은 변화는 여기까지. 예술이 뭐에요, 먹는 거에요? 하시는 분들도 한 번 가서 가볍게 구경해보시길. 카페가 함께 있으니 커피 마시러 갔다는 핑계도 대기 좋다. 혹시 모르지, 멋쩍게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 서성이다가 당신의 공간을 훨씬 근사하게 만들어줄 물건을 찾을지도.


콜라주(collagE)
Address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4가길 12 청명빌딩 1F
Point : 누군가의 작품을 처음 사는 사람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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