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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Mar 06. 2018

미니멀리스트의 화장대엔 뭐가 있을까요?

화장품 다이어트를 시작했어요 

솔직히 말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난 내 돈 주고 화장품을 사본 일이 거의 없었다. 기자가 아니라 일개 어시스턴트였을 때도 그랬다. 매일매일 화장품이 사무실로 밀려들었다. 잡지사에서 화장품은 모래알만큼이나 흔했다.


하지만 넘친다는 것은 때로는 모자란 것보다 못 하다. 널린 게 화장품이니 역설적이게도 회의감이 밀려왔다. 누구는 없어서 못 바르는 고가의 에센스를 발라도 이게 정말 좋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런 말을 기사에 쓰다니, 난 뷰티 브랜드의 미움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풍요의 시대는 갔다. 잡지사를 떠난 지금 난 화장품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 내 화장대는 우리 아빠만큼이나 단촐하다. 에센스 기능을 겸한 스킨, 그리고 로션 그리고 가끔 건조함을 이길 수 없을 때 바르는 크림. 이게 내 스킨케어의 전부다. 가끔 다 귀찮은 날에 모든 것을 생략하고 크림만 바르기도 한다(물론 이건 절대 좋은 습관은 아니다).  다다익선을 삶의 모토로 삼는 내가 미니멀리즘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분야가 바로 뷰티다.


그리고 30대가 되었다. 이 나이쯤 되고 피부 관리에 손 놓고 있자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주변의 핀잔도 한몫했다. 가장 먼저 피부 고민을 돈으로 해결하는 에디터H부터 한 마디 거든다. “너 그러다가 훅 간다. 아니, 이미 간 것 같은데?”


이 화장품 저 화장품 사본 적도 있다. 없는 시간을 쪼개 피부과도 다녀봤다. 결론적으로 지갑이 얇아졌고 효과는 잠시였다. 매일 바쁘고 뻑하면 귀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좀 더 효과적인 피부 케어 방법이 필요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까지 이렇게나 오래 걸린 건, 여러분에게 조금 생소할 수 있는 기기를 소개하고 싶어서다. 화장품을 맹신하지 않는 내가 하는 뷰티 디바이스 리뷰. 오늘 소개할 제품은 야만뷰티 RF 보떼 포토플러스다.


내가 혹했던 첫 번째 이유는 일본에서 가장 잘 팔리는 뷰티 디바이스라는 것. 요즘 K뷰티로 전세계가 떠들썩하지만, 우리나라만큼 피부 관리에 까다로운 게 바로 일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클렌징부터 보습, 안티에이징 그리고 진정까지 피부의 모든 고민을 기기 하나로 끝낼 수 있는 간편함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세상 모든 뷰티 기기의 모든 기능이 이 기기 하나에 야무지게 들어있다. 자 숨을 가다듬고 찬찬히 살펴보자. 야만뷰티 RF 보떼 포토플러스는 총 5가지 모드가 가능하다.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리에 대한 선행 학습이 필요하다. 먼저 핵심 기술은 이름에 넣어 자랑하는 것이 옳다. RF 보떼 포토플러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라디오파라고 불리는 RF다. 전문 피부관리샵에서나 가능하던 1MHz의 전파를 따듯한 온열감과 함께 피부 깊은 곳까지 전달한다.

  

첫 번째는 클렌징 모드다. 세안만으로는 쉽게 없어지지 않는 모공 속 노폐물을 제거해준다. 고주파의 온열과 이온이 모공 속 깊은 곳에 들어있는 노폐물을 화장솜에 흡착시켜주는 원리다.


사용 방식이 좀 독특하다. 먼저 실버링을 빼고 헤드에 화장솜을 끼운 뒤 다시 실버링을 끼워 화장솜을 고정한다. 그리고 화장솜에 집에 가지고 있는 점성이 있는 토너를 뿌려준 뒤 천천히 피부 위로 기기를 굴려준다. 차마 더러워서 그 결과물을 공유하진 않겠지만, 내 화장솜이 누렇게 물들었다는 것 정도만 밝혀두겠다. 분명 꼼꼼하게 2중 세안을 했는데, 또 이렇게 나오다니. 아 물론 여기엔 개인차가 있다. 결과물을 확인하고 나서는 기기를 사용하지 않은 날에는 아직 내 얼굴에 잔여물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엄습할 정도더라.


다음은 RF 모이스처 기능이다. RF의 온감과 갈바닉 기능을 통해 에센스 성분의 흡수율을 높여준다. 내가 평소 쓰는 세럼을 사용해 봤다. 한 번 펌핑해서 발라도 충분히 촉촉해서 오히려 번들거리기까지 했는데 모이스처 모드를 사용하니 피부가 한 3일 굶은 사람처럼 세럼을 너무 잘 먹는 바람에 두 번을 펌핑했다. 클렌징 모드처럼 부르르 거리며 진동이 오는데, 모공 사이사이 피부 깊은 곳까지 에센스가 스미는 기분은 상당한 쾌감이다. 좋은 에센스를 사야 하나.


개인적으로 이 기능을 가장 똑똑하게 쓰는 방법은 바로 시트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사용하는 거다. 세럼을 추가로 리필할 필요도 없고 차가운 마스크 팩 위로 기분 좋은 열감이 느껴지면서 마스크의 좋은 성분이 피부에 더 착 달라붙는 걸 느낄 수 있다. 리뷰를 위해 얼굴의 반만 사용해 봤는데, 확실히 기기를 사용한 쪽이 훨씬 더 쫀쫀하게 먹는 거 같더라. 마스크 팩을 떼고 난 뒤에도 분주하게 손을 움직여 흡수시킬 필요가 없었음은 물론, 내가 정말 피부에 좋은 일을 했구나란 일종의 안도감이 밀려온다.


세 번째 EMS UP은 미세한 전류를 얼굴에 흘려 보내 얼굴 속 굳어있는 근육을 자극해 피부에 탄력을 주는 모드다. 때때로 우리는 말보다 표정으로 더 많은 것을 말한다. 감정을 전달하는 건, 얼굴에 있는 수많은 근육들이 만들어낸 표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겨우 몇 개의 근육만 쓴다. 안 쓰는 근육은 점점 도태되어 탄력을 잃어간다. 운동은 근육을 자극해 발달시키는 행위다. 우리 얼굴도 운동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무리한 움직임은 주름만 생길 수 있으니 좀 더 현명하게 말이다.


내 경우 1단계는 너무 아무 느낌이 느껴지지 않는 듯해서 2단계나 3단계까지 피부 상태에 따라 레벨을 조정했다. EMS 특유의 찌르르한 느낌을 많이 줄였다고 하던데 이 정도면 아주 미세한 느낌만 들고 아무 저항감 없이 사용할 수 있더라.

  

RF LED 모드는 빛 에너지인 더마 LED 이용해 피부의 톤과 탄력을 개선해 주는 기능이다. 집에서 셀프로 사용할 수 있도록 나온 기기이기 때문에 피부과 시술만큼 짧은 시간 동안 드라마틱한 효과를 기대한다는 건 솔직히 욕심이다. 대신 그만큼 피부에 자극이 없다. 이건 좀 더 오래 사용해 봐야 효과를 알 수 있겠다.


눈을 감은 상태로 5cm 이상 띄워서 사용하면 눈가도 관리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팁을 주자면, 만약 기기를 청결하게 사용할 자신이 없다면, 화장솜을 끼워서 쓰는 것을 추천한다. 난 RF LED와 쿨링 모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화장솜을 끼워 사용했다. 쓰고 난 화장솜은 쏙 버리고 남은 잔여물만 사용하면 되니 조금이라도 게으르게 피부를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내가 가장 애용한 쿨링 모드다. 우연히 본 뷰티 프로그램에서 아이유가 메이크업을 할 때 아주 차갑게 만든 물 먹인 스펀지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의 4가지 모드 모두 따듯한 온열감과 함께 피부가 부드럽게 열리는 과정이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얼굴을 차갑게 식혀주는 진정 과정도 필요하다. 도장을 찍듯 얼굴의 울긋불긋한 부분에 콕콕 찍어주면서 사용한다. 얼굴에 열이 많은 나는 중요한 날 메이크업을 하기 전 쿨링 모드로 얼굴을 식혀주는데, 확실히 화장이 잘 먹고 또 오후까지 무너짐 없이 유지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든 것을 마치고 마무리로 크림을 바르면서 얼굴을 만져보면 기묘한 탱탱함이 느껴진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로션을 바르면서 느꼈던 얼굴과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매일매일 야근으로 지쳐 있었지만, 리뷰를 핑계로 시간이 날 때마다 야만뷰티 RF 보떼 포토플러스를 사용했다. 각각의 단계가 끝나면, 자동으로 정지가 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 MODE를 한 번 꾹 눌러줘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좋아하는 미드를 틀어두고 기기가 시키는 대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면 간단하게 피부관리를 할 수 있더라. 전 과정에 약 15분 정도가 걸리는데 최근 내가 보는 <프렌즈> 한 편 정도를 여유롭게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사실 54만 원이란 가격이 부담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비싼 에센스와 피부과 혹은 10번씩 끊는 에스테틱을 생각한다면, 누군가에게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도 있겠다.

  

이 기기를 쓰면서 지금은 미국에 있는 내 동생의 얼굴이 스쳤다. 스킨이랑 로션만 바르면 되는 줄 아는 무심한 언니와 달리 고가의 에센스와 화장품 그리고 피부과 시술로 많은 돈을 쓴 내 동생의 명언을 언급하며 리뷰를 마무리해야겠다. 잡지사를 다니던 시절, 십 년 이상 뷰티 에디터로 활동했던 뷰티 디렉터도 비슷한 맥락의 말을 한 기억이 있다. “피부는 비싼 화장품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홈케어로 완성 된다고.”게을렀던 지난 날의 나를 반성하며, 이젠 좀 신경 좀 쓰고 살아야지. 한 번 망가진 피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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