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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Mar 06. 2018

폼나고 신나는 홈파티를 위하여

이거 하나면 반은 성공적

안녕, 에디터M이다. 난 술이 약하다. 아니, 사실은 취할 때까지 마시지 않는 게 더 정확하겠다. 아무튼 나 같은 사람은 때때로 재미없거나 혹은 술자리 분위기를 깨는 사람 취급을 당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곤혹스럽다. 술자리가 무르익고 모든 사람들이 취하기 시작하는 이때 나 혼자 사람들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란.


그래도 가끔 나를 내려놓고 싶어지는 그런 날엔 일단 몇 잔의 샷을 들이키고 시작한다. 음, 그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아주 신나게 놀았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오늘은 나처럼 얌전한(?) 사람도 단숨에 크레이지 파티 피플로 만들어줄 아주 위험한 술을 들고 왔다. 이름은 트위스트샷. 주의할 점은 단 하나. Bottoms up! 꺽지 말고 단숨에 들이켜야 한다는 것.


모양이 재미있다. 투명한 샷 크기와 모양의 플라스틱 잔에는 두 가지 맛이 배배 꼬인 트위스트를 추며 담겨있다. 사람의 호기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반으로 갈린 각각의 맛이 궁금해 한쪽만 기울여서 마셔봤자 질질 흘러 당신의 옷깃만 적실뿐이다. 맛도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마시는 게 가장 맛있다. 둘 중 한 가지에만 알코올이 들어있겠지라는 궁금증도 금물. 두 가지 맛 모두 똑같이 무려 20도나 되는 알코올이 들어있으니까 그냥 탁 털어서 마시자. 앞에 말한 두 가지 모두 내가 다 해봤다. 그냥 나를 믿자.


맛은 네 가지. 진저에일과 라임을 섞은 모스코뮬킥. 진저에일을 좋아하지 않는 에디터H는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했고, 난 가장 내 입맛에 맞았다. 수박과 피나콜라다 맛이 더해진 푸시캣. 높은 알코올 도수와 밀도 덕분에 냉동실에 두어도 얼지 않는데 푸시캣을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아주 시원하게 마시면 뜨거운 해변에서 마시는 피나콜라타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딸기맛과 바닐라맛이 섞여 아이스크림 맛이 나는 스트로베리 선데는 얼음을 넣은 잔에 부어 핑크핑크한 칵테일로 즐겨도 근사하다. 위스키 베이스에 사과맛을 더한 워싱턴 애플은 음, 뭐랄까 씁쓸한면서도 시큼한 우리네 인생같은 맛이다.


마시는 방법도 맛도 재미있는 술이었다. 파티 분위기가 좀 서먹하고 아직 흥이 덜 올랐을 때 꺼내들면 좋을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을만큼. 뚜껑을 따고 한 입에 꿀꺽. 20도가 되는 이 샷을 다 함께 털어 넣고 나면 틀림없이 그 파티는 아주 흥겨워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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