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에디트 Mar 12. 2018

평화롭고 푹신한 나날이었다

효리네 민박 그 침대 

예전에도 한번 애정을 드러낸 적이 있지만, 나는 이효리의 팬이다. 주말 밤의 힐링을 도맡는 건 당연히 ‘효리네 민박’. 나도 언젠가 지긋지긋한 서울의 삶을 정리하고 제주도 남자와 결혼해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헛된 꿈(?)을 꾸며 시청하곤 한다.


이 정다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또 하나의 재미는 효리 언니네 집에 있는 ‘물건’들이다. 그녀가 쓰는 물건은 괜히 더 탐이 난다. 시즌1을 볼 때도 집 구석구석 숨어있는 하이브로우 퍼니쳐를 보고 따라서 구입했을 정도니까.


[사진출처=jtbc 효리네 민박]


이번엔 또 다른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 효리네 민박 1층 거실에 나란히 세워져 있는 저 자루의 정체는 무어란 말인가. 검색해보니 슬로우(Slou)라는 브랜드의 토퍼 매트리스였다. 이미 효리토퍼라고 연관 검색어가 쏟아져 나오더라. 잘 때는 펼쳐서 깔아두었다가. 쓰지 않을 때는 돌돌 말아 예쁜 파우치에 넣어둘 수 있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주말엔 24시간 와식생활을 하는 게으름뱅이인지라 이 브랜드에 강력한 끌림을 느꼈다.



그리고 연이 닿아 슬로우의 모션 매트리스를 잠시 체험해볼 수 있었다. 사무실 한구석에 두고 사용했는데 너무너무 좋더라. 사실 새벽까지 야근하는 게 일상이라 사무실에 싸구려 라X라X 침대라도 놔야 하는 게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하던 차였다. 매트리스 리뷰라니! 핑계 김에 계속 누워있었다. 참 좋았다. 이제 그 소감을 정리해볼까 한다.


참고로, 지금은 내가 글을 쓰기 위해 매트리스를 비우자마자 에디터M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리모컨을 능숙하게 조작해 등받이 각도를 맞추고 무릎은 적당히 구부릴 수 있을 정도의 각도로 만든다. 허벅지 위에 베개를 깔고 노트북을 올려놓는다. 아이폰과 간식도 챙겼다. 그래, 저 위에서 비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렷다.



슬로우 모션 매트리스를 리뷰하기 앞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다. 사실 나도 이번에 효리네 민박 화면을 통해 처음 알았지만 제법 강단이 있는 국내 브랜드였다.



슬로우라는 이름은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휴식의 본질에 집중해 느림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는 뜻이라더라. 몸을 누이는 매트리스만큼 휴식에 걸맞은 물건이 있을까. 이들의 심장은 당연히 매트리스 그 자체다.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300일의 시간과 1,000번 이상의 레이어 조합 테스트를 거쳤다고 한다. 글로 옮기면 쉽지만 실제로 그 과정이 어땠을지 상상해보자. 상당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그 결과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착와감을 제공하는 폼 매트리스를 개발했다.



가장 좋은 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스펀지라는 소재는 원래 하얀색이라고 한다. 우리가 본 스펀지의 컬러가 달랐던 건 색소를 입혔기 때문. 슬로우의 매트리스에 들어있는 스펀지는 새하얗다. 라텍스 역시 인공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천연의 것을 사용한다. 방수 커버와 겉커버에도 천연 목화솜과 유칼립투스에서 나온 소재를 사용했다. 솔직히 디자인은 화려하거나 특별히 트렌디하지 않다. 그냥 은은한 자연의 빛깔이 돋보이는 소담한 디자인이다. 겉모습에 치중하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운 면이 돋보인다.



우리가 사용 중인 건 슈퍼 싱글. 하판은 어느 방에나 어울리는 그레이 빛으로 마무리했다. 화려한 장식이나 마케팅은 없지만 그 자체로 멋스럽고 믿음직스럽다. 매트리스를 처음 받아봤을 때도 그랬다. 화려한 스티칭이나 쿠셔닝은 찾아볼 수 없는 심플한 마감이지만, 요란하지 않아서 좋다. 이게 밀레니얼의 트렌드다. 단정하지만 만듦새가 좋은 물건이 좋은 시간을 만들어 준다.



손바닥으로 꾸욱 눌러보면 다섯 개의 손가락 모양에 맞게 눌리는 게 느껴진다. 메모리폼과 라텍스의 시너지로 부드러움과 탄력을 모두 갖췄다. 체중을 실어 몸을 뉘면 가장 위에 있는 메모리폼이 내 몸의 굴곡에 맞게 반응하며 적당히 몸을 감싸는 느낌이 든다. 너무 푹푹 꺼지는 느낌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스프링이 없는데도 적당한 탄력을 준다. 덕분에 매트리스에 몸이 감기지 않고 움직임이 편안하다. 메모리 레이어의 포근함 밑에 단단하게 받쳐주는 탄력이 있다.



라텍스와 메모리폼의 만남은 영리한 조합이었다. 덕분에 오랫동안 누워있을 때 특히 좋다. 체중이 골고루 분산되어 하루 종일 뒹굴거려도 엉덩이나 허리가 아프다는 느낌이 없다.



모션 베드 치고는 상당히 컴팩트한 편이다. 프레임과 매트리스가 분리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각도를 바꿔도 들뜨는 공간이 없이 편안하다. 뒷모습도 깔끔하다. 철제 프레임이 그대로 노출되는 일이 없어서, 모션 베드 특유의 환자 침대 같은 분위기가 없다. 다른 데선 본 적 없는 저상형 모션 매트리스라는 점도 독특하다. 설치할 때 기사님께 물어보니 바닥에 그대로 두고 사용해도 상관 없다고. 우리는 기본 제공되는 다리를 부착해 일반 침대 같은 형태로 만들었지만 높이가 낮은 매트리스를 원하는 사람은 이 자체로만 사용할 수도 있다.


모터도 소음이 적은 편이다.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 “어, 이게 작동하는 건가?”싶게 조용하고 부드럽게 반응한다.



재밌는 건 이렇게 멋대가리 없을 만큼 심플한 마감인데도 이상하게 스타일리시 하다는 것이다. 컬러가 예쁜 담요를 하나 곁들이면 꽤 힙한 인테리어 아이템이 된다.


우리가 사무실에서 사용해서 그런지, 단순히 잠만 자는 매트리스가 아니라 이 안에서 생활하기 딱 알맞다. 실제로 에디터M은 내가 위의 글을 쓰는 동안 30분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다시 일하고 있다. 각도를 조금 내려서 숙면을 취하고, 허리 각도를 다시 올려서 노트북 타이핑을 시작한다. 저 위에서 밥도 먹을 기세다. 저러다 또 자겠지.


하긴, 주말의 집이었다면 나 역시 매트리스 위에서 하루 종일 넷플릭스 시청도 하고 과자도 까먹고 신이 났겠다. 늘 앉아있는 직업이라 다리가 퉁퉁 부어있기 일쑤인데, 리모컨으로 다리 부분 각도를 들어 올리면 부종 제거에도 좋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제품이다.



매트리스 리뷰는 난생처음이었는데, 평화롭고 푹신한 나날이었다. 좋은 물건이 좋은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나의 모토가 아주 잘 적용된 제품이었고 말이다. 에디터M이 곤히 자는 모습을 공유(?)하고 싶어 몰래 인증샷을 찍어봤는데 너무 못났길래 첨부하진 않는다. 다들 꿀잠, 꿀휴식 되시길.


기사제보 및 제휴 문의 / hello@the-edit.co.kr


작가의 이전글 갤럭시S9에게 말을 걸면 이런 일이 생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