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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Mar 23. 2018

사진 보정이 어려운 당신을 위해

인공지능이 필터를 골라주는 LG V30S ThinQ

오늘은 나의 오만을 반성하는 글을 써본다. 나는 사진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쨌든 정말 많은 사진을 찍는다. 좋은 카메라를 쓰고, 좋은 렌즈를 쓰며 으스댐은 물론이다. 예전에 쥐뿔도 모를 때는 “사진은 걍 셔터만 누르는 거지!”라며 신나게 셔터를 남발하곤했다. 하지만 어설픈 지식이 조금 들어찬 요즘은 사진 한 장을 찍는데 얼마나 야박하게 굴고, 보정에도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무슨 뜻이냐면, 사진 찍는 일이 조금 피곤해졌다는 것이다. 보정하지 않은 사진을 밖에 내보내는 것은 알몸으로 외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최근 2주간 LG V30S ThinQ를 들고 다니며 리뷰를 위해 사진을 찍었다. 이름이 좀 길고 어렵다. 그냥 ‘브이써티에스 씽큐~’라고 경쾌하게 발음하면 된다. 처음엔 이 제품이 출시된 게 의아했다. V30는 작년 모델이고, 곧 G7이 나와야 할 타이밍인데 왜 굳이 또 파생모델을 냈을까?


‘ThinQ’가 뭔지를 설명해야 이 제품의 탄생 비화(?)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씽큐는 LG전자의 AI 브랜드다. 온 세상이 인공지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참이니 타이밍은 옳다. 사실 아직 일반 사용자들 입장에선 ‘왜 인공지능이 꼭 필요한지’에 대한 뚜렷한 해답이 없다. IT 업계에서야 인공지능이 모든 산업을 지배할 것이라 전망하지만, 실생활 속에서의 인공지능은 날씨를 물어보면 답해주는 정도의 역할이 전부다.

LG전자가 내민 카드는 ‘공감형 AI’다. 인공지능이 얼마나 고차원적인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보다는, 얼마나 더 나를 편하게 해줄 수 있는지에 집중했다. AI가 쓰일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중 V30S ThinQ에 적용된 비전 AI는 이미지를 인지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기술이다. 사실 되게 쉬운 기능인데 이렇게 설명하면 쉬운 얘기도 어려워지더라. 그냥 바로 써보자.


AI 카메라 모드로 피사체를 비춰보자. 새끼손톱보다 작은 하얀 글씨가 화면 여기저기에 정신없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면 피사체가 뭔지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피사체가 어떤 컬러인지, 클로즈업 사진인지, 풍경 사진인지, 어느 부분이 배경인지 인식해 팝업을 띄워준다. 나의 경우엔 창밖을 촬영했더니 ‘건물’, ‘건물 외장’이라고 바로 인식하더라.


그다음엔 갑자기 화면 전체에 물결 효과가 일어나며, 촬영 모드가 바뀐다. 똑똑하게도 ‘도시 모드’가 되었다. 건물이 많은 서울에서 풍경 사진을 찍으면 대부분 도시 모드가 된다. 약간은 살풍경한 잿빛 도시 풍경을 좀 더 생동감있게 표현해주는 모드다. 참고로 촬영 모드는 총 8가지다. 인물, 꽃, 풍경, 음식, 일몰, 일출, 도시, 동물. 모드가 그렇게 다양하진 않지만 일반적인 피사체를 대부분 커버할 수 있는 카테고리다. 추후에 촬영 모드가 계속 업데이트 될 것 같으니 기대해보자.


촬영 모드가 바뀐 상태에서 그대로 셔터를 눌러도 되지만, 각 모드의 이름을 터치하면 그에 맞는 필터를 4가지 추천해준다. 수십 가지 필터 중 선택하기를 어려워했던 사람에게 알맞은 기능이다. 경우에 따라 너무 과한 필터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네 가지 중에 하나는 마음에 들더라. 좀 더 드라마틱한 사진을 원하는 경우엔 추천해주는 필터를 사용해보자.


[추천해주는 필터를 바꿔가며 촬영한 것]

나는 스마트폰 사진도 촬영 후에 오만 가지 보정을 한다. 채도나 노출, 대비를 만지는 건 물론이고 필터까지 덧입힌다. 한 장의 사진을 보정하기 위해 족히 15분은 쓰는 것 같다. 그 결과물이 마음에 쏙 드는 경우도 있지만, 원본보다 사진이 칙칙해지는 경우도 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것에 비해 사진이 예쁘지 않다면 힘이 빠진다.


이 AI 카메라는 나처럼 보정에 집착하는 사람이나, 보정 따윈 모르는 ‘카알못’ 여러분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피사체를 인식하고, 촬영을 하는 순간 수많은 작업이 뒷단에서 이루어지지만 사용자에겐 지극히 단순한 작업이다. 카메라를 켜고, 셔터를 누른다. AI가 스스로 최적의 노출과 톤, 채도, 필터를 적용해주는 것이다.


[일반 카메라 모드로 촬영한 사진]
[AI 카메라 음식 모드로 촬영한 사진]

피사체에 따라 결과물이 놀라울 만큼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고, 비슷하지만 조금 더 생동감 있게 표현되는 경우도 있다. 음식 모드로 찍은 사진의 비포&애프터를 비교해보면 AI 카메라로 촬영한 쪽이 좀 더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음식 사진이라 채도나 선명도를 조금씩 강조한 것 같다.


[어여쁜 에디터 기은, 역광이 심했는데 잘 나왔다]

인물 사진은 다른 모드에 비해 차이가 크지 않다. 그냥 역광인 경우에 인물을 좀 더 화사하게 보정해주고, 눈 코 입을 인식해 피부 표현을 좀 더 부드럽게 해주는 정도다. 자연스러워서 좋았다.


[일몰 모드 최고, 한강 100년 만에 다녀옴…]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일몰 모드. 매일 야근을 하다 보니 일몰을 볼 일이 많지 않다. 그 시간엔 항상 사무실에 처박혀 있으니까. AI 카메라의 일몰 모드를 테스트하겠다고 세 에디터가 사이좋게 한강까지 다녀왔다. 인식을 제대로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해가 지기 시작할 때 카메라를 갖다 대니 바로 일몰 모드라고 표시된다. 잘은 모르겠지만 태양빛의 형태를 인식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일몰 때라도 해가 구름에 가리면 인식이 되지 않고, 방긋 얼굴을 보여주면 바로 인식한다. 사진은 기대보다 잘 나왔다. 날이 흐려서 실제로 볼 때는 그렇게 드라마틱한 일몰이 아니었는데, 약간의 붉은 색감을 더해서 한강에 비친 태양의 모습이 근사하게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런 필터를 좋아한다]

이건 일몰 모드에서 추천해준 필터 중 하나를 적용한 것. 하늘이 핑크빛으로 표현되는 게 너무 예뻐서 남겨놨다. 스마트폰을 갖다 대고 셔터를 누르면 끝이라 맥이 빠질 만큼 쉽다. 따로 보정을 할 필요도 없으니 번거롭지 않아서 좋더라. 모처럼 마음먹고 한강까지 갔는데 촬영에 걸린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사진 잘 나왔네~!”를 외치며 금방 철수했다. 아직은 한강 바람이 차갑더라.


설명을 조금 보태자면 AI 비전은 사진을 촬영할 때만 유용한 기술은 아니다. 눈앞의 사물이나 피사체의 형태를 인식해서 쇼핑 검색이나 이미지 검색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깨끗한 배경에 놓고 제품을 촬영하면 바로 네이버 쇼핑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내가 갖고 있는 이케아의 시계를 촬영해봤는데 정확한 결과가 나왔다. 배경이 너무 지저분하면 정확도가 떨어지니 유의하시길.

좀 더 쉬운 설명은 평소처럼 발랄하고 방정맞은 영상으로 준비해두었다. 오늘 진짜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다. 인공지능이 최고로 대단하고 위대하다는 게 아니다. 기술이 이렇게 일상적인 부분을 바꿔줄 수 있다는 것. 사진 한 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거창하게 굴지 않아도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


AI카메라가 찍은 결과가 항상 100%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모처럼 사진 찍는 게 편하고 즐거웠다. 기술은 어려워도 결과물은 이렇게 쉬워야 한다.LG가 G7(아직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지만)에도 이 인공지능을 꼭 넣어주길 기대하면서,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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