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SRS-XB41
안녕, 여러분. 에디터H다. 어쩐지 아주 오랜만에 리뷰 글을 쓰는 것 같다. 디에디트는 지금 포르투갈의 포르투라는 도시로 사무실을 옮겨 이곳에서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 서울의 생활에 치여, 도망치듯 포르투행을 택했지만 여기 왔다고 모든 게 달라진 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씻고, 간혹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셋이 아침 운동을 가기도 한다. 낮에는 촬영을 나가거나 사무실에서 일을 한다.
바쁜 건 여전하지만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테라스에 나가서 잠시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와인이 싸다는 핑계를 대며 하루 종일 홀짝홀짝 술을 마신다. 여유를 좇아왔지만 콘텐츠 욕심이 많은 나는 실로 어마어마한 장비를 챙겨 이곳에 왔다.
노트북부터 카메라, 삼각대, 액션캠, 프로젝터, 드론까지. 리뷰할 제품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포르투에서의 첫번째 리뷰론 조금 말랑말랑하고 편한 아이템을 택하련다. 바로 블루투스 스피커. 사실 가져올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여자 셋이 한달 살이를 떠나려니 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셋이서 캐리어 5개를 끌고 오면서 얼마나 힘들었던지. 마지막까지 고민했지만, 음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스피커도 챙겼다. 심지어 꽤 큼직한 걸로.
처음에 가져오려고 했던 건 소니의 히어고2라는 작고 예쁜 스피커다. 2년 전 에디터M과의 제주 여행에 히어고 전작을 챙겨갔었는데, 그때 소리가 참 마음에 들었다. 둘이 바닷가에서 쳇베이커를 듣곤 했는데 얼마나 낭만적이던지. 그런데 갑자기 욕심이 동해서 좀 더 크고 익사이팅한 걸 가져오고 싶어지더라. 결국 SRS-XB41을 택했다. 에디터M이 손바닥만한 스피커는 없냐고 소리를 빽빽 질렀지만 무시했다. 결국엔 너도 좋아할 걸 알고 있었으니까.
작년 연말 파티에 썼던 GTK-XB60과 같은 XB시리즈다. 물론 XB41은 그 제품 만큼 무시무시하게 크진 않다. 흔히 휴대용으로 들고 다니는 블루투스 스피커보다 아주 약간 더 큰 정도? 무게가 1.5kg이니 노트북 하나 들고 다니는 정도다.
막판에 마음을 바꿔서 이 스피커를 들고 온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방수 방진 기능. 우리가 포르투에서 머물게 될 집에는 널찍한 테라스가 있는데 여기서 매일 음악을 들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근데 테라스는 야외다보니 비가 내릴 수도 있고, 사용 환경이 다양해질테니 좀 튼튼한 제품이 좋겠다 싶더라.
집 앞 공원에서 피크닉을 할 때도 어김없이 챙겼다. 야외에서 들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아이라 빼놓을 수 없었다. 셋이 귀에 익은 팝송에서 가사를 아는 부분만 따라 부르며 자지러지게 웃었다. 진한 블루 컬러가 초록 풀밭에 올려놓으니 참 잘 어울리더라. 그래서 갑자기 리뷰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피크닉을 변질시킨 나 자신을 반성한다. 그래서 사진이 예쁘잖아요?
나중엔 우버 타고 근처 바닷가에 놀러갈 때도 챙겼다. 모래와 바닷물이 흥건한 해변가에 스피커를 툭 내려놓으니 애들이 기겁을 하더라. 하지만 괜찮아 얘들아, 놀라지마. 방수 방진 기능이 있다고 리뷰 사진 찍으려고 그런 거란다. 스피커 전면에 묻은 물기와 모래는 나중에 수건으로 툭툭 닦아주니 별 이상 없었다.
야외에서 쓸 수 있는 제품이다보니 먼지나 물 등 터프한 상황에 대비가 되는 제품이 편하다. 비가 내리면 카메라도 지키고, 렌즈도 지켜야 하는데 스피커까지 챙겨줄 순 없으니까.
이 제품은 IP67 등급의 방수 방진을 지원한다. 일반적으로 방수 스피커에서 약간 답답한 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은 없었다.
음악은 내 기대보다 더 많은 상황에서 우리의 유럽 생활을 충만하게 채워줬다. 일할 땐 애플 뮤직에서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을 틀어두고, 저녁엔 부엌에서 밥하면서 각종 ‘노동요’를 튼다. 특히 내가 자주 듣는 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OST. 레이첼 야마가타의 묵직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스피커다.
어떤 날엔 겨울왕국 OST를 틀어놓고 막내 에디터와 집 안을 뛰어다니며 뮤지컬을 찍기도 했다. 할 땐 재밌었는데, 영상을 보니 정신나간 애들 같다. 그래도 다시 보면서 키득거린다. 음악은 사람을 센치하게 만들기도 하고, 철없는 어린 아이로 만들기도 한다.
음악 선곡권은 때에 따라 달랐는데, 주로 내 스마트폰에 연결돼 있다보니 내가 음악을 고르는 일이 많았다. 나는 낯선 곳에선 꼭 산울림 노래를 듣는다. 여행지에서 듣는 ‘회상’은 최고다. 정말 뭐랄까, 마음이 물렁해졌다가 다시 단단해졌다가. 지나간 사람들이 떠오르고,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다시 회상하게 되는. 정말 제목같은 노래다. 막내 에디터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드렁큰 타이거를 틀어달라고 할 때까지, 나의 구슬픈 산울림 메들리는 계속됐다. 청춘, 너의 의미, 찻잔.
역시 커서 나쁠 것은 없다. 두 개의 58mm 대구경 풀 레인지 스피커가 19세기에 지어졌다는 우리 이층집의 높은 천장을 타고 묵직하게 마음을 울린다.
결국 막내의 다음 선곡은 드렁큰 타이거다. 우리는 서로 많이 달라서 재밌다. 여기서 나는 설명충답게 재밌는 기능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한다. ‘라이브’ 버튼을 누르면 라이브 사운드 모드가 활성화된다. 뭐라고 설명하면 될까. 말 그대로 라이브 음악처럼 실제로 현장에서 연주하는 듯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더 폭발적인 출력과 울림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실내보다는 실외에서 쓰기를 추천한다. 좁은 공간에서는 소리가 너무 울리는 감이 있는데, 테라스에서 들어보니 라이브 모드의 진가를 발휘하더라. 스피커를 멀리 둬도 편차 없이 빵빵한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이번에 서재패에 못가서 아쉽다는 막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실황 음원을 틀었다. 정말 콘서트에 와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익숙한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라이브로 듣는 그 기분. 그래서 우리는 와인을 콸콸콸.
포르투는 맥주나 와인이 굉장히 싸다. 매일밤 업무를 마치면 술파티가 벌어졌음은 당연한 얘기다. 그럴때도 음악은 빠지지 않았다. 스피커 자체의 조명 모드가 화려한 편이라 보는 재미가 남다르다. 테라스가 어두워져도 스피커 조명으로 무드를 내며 놀았다.
독특한 기능이 하나 들어가 있는데 ‘파티 부스터’라는 기능이다. 이름처럼 정말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익사이팅한 기능. 드럼 모드를 해두고 스피커 곳곳을 두드리면 정말 드럼을 치는 것 같은 효과음이 난다. 막내가 젬베 같다며 신나게 두드린다. 어릴 때 사물 놀이했다는 촬영 PD도 스피커를 신나게 두드린다. 술에 취해 손바닥이 얼얼할 때까지 두드리며 놀았다. 아, 이건 정말 놀 줄 아는 사람들의 장난감이구나.
지금 플레이되는 음악은 Close to you다. 이번엔 에디터M의 신청곡이다. 우린 여기서도 여전히 일하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음악과 술이 있는 일상이 나쁘지 않다. 흥겹고, 어깨가 들썩거리던 오늘의 음주가무 스피커 리뷰는 여기까지. 영상이 진짜 웃기니 감상해보시길. 가끔 가끔 찍어둔 클립을 이어붙였는데 민망하지만 재밌다. 우리가 저렇게 잘 노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