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2명이서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고!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에디터 홍길동입니다. 포르투갈의 따사로운 햇볕을 쬐고 있었던 게 몇 시간 전 같은데 순식간에 대서양을 건너 캘리포니아에 도착했습니다. 시차적응이라는 말이 머쓱할 만큼 아스트랄한 시차를 제 안에 품고 있답니다. 왜 갑자기 무리한 일정으로 대륙을 건넜을까요?
네, 다들 아시죠. 전 세계 애플 팬들과 개발자들이 열광하는 사과 축제. WWDC 2018에 참가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거의 매년 WWDC에 참가하고, 그때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 행사를 제대로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단박에 “아!”하고 알지만, 모르는 분들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는 게 바로 WWDC 거든요. 이름부터 살펴볼까요? The Apple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라고 부릅니다. 풀어서 말하나 줄여서 말하나 똑같이 딱딱하고 어려워 보이죠. 이름 그대로 애플이 주최로 개발자들을 위한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공개하는 행사입니다. 개발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세션도 있죠. 제대로 들여다보면 꽤 재밌는 행사입니다.
일종의 개발자 대이동이랄까요? 대체로 야행성이며 그늘진 곳에서의 활동을 즐기는 개발자들이 떼를 지어 밖으로 나오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들은 서로의 WWDC 참가 전적을 뽐내기 위해 옷차림이나 뱃지 등으로 치장을 하고 나옵니다. 이렇게 많은 개발자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행사장 앞에서 밤샘도 불사하고, 그 자체를 즐거워합니다. 심지어 여기 참가하기 위한 경쟁도 엄청 치열하죠. 입장료가 1,599달러에 달하는데도 말이에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구요?
그래서 제가 좋은 예를 하나 찾았습니다. 매년 UMF같은 뮤직 페스티벌에 가는 게 낙이라는 막내 에디터의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았습니다. 아하! WWDC는 이 업계의 UMF 같은 거구나! 매년 손꼽아 기다리며, 입장료를 내고라도 참가하는 개발자들의 축제!
애플이 주최하는 행사라고 하면 다들 “아이폰 나와요?”라고 묻습니다. 아뇨, WWDC의 키노트는 하드웨어 발표가 주로 이루어지는 자리는 아닙니다. 가끔 디저트처럼 몇 가지 제품이 깜짝 공개 되기도 하지만 메인은 아니에요. 지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는 아이폰SE2는 실제 키노트에서는 언급조차 없었답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맥북 같은 하드웨어가 그릇이라면 소프트웨어는 그 안에 담길 음식입니다. 애플 사용자들이 올해는 어떤 맛의 요리를 먹게 될지 면밀히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고 보면 이해가 쉽겠어요.
올해도 재밌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사실 하드웨어가 주는 변화보다는 새로운 iOS나 맥 OS가 주는 변화가 훨씬 드라마틱하거든요. 오늘 나온 이야기 중 흥미로운 것들만 쏙쏙 뽑아 정리해보았습니다. 자, 올가을엔 우리의 애플 디바이스에 어떤 일이 생길까요?
가장 할 이야기가 많은 iOS 12부터 시작해봅시다. 일단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면밀하게 다뤄졌습니다. iOS 12 업데이트는 iOS 11를 지원했던 모든 기기에서 그대로 지원될 예정입니다. 아이폰5S 이상의 기기 모두를 지원한다는 뜻이죠. 기기의 하드웨어 스펙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기능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흔히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최적화’의 영역이죠.
iOS 12는 디바이스가 가진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했습니다. 같은 제품으로 더 빠른 로딩 속도와 반응 속도를 구현합니다. 사진을 촬영할 때 셔터 반응도 더 빨라졌으며, 앱 구동이나 파일 공유 속도 역시 개선됐다고 합니다. 카메라 실행은 최대 50% 빨라졌으며, 키보드 반응은 50%까지 빠르게 나타난다고 하네요. 시스템 상에서 여러가지 작업이 한꺼번에 처리될 때도 앱 실행 속도가 최대 2배까지 빨라진 것도 놀랍습니다.
이 부분에서 iOS 11의 만족도가 95%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나머지 5%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해 iOS 11에서 일어난 많은 변화를 기쁘게 즐겼지만 안정성 부분에선 아쉬움이 있었거든요. iOS 12에 다시 기대를 걸어보고 있습니다.
증강현실이 빠질 수 없죠. 이번엔 픽사와 함께 ‘USDZ’라는 파워 포맷을 개발했습니다. 증강현실의 3D 오브젝트 포맷인데요, 이걸 이용해서 AR 경험을 iOS 안에 쉽게 녹여낼 수 있게 되는 거죠. 접근성도 훌륭합니다. 어도비 CC 앱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이제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은 쉽게 AR 콘텐츠를 만들고 USDZ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3D로 만들어진 AR 콘텐츠를 메시지나 메일을 통해 가볍게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거죠.
AR에 대한 언급과 함께 새로운 앱을 공개했는데요, 이걸 들으면 개념 이해가 더 쉬울 것 같네요. ‘측정(Measure)’앱은 눈 앞에 있는 실제 사물을 인식해 측정하는 기능을 제공합니다. 직사각형의 사물은 각 변의 길이를 바로 측정해줄 정도로 간편한 사용 환경을 제공합니다.
ARkit2는 얼굴 트래킹 기능이 개선되고, 더 현실적인 렌더링이 가능해졌습니다. 가장 재밌는 건 이런 AR 기능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멀티 유저 AR입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각자의 iOS 기기로 자신들의 시점에서 AR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으로 최대 4명까지 같은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고 하네요.
레고와 함께 만든 앱을 통해 실제로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시연을 했는데요, 너무 재밌어 보이더군요. 제가 어릴 때 레고 조각 하나 하나를 쌓아서 만들던 경험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집을 지어놓고 구체적인 내부 디테일도 하나 하나 들여다볼 수 있고, 화장실이나 부엌 등의 개별 공간도 하나씩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물리적인 경험에 디지털을 결합하게 되면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가능성과 몰입도를 제공한다는 걸 눈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앱은 검색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여러분은 아이폰 카메라롤에 몇 장의 사진을 저장해놓나요? 저는 지금 보니 딱 3만 308장이 있네요. 엄청나죠? 이 안에서 원하는 추억을 골라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전부터 아이폰 사진 앱의 제대로된 검색 기능을 갈구해왔거든요. iOS 12에서는 이벤트나 키워드, 장소 이름으로 사진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키워드 검색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궁금해지네요. 빨리 구글 포토만큼 촘촘한 검색망을 가지게 되기를 염원해봅니다.
시리에는 ‘숏컷’이라는 아주 재밌는 기능이 생겼습니다. 이름 그대로 어떤 기능을 쓰기 위한 경로를 단축하는 용도입니다. 똑똑한 시리가 알아서 특정 앱에 대한 숏컷을 제시하기도 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숏컷을 제작할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제가 캘린더에 에디터M의 생일을 등록해놓는다면, 그 날짜에 맞춰 에디터M의 번호를 띄우며 축하 메시지를 전하라고 귀띔을 해주기도 하죠. 회의 시간을 등록해두었는데 제가 그 시간에 회의 장소에 도착하지 못했다면 ‘sorry’ 메시지를 보내라고 제안해주기도 하구요. 사용자가 직접 숏컷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이 유용해보입니다. 시리에게 특정 문구를 말하면 원하는 기능에 바로 접근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어 편리합니다. 이건 업데이트 후에 직접 써보고 다시 얘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운전을 하진 않지만, 카플레이에서 서드 파티 지도 앱을 지원하게 됐다는 부분에선 환호성을 내질렀습니다. 그래요, 솔직히 구글 맵이 최고잖아요?
이번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의 멘탈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변화들을 체크해봅시다. 방해금지 모드가 업그레이드 됐어요. 아침이 될 때까지 화면 밝기를 줄이고 잠금 화면의 모든 알림을 숨기는 취침 중 방해금지 모드가 생겼습니다. 또, 특정 시간이나 위치, 활동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방해금지 모드가 자동 종료되는 모드도 추가됐습니다. 게다가 제어 센터 안에서 방해금지가 끝나는 시간(혹은 조건)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됐어요. 저는 혹시나 중요한 연락을 놓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에 방해금지 모드를 잘 쓰지 않는데, 앞으론 좀 더 건강하게 활용해보기로 다짐합니다.
개인적으로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스크린 타임’이라는 새로운 앱이었습니다. 무슨 앱이냐구요? 글쎄요, 자아 성찰? 자기 반성? iOS 기기 내부에서 내가 얼마나,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파악하고 제어할 수 있는 앱입니다. 말 그대로 스크린을 체크하는 타임을 리포트해주는 거죠. 내가 어떤 앱을 사용한 시간이 얼마나 되고, 얼마나 자주 폰을 들여다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중독이 확실한 저는 아마 충격적인 결과를 보고받게 되겠죠.
제가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쓰는 시간이 얼마나 많은지를 확인하고 나면 인생이 한심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현타가 왔다면 이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기능도 있습니다. 만약 내가 매일 페이스북에 60분씩 낭비한다는 걸 알았다면, 앞으론 50분으로 줄여보기로 결심하는 거죠. 그리고 시간 제한을 걸어두면 iOS 12가 사용 시간을 체크했다가 알람을 보내줍니다. “야, 에디터H! 네가 페북질을 할 수 있는 시간이 5분 남았다!” 물론, 쌩깔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아이폰의 주인이니까요. 하지만 내가 얼마나 화면 안의 세계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특히 귀가 솔깃한 건, 이 앱을 통해 자녀가 iOS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나 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겁니다.밤 10시 이후론 못쓰게 한다거나, 하루에 2시간만 쓸수 있게 설정할 수도 있고, 특정 앱에 나이 제한을 걸어둘 수도 있습니다. 물론 꼭 필요한 전화 앱이나 교육 관련 앱은 따로 ‘하루종일 허용’을 걸어둘 수 있어요. 시간을 관리하기엔 더 없이 좋은 앱이겠네요. 참고로, 이 사용 시간은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동기화됩니다.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는 거죠.
iOS 기기에서의 소통 방식도 진화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애니모티콘(애니모지라고 하고 싶지만…)은 새로운 친구들을 맞이했어요. 너무나 귀여운 타이거, 코알라, 고스트… 그리고 너무 귀엽기만하면 안되니까(?) 티렉스까지. 심지어 이제 혓바닥 까지 인식합니다. 우린 애니모지를 통해 다양한 표정 구현은 물론 ‘메롱’까지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죠.
덧붙여 ‘미모지’도 공개됐습니다. 나만의 애니모지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죠. 얼굴을 직접 인식해서 생김새를 따오는 건 아니고 헤어스타일이나 스킨 컬러, 안경 등의 다양한 옵션을 활용해 나와 비슷한 친구를 만드는 개념입니다. 옵션이 꽤나 다양해서 잘 만지면 나랑 닮은 미모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미모지를 페이스타임에서 실시간으로 불러올 수도 있구요.
페이스 타임에도 충격적인(?) 변화가 생겼어요. 굉장합니다. 그룹 페이스 타임 기능을 이용하면 최대 32명이 떼거지로 영상 통화를 할 수 있습니다. 역시 애플이다 싶은게 이 영상 통화 화면의 인터페이스가 아주 멋져요. 32명의 얼굴이 바둑판으로 징그럽게 박혀있는 그림을 생각했다면 놀라실겁니다. 스크롤이나 터치에 따라 반응하는 타일 형태로 상대방들의 얼굴이 펼쳐집니다. 누군가 말하기 시작하면 그걸 인식해서 그 사람의 타일이 확대됩니다. 원하는 사람의 얼굴을 더블탭해도 확대할 수 있구요. 우리 디에디트 3명의 에디터도 언젠가 그룹 페이스 타임을 시도해봐야겠네요.
헥헥, iOS 12에 새로운 이슈가 많아서 정리하느라 진이 빠져버렸습니다. 애플워치의 새로운 변화들은 아주 간단 명료하게 정리해볼게요. 개인적으로 애타게 기다렸던 기능이 두 가지나 추가됐습니다. 하나는 운동 앱에 요가와 하이킹이 추가된 것. 요즘 온몸이 아파서 일주일에 한 두번은 혼자 요가를 하는데 이상하게 몸을 움직이며 애플워치에 보고하지 않으면 찝찝하더라구요. 보통은 ‘기타 운동’으로 설정해두고 요가를 했었는데, 애플워치가 내가 요가를 하고 있다는 걸 제대로 이해할지 의문이 컸습니다. 이제 가을 업데이트 이후엔 당당하게 요가를 선택할 수 있겠네요.
또 하나는 자동으로 운동을 감지하는 기능. 포르투에 있는 동안 에디터M과 막내와 셋이서 아침 운동을 하곤 했습니다. 문밖을 나서는 순간 집요하게 애플워치에서 운동앱을 구동하는 저와 달리 그둘은 한참 달리다가 “아 맞다!’하고 이마를 치곤 했어요. 바보들. 애플워치 사용자라면 다들 공감하실 거에요. 운동을 했는데 애플워치에 제대로 기록되지 않았다면 어쩐지 억울한 그 기분. 혼자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선생님이 알아주지 않는 기분이랄까요? 워치 OS 5에서는 이런 박탈감(?)을 피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뛰기 시작했다면 애플 워치가 자동으로 감지해서 “너 평소랑 다른데, 혹시 운동해? 기록 시작할까?”하고 물어봐주거든요. 반대로 제가 운동하다 힘들어 잠시 멈춘다면 “운동 끝났어?”라고 알림을 보내기도 하겠지만요.
워치 사용자들 끼리 무전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워키토키’ 기능도 너무 마음에 듭니다. 사실 포르투에서 이런 기능이 필요했어요. 야외에서 서로 떨어져서 촬영할 때 계속 전화 통화를 할 수도 없고, 그때 그때 소리를 지를 수도 없잖아요? 다리 위를 달리는 막내 에디터를 다리 밑에서 찍어줄 일이 있었는데, 서로 신호가 맞지 않아서 카메라가 돌아가기 전에 달리기가 시작되어 버렸거든요. 결국 강철 체력 막내는 강 위를 두 번 왕복해야 했구요.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워키토키는 생각보다 쓸모가 많은 기능입니다. 때마침 디에디트 에디터 셋이 모두 애플워치를 사용하니 나중에 나가서 테스트해봐야겠어요.
덧붙여 애플워치에서도 팟캐스트를 지원하게 됐으며, 워치 페이스에도 시리 숏컷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웹킷을 탑재해서 웹사이트의 내용도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간 애플 워치에서 오랫동안 느껴왔던 갈증이 해소되는 기분이네요. 호잇.
마지막은 맥OS 입니다. 캘리포니아의 산을 전전하던 맥 OS의 이름이 드디어 사막을 향했습니다. 이번 OS의 이름은 Mojave(모하비).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사막의 이름입니다. 모하비는 인디언어로 ‘세 개의 산’을 뜻한다고 하네요. 어쩌면 이번에도 산을 벗어나지 못한 네이밍일지도 모르겠어요.
모하비 사막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는 더 아름답다고 합니다. 그래서, OS 모하비에도 마치 밤을 상징하는 것 같은 ‘다크 모드’가 있습니다. 화면 대부분이 시커멓게 변하는 반전 모드입니다. 역시 애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다크 모드 조차 굉장히 까리하게 구현됐습니다. 근사해요.
사진을 확인하거나 문서를 볼 때도 가독성이 훨씬 좋습니다. 하다못해 캘린더를 확인할 때도 각각의 내용이 더 잘 보이더라구요. 물론 개발할 땐 더 좋겠죠? 굳이 가독성을 따지지 않더라고 다크 모드는 그 자체로 스타일리시합니다. 저도 모하비 업데이트가 끝나면 다크 모드에 정착해볼까 해요.
하루 동안 시간의 변화에 따라 배경화면이 조금씩 바뀌는 ‘다이내믹 데스크톱’ 같은 요소도 아름답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애플이라서 유심히 보게 되는 근사한 디테일입니다. 애플 웹사이트에서 좌우 스크롤을 통해 체험해볼 수 있는데 한 번 구경해보세요. 그림자와 구름이 변해가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기게 됩니다.
‘데스크톱 스택스’라는 멋진 기능도 소개됐습니다. 데스크톱에 파일이 쌓이다보면 엉망이 되지 않냐, 라는 언급이 있었는데 그 순간 그 말을 받아적고 있는 저의 맥북 데스크톱이 정말 개판이었기 때문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빈 틈이 없을 정도로 스크린샷과 파일들이 켜켜이 쌓여있네요. 데스크톱 스택스는 파일 종류나 날짜 등 일정 기준에 따라 파일을 겹쳐둘 수 있는 기능이에요. 마치 카드놀이처럼요. 제가 지금 확인해보니 제 데스크톱엔 70개의 파일 및 폴더가 있네요. 이걸 종류별로 겹쳐둔다면 단 번에 4개로 압축됩니다. 폴더, 압축파일, 도큐멘트, 이미지. 아, 빨리 업데이트하고 싶어요!
파인더에는 새로운 보기 기능이 업데이트될 예정입니다. 갤러리 뷰는 큼직한 미리보기 밑에 썸네일이 있는 형태로 쉽게 문서나 영상, 이미지를 확인하며 작업할 수 있습니다. 저의 삶과도 같은 스크린샷 기능도 강화됐습니다. 캡처 기능을 통해 영상도 쉽게 녹화할 수 있으며, 생성 후엔 오른쪽에 생기는 썸네일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연속성 카메라(Continuity Camera)’는 애플 운영체제의 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능입니다. 저는 기기 간의 연속성 기능을 아주 잘 활용하거든요. 예를 들어 맥에서 보던 영상을 아이폰에서 보고 싶을 때, 맥북에서 주소를 복사한 뒤 아이폰에서 붙여넣기를 하면 그 주소가 바로 연동되는 그런 기능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맥에서 어떤 작업을 하다가 아이폰으로 사진 촬영, 문서 스캔 등을 연동하는 카메라 기능이 생겼습니다. 이 경우엔 맥에서 필요한 이미지 파일을 아이폰에서 촬영하면 따로 저장해서 옮기지 않아도 맥북으로 연동되어 필요한 위치에 ‘착!’ 붙는 신통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맥 OS 에서도 iOS에 있던 뉴스, 주식, 음성 메모, 홈 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변화 중 하나입니다. 맥 OS의 앱스토어 역시 완전히 다시 디자인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애플은 사람들이 애플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생활 보호를 위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이 가진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쓰고 있구요. 앞으로 OS 모하비에서는 각 파트의 정보 액세스를 허용하기에 앞서 경고 메시지가 뜨게 됩니다. 카메라, 마이크, 메시지 히스토리 같은 부분까지 보안이 적용된다고 하네요. 또, 사파리의 지능형 추적 방지 기능은 소셜 미디어의 플러그인이 허락없이 사용자를 추적하지 못하도록 해줍니다. 이거야 말로 반가운 소식이죠.
많은 분들이 기다리시던 아이폰SE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나온 이야기들은 새로운 기기가 등장하는 것보다 더 많은 변화이고,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제는 아이폰을 바꿀 때보다 iOS를 올렸을 때의 기분이 더 낯설게 느껴지는 걸요. 우리가 매일 품고 다니는 기기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를 마쳤습니다. 가을에 찾아올 새로운 OS를 기다려보아요. 이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듣고 저는 고작 글을 쓰지만, 개발자들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앱을 만들어내겠죠. 벌써 기다려지네요.
어때요, WWDC 재밌지 않나요? 행사장을 빠져나오는데 샌드위치를 먹으며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만끽하는 개발자 여러분 모두 행복해보이네요. 역시 소프트웨어 페스티벌! 기술은 때로는 낭만적이고, 때로는 익사이팅합니다. 다들 즐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