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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Aug 01. 2018

여름날 쉽게 슥슥 말아 마시는 그런 칵테일이거든요

아페롤

여러분 안녕, 오랜만에 술 리뷰로 돌아온 에디터M이에요. 사실 한동안 알코올이랑 좀 소원했어요. 진짜 이런 더위엔 술맛도 싹 사라지더라고요. 그런데 말이죠. 실로 간만에 제 마음을 아주 힘껏 흔든 술이 나타나 여러분께 소개해볼까해요.



영롱한 오렌지빛 색 달콤 쌉싸래한 맛. 이건 누가뭐래도 여름을 위한 술이에요.



잠시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 볼까요? 식전주, 불어로 아페르티프(apéritif), 이탈리어로 에페르티보(Aperitivo)라고 하는 이 술은 ‘열다’라는 뜻의 라틴어 ‘aperire’에서 나왔어요. 말 그대로 밥을 먹기 전 입맛을 활짝 열어주는 술이라고 이해하면 쉽겠죠?



아페르티프는 공통적으로는 약초에서 나는 씁쓸한 맛이 특징이에요. 바로 이 쓴맛이 우리 몸의 호르몬을 자극해 위액과 침을 돌게하기 때문이죠. 왜 우리 쓴 초콜렛이나 나물 같은 걸 먹으면 입에서 쓴맛을 씻어내기 위해 침이 돌곤 하잖아요. 한 마디로 아페르티프는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우리 몸을 준비시켜주는 그런 술인 셈이죠.



아페르티프의 종류는 다양해요. 대표적으로는 베르무스, 비터스, 그리고 캄파리 등이 있지만 사실 와인처럼 엄격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죠. 다양한 칵테일부터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 샴페인까지. 그저 식사 전에 식욕을 자극하는 술이라면 모두 아페르티프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답니다.



사실 식전주 문화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지만, 요즘 식전주를 가장 사랑하는 건 누가 뭐래도 이탈리아 사람들이죠. 베네치아에서는 여름이면 하루에 30만잔 이상의 아페르티프를 마신다고 하니, 이태리에서 얼마나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술인지 대충 짐작이 가시나요?



자, 그래서 오늘 마실 아페르티프(아니 이탈리아의 술이니 지금부턴 아페르티보라고 부를게요)는 바로 아페롤입니다. 아페롤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비터오렌지리퀴르’라고 할 수 있어요. 1919년 시작된 이 술은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별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교의 술’로 자리잡으며 갑자기 선풍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왼쪽이 아페롤 오른쪽이 캄파리]

아페롤과 캄파리는 가장 대표적인 아페르티보 중 하나인데요. 캄파리와 아페롤은 형제처럼 닮아 보이지만 조금 다르답니다. 일단 1860년에 태어난 맏형 캄파리는 1919년에 태어난 아페롤보다 더 독하고(알코올 도수 19%) 맛도 색도 훨씬 강려크하죠. 피처럼 붉은 캄파리는 강한 개성 덕분에 네그로니라거나 여러 칵테일의 베이스가 되기도 하구요. 무엇보다 2003년엔 캄파리가 아페롤을 인수하기도 했으니 이제 정말 둘은 친형제라고 봐도 좋겠네요.



그에 비해 오늘의 주인공 아페롤은 알코올 도수 11도, 시럽처럼 달콤하고 오렌지의 향긋함을 갖춘 숙녀랍니다.



아페롤 자체의 맛은요. 음 뭐랄까. 여러분 혹시 부르펜을 아시나요? 전 어렸을 적 제가 열이 나면 우리 엄마는 흰색 플라스틱 숟가락에 찐득하고 오렌지 빛이 나는 시럽을 떠서 먹어주곤 하셨는데, 여러분은 아시는 지 모르겠네요. 아페롤은 그 맛과 비슷합니다. 좀 덜 달고 약한 허브향과 오렌지향이 나는 어른의 부르펜 같은 맛이라면 상상이 될까요?



오렌지 껍질에서 느껴지는 쌉사래한 맛과 향 그리고 정확히 꼬집어 말할 수 없는 허브의 향이 향긋하게 피어오르죠. 애초에 단독으로 마시는 술이 아니라 많이 마시진 못하고, 맛을 설명하기 위해 혀끝만 살짝 댔는데도 끈덕지게 쓴맛이 따라붙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게 또 매력적이라혀와 입천장을 자꾸만 쩍쩍 붙여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그런 마력이 있어요.



아페롤을 단독으로 마시지 않는다니 그럼 어떻게 마시냐고요? 바로 이렇게요. 스프리츠(Sprizt)라고 불리는 칵테일로 리퀴르를 희석해서 마시는 칵테일의 총칭인데요. 아페롤을 넣어서 마시는 칵테일은 아페롤 스프리츠라고 불러요.



태양을 가득 담은 것 같은 선명하고 아름다운 오렌지 컬러가 보는 것만으로 식욕이 막 돌것 같지 않나요? 눈부신 오렌지빛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만드는 그런 야한(?) 기분이 드는 술이에요.



아페롤 스프리츠의 정확한 레시피는 병 뒤에도 나와있어요. 소다1, 아페롤2 그리고 프로세코3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 그대로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스프리츠는 여름날 쉽게 슥슥 말아 마시는 그런 칵테일이거든요. 잔에 얼음을 가득 붓고 아페롤 혹은 캄페리도 좋아요. 그냥 손에 잡히는 아페르티보를 적당히 따라줍니다. 그 다음 많이 달지 않은 스파클링 와인을 부어주세요. 원래는 프로세코라고 불리는 이탈리아에서 만든 와인을 넣는게 정석이지만 다른 것도 괜찮아요. 여기에 자른 오렌지나 자몽, 오이, 라임, 레몬 등 어울리는 과일을 넣으면 한 단계 더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답 같은 건 없어요. 단맛이 부족하면 아페르티보를 더 넣고 너무 달다 싶으면 와인을 더 넣어주세요. 소맥보다 비율에 더 관대한게 바로 이 스프리츠의 매력이거든요.



술이 약한데다 더위에 지친 저는 아예 와인도 빼고 대신 토닉워터를 콸콸 부어서 마셨어요. 대신 토닉워터는 제대로 된 걸 골랐죠. 프리미엄 토닉워터라고 불리는 토마스 헨리에요. 진로 토닉워터가 한병에 500원 정도 하는 반면 토마스 헨리는 2,000원 정도 하는 비싼 몸이시죠. 이건 나중에 따로 소개할게요!



다시 아페롤 스프리츠로 돌아와 볼까요? 이 칵테일은 어떤 맛이냐구요? 오렌지향과 그리고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는 채소를 반으로 잘랐을 때 나는 싱그러움이 있어요.



얼음이 가득 채워진 잔에 청명한 오렌지 빛 쌉싸래한 쓴맛과 아릿한 허브향이 마시고 또 마셔도 자꾸만 마시고 싶어요. 저기 멀리 현관을 지나 엘레베이터까지 타고 내려갔던 입맛도 돌아오게 만드는 그런 맛이랄까요? 아아, 여러분 이번 여름엔 꼭 이 아페롤 스프리츠를 드세요.



아페롤
Point – 빨간맛, 궁금해 허니
With – 뜨거운 태양과
Nation  이탈리아
Style – 아페르티보(식전주, Aperitivo)
ABV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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