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디에디트 Sep 03. 2018

츠타야는 서점이 아닌걸

츠타야 탐방기

안녕,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이번에 새로 인사드리게 된 라이프스타일 덕후, 신동윤이라고 한다. 이번 여름은 참 무더웠는데 휴가는 다들 다녀오셨나 모르겠다. 아직 못 가신 분들에겐 참 유감이지만 나는 도쿄에 다녀왔다.



추억이라고는 쇼핑과 취재뿐이어서 안타까운 찰나, 노랑머리 대표님의 원고 청탁을 받고 여러분과 ‘츠타야’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겼다.



자 여러분은 츠타야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계시는지? 잘 모른다고? 괜찮다. 이제부터 내가 찬찬히 설명해볼 참이니까. 츠타야는 CD와 DVD 대여를 하는 서점 체인으로 시작해 서점의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가게라는 별명을 가진 서점으로 거듭나고 있는 곳이다.


더 간단히 말하면 책이랑 이런저런 물건들을 팔고, CD와 DVD는 무려 대여도 해준다. 엥, 그런 건 교보문고도 다 해주는데 뭐가 대단한지 모르겠다고? 뭐가 다른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츠타야는 정말 많다”


인터넷에 ‘츠타야’를 검색하면 꽤 많은 츠타야가 나온다.

[빨간 점이 모두 츠타야다]
츠타야는 양적 팽창을 통해 덩치를 키운 회사다.
앞서 말했듯이 과거의 츠타야는 그저 CD와 DVD 렌탈을 해주고,
책을 파는 서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규모를 기반으로 한 질적 팽창을 이뤄내
마침내 ‘혁신’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츠타야는 전국에 1,500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거대한 체인이다. 다만 아직 혁신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렌탈샵으로 남아있는 (구) 츠타야와 라이프스타일샵인 (신) 츠타야(이 글에서 말하는 츠타야는 (신) 츠타야로 한정하자)가 혼재되어있지만, 어쨌건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럼 츠타야를 알기 위해서는 이 수많은 매장들 중에 한곳만 방문해보면 되지 않을까? 글쎄, 아쉽게도 그렇게는 안 된다.


장님과 코끼리라는 이야기가 있다. 장님들이 각자 코끼리의 다른 부위를 만진 다음, ‘코끼리는 이렇게 생겼다!’며 갑론을박하는 이야기다. 츠타야도 마찬가지다. 같은 체인임에도 불구하고 츠타야는 매장마다 조금씩 다르다. 코끼리를 알기 위해서는 코끼리 전체를 만져봐야 하듯이, 우리는 츠타야를 알기 위해서 수많은 츠타야 매장을 가봐야만 한다. 그래야 대충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츠타야 긴자식스점
고급 취향과 예술, 그리고 백화점에서의 휴식을 책임진다


긴자는 일본 최대의 번화가이자 패션과 예술의 거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긴자식스는 그러한 긴자 한복판에 있는 거대 쇼핑몰이다. 그래서일까? 츠타야 긴자식스점은 예술과 관련된 서적과 물건들 그리고 잡지가 주력이다. 무려 한쪽 구석에는 아트 갤러리와 굿즈를 파는 공간도 따로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거대 쇼핑몰의 서점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앉을 장소가 없는 쇼핑몰에서 츠타야는 책을 읽으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보시다시피 오히려 책이 있는 공간은 얼마 되지 않고, 상당수가 앉기 위한 공간이다. 그리고 츠타야의 파트너인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로 많은 좌석이 준비되어 책을 읽으며 앉아서 쉬기에 수월한 구조로 되어있다.


츠타야 시부야점
서점보다 렌탈에 집중, 젊은이에게 맞춰져있다


시부야는 ‘젊은이의 거리’라는 별명이 있는 신촌과도 비슷한 동네다. 실제로 돌아다녀 보면 어쩐지 나이 든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참 많다. 젊은이들의 왕래가 잦은 탓에 츠타야 시부야점은 음악 CD와 영화/드라마 DVD, 게임 그리고 만화를 주력으로 삼는다.



지하 2층부터 지상 7층까지 있는 거대한 매장 중에 7개 층이 CD와 DVD, 게임, 만화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그나마 7, 8층에서 판매 중인 도서들도 라이프스타일이나 예술, 패션, 잡지 위주다.


[휴일엔 서점으로, 라고 말하는 만화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악역.]

위 사진 같은 재미(?)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확실히 젊은이를 타깃으로 하는 매장이라 그런지 서점 중간중간에 이런 것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잘 찾아보자. 실소도 웃음이라면, 웃긴다. 


다이칸야마 T-site
시그니처 츠타야


단 한 군데의 츠타야를 가야 한다면 어디를 가야 할까? 당연히 츠타야에게 지금과 같은 명성을 갖게 해준 츠타야 다이칸야마, 이른바 다이칸야마 T-site다.


‘숲속의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진 다이칸야마 T-site는 지역주민들에게 산책로, 만남의 장소, 휴식의 장소가 된다. 2층짜리 건물 3개가 연결된 형태의 이 장소 역시 다른 츠타야와 마찬가지로 설계부터 지역 주민들의 니즈를 철저히 반영했다.


[다이칸야마 T-site의 낮과 밤. 전경을 한 번에 볼 수 없도록 살짝 뒤틀려서 설계되어있다.]

실제로 각 건물 사이사이는 산책로처럼 구성되어있고, 내부 역시 담소를 나누기에 좋은 공간이 많다. 애초에 시작 당시, 처음으로 한 일이 지역주민들에게 ‘어떤 장소를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거였다고 하니 말 다 한 게 아닐까.


하지만 다이칸야마 T-site가 명소인 이유는 따로 있다. 단순히 만남과 휴식의 장소정도의 의미라면 아무 카페에 가도 그만이니까. 다이칸야마 T-site가 특별한 이유는 다른 어떤 츠타야보다도 츠타야의 철학과 시도들이 듬뿍 묻어나는 장소기 때문이다.


“취향으로 만들어진 흐름”



츠타야는 사실 그들만의 분류법으로 무척이나 유명하다. 여러분이 한국 서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영, 인문, 문학, 기술 이런 식의 일반적인 분류법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분류를 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뭔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나는 사실 꼰대, 힙스터, 중2병(?) 이렇게 구분이 되어있을 줄 알았었다. 그래서 사실 처음 들어갔을 땐 무척 실망했다.


그럼 우리가 아는 서점이랑 뭐가 다른 거냐고? 나도 조금 돌아다니다가 알아낸 건데 분류법이 아니라 코너를 배치하는 방식이 다르다.


여러분이 가본 서점의 대부분은 코너별로 연관성이 없을 거다. 우리 집 근처의 교보문고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적 옆에 중, 고등학교 참고서가 있다. 하지만 다이칸야마 츠타야에는 특유의 배치로 만들어진 ‘코너 간의 유기적 흐름’이 있다. 코너의 연결 간에 유기적이고 자연스러운 흐름이 존재하는데, 어느 한 지점에서 대충 훑어보면서 거닐다 보면 나도 알아채지도 못하게 어느샌가 전혀 다른 분류에 도착해있게 된다.



예를 들면, 2관 1층의 [예술 – 패션 – 디자인 – 인테리어 – 건축 – 휴식 – 리빙 – 주방 – 인도어 – 아웃도어 – 자동차 – 시계]로 이어지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적어두니 각각이 분절되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책과 물건의 큐레이션을 통해서 연결이 자연스러울 수 있게 만들어두었다.


이러한 흐름이 가능한 건 취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본인들이 팔고 있는 물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 덕분이다. A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B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데이터와 분석이 필요하다. 츠타야는 1,500개의 매장을 통해 확보한 회원들의 취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알아냈다. 그리고 본인들이 팔고 있는 물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어떤 물건을 배치해 일관된 흐름을 만든다. 이 흐름을 만들기 위해 츠타야에서는 그에 맞지 않는 물건들은 과감히 팔지 않는 경우도 있다.



어라, 듣자하니 이거 셀렉숍에 대한 설명 아닌가?



“복합라이프스타일 셀렉숍”



그렇다. 여러분! 츠타야는 서점이 아니다. 아니, 아까는 서점이라고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말이냐고? 아하하하, 이름은 서점이 맞다. 내가 츠타야는 단순한 서점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되바라진 탓도 있지만, 서점이라기엔 좀 더 복합적인 요소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정말로, 별의별 게 다 있다]

예를 들어 아트 섹션에서는 키스 해링의 아트북 옆에 실제 키스해링 문양의 가방과 수첩, 장난감, 심지어는 보드게임마저 있다. 패션 파트 옆에는 유명 디자이너의 옷과 장신구가 과학 섹션에는 실제 사이즈의 해골과 화석이 깔려있다. 심지어 T-travel이라고 해서 여행 책자 주변에서는 여행 대행사도 하나 만들어뒀다. 앞서 말한 츠타야 특유의 큐레이션까지 생각해본다면, 사실 그냥 서점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거대한 편집, 셀렉숍이지.



그럼 이 이렇게 거대한 라이프스타일 복합 공간, 셀렉숍에서 길을 잃지 않는 길잡이 역할을 하는 건 뭘까. 온라인 셀렉숍에서는 적어도 검색이라는 기능이라도 있는데 말이다. 가이드 책자? 아하하하, 가이드 책자는 별로 의미가 없다. 도움이 될 만큼 상세하지 못하다.


다이칸야마 T-site에서의 가이드는 바로 잡지다. 3개관 모두 잡지가 중앙을 관통하며 배치되어있는데, 양쪽에 뭐가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그쪽에 있는 잡지가 뭔지 들쳐보면 된다. 예를 들어 내 눈앞에 건축잡지가 있다면 그쪽 방향으로 들어가면 건축 관련 도서들이 있을 거다.


“라이프스타일의 과거 현재 미래”



다이칸야마 T-site가 잡지를 활용하는 사례는 이것만이 아니다. 다이칸야마 T-site는 단순히 잡지를 길잡이로 끝내지 않고, 지금까지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보여주는데 사용한다. 2관의 2층에 있는 Lounge라고 이름 붙여진 이 공간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이 공간의 가장 큰 매력은 일본에 발간된 주요한 잡지사들이 과거부터 아카이브화 되어 모여있다는 점이다.



이 아카이브는 무슨 의미를 가질까? 여러 주요 매체가 과거부터 차곡차곡 쌓여있다는 건, 이 공간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일본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거다. 즉, T-site는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감과 동시에 과거를 기록하고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유행에 따라서 트렌드는 바뀔 수 있어도, 사람들의 취향이라는 게 획획 바뀌는 게 아닌 탓에 이 과거들의 데이터는 다시금 츠타야의 설계를 탄탄하게 만드는 재료가 된다.


“츠타야 그리고 일본 문화”


다이칸야마 T-site에서 츠타야의 철학과 시도를 비롯, 각 지역마다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츠타야들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니, 이런 거 대체 어떻게 만든 거지’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온다. 사실 이 모든 게 하나의 방법론으로 설명이 되는데, 다름이 아니라 ‘문화를 온전히 소화시키는 것’이다.



T-site는 큐레이션 된 모든 책들과 제품들을, 그리고 과거부터 쌓아온 이용자의 취향을 온전히 소화했기 때문에 위화감이 없는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너무 거창한 거 아니냐고? 어우, 무슨 소리. 그냥 비슷한 부류끼리 놔둔다고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운동이라도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나는 아이스 스케이팅과 암벽등반을 즐기지만, 농구 같은 구기 종목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나올 테고 나는 아마도 중간에서 멈출 거다. 흐름이 연결이 안된다.



지역마다 맞춤형으로 만들어진 츠타야 역시 마찬가지다. 해당 지역이 어떤 문화를 갖고 있는지 온전히 소화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거다. 이 지역은 어떤 문화를 갖고 있고, 어떤 사람이 오고, 어떤 니즈를 갖고 있으며, 그럼 츠타야가 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소화했기 때문에 이런 지역 맞춤형 츠타야가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이런 장국과 젓가락을 주는 일식 파스타도 문화 소화의 결과물이다]

이  능력이라는 게, 갑자기 툭 튀어나온 능력이나, 타고난 재능이 아니다. 사실 나는 이 ‘츠타야’는 가장 일본스러운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일본엔 ‘이이토코도리(良いとこ取り)’라는 말이 있다. 좋은 건 취한다라는 뜻으로 일본 사람들이 취향을 대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말이다. 이 ‘이이토코토리’를 기반으로 일본 문화는 발달해왔다. 그런데 어떤 문화에서 뭐가 좋은 지를 알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할까? 그렇다. 바로 그 문화를 온전히 소화해 내 것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분이 그림을 그릴 때 여러 기법을 능수능란하게 섞어 사용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사용된 기법을 마스터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해, 이이토코토리가 삶에 배어있는 일본에서 츠타야가 나온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일지도 모른다.


자 여러분, 츠타야가 조금은 이해가 되셨는가? 츠타야에서 느낀 경이로움을 여러분과 온전히 나누지 못해서 나는 사실 아쉬울 따름이다. 실제로 모든 걸 적었다가는 분량을 감당할 수 없어 많이 덜어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했다. 혹시라도 츠타야가 궁금해졌다면, 과감히 비행기 표를 끊어보자.


그럼, 안녕! じゃね!


츠타야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다면 다음 책들을 참고하자!

<매거진 B No.37 : TSUTAYA / 매거진B 편집부 저 / 제이오에이치>

<지적자본론 / 마스타 무네아키 저 / 민음사>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 마스타 무네아키 저 / 위즈덤하우스>


츠타야를 갔는데, 일본어를 읽을 수 없다면!

구글 번역 앱의 사진찍기 기능을 이용하자.


기사제보 및 제휴 문의 / hello@the-edit.co.kr



keyword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사는 재미라도 the-edit.co.kr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