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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Oct 24. 2018

위스키와 아이스크림의 위험한 만남

안녕, 에디터M이다. 낮이 짧아지고 밤은 길어졌다. 겨울이 왔다는 소리다. 겨울밤엔 시방 난 위험한 짐승이 된다. 밖에 나가긴 싫지만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고독하고 쓸쓸한 밤. 타오르는 촛불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사정없이 흔들리는 내 마음을 달래주는 건, 맛있는 한 잔의 술이다.


[사무실 술카트에 있는 술 총출동]

오늘은 정말 정말 위험한 술과 안주를 들고 왔다. 근사한 안주 이야기는 조금 뒤에 하기로 하고 일단 술 이야기부터 해보자. 조니워커 블랙 셰리 에디션. 무려 아시아 독점 한정판이다.


그렇다면, 셰리란 무엇인가. 셰리(Sherry) 와인은 포트 와인과 함께 세계 2대 주정 강화 와인으로 불린다.

사실 세계 몇 대 같은 말은 크게 중요치 않다. 주정강화 와인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둘은 닮은 듯 다르다.


[포르투에서 찍은 포트와인]

가장 기본적인 분류는 지역이다. 포트는 포르투갈에서 셰리는 스페인에서 시작했다. 포트와인은 발효 중에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넣는다. 알콜이 될 운명을 타고 났다가 브랜디에 의해 강제 로그아웃된 당분들이 갈곳을 잃고 그대로 술에 잔류한다. 포트와인이 달고 끈적한 이유는 아직 미련이 남은 당분들의 발자취다. 이쯤에서 포트와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 사람이 있다면 잠시 이 기사를 읽고 와도 좋겠다.


반면 셰리 와인은 발효가 모두 끝난 와인에 브랜디를 넣기 때문에 포트와 달리 굉장히 드라이한 편이다(물론 단맛이 나는 셰리도 있지만, 일단 이렇게만 알아두자).


[유리병과 이 병뚜껑이 만나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좋아한다]

셰리 와인도 포트 와인도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기존의 조니워커 블랙에 이 셰리 와인을 저장했던 오크통에 숙성한 위스키 원액을 함께 블렌딩했다는 것이다. 조니워커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블랙 라벨이 셰리를 담았던 오크통을 만나 어떻게 변했을지! 술 마개를 따기도 전에 내 마음이 두근두근.


조니워커의 각진 병은 그대로다. 하지만 아름답다. 기사를 쓰며 다시 봐도 영롱한 사진이다. 블랙 라벨이 레드 라벨보다 조금 더 진한 편이긴 하지만, 이건 조금 더 붉다. 블랙 라벨에 미스코리아가 떠오르는 붉은 띠만 둘렀을 뿐인데 다르다. 매일 후줄근한 차림으로 만나던 오랜 연인이 어느날 멋지게 차려입고 짠하고 나타난 것같은 새로움이다.


밤의 어둠이 더 깊고 끈적해진 요즘에 마시는 위스키란. 모든 불을 끄고 노란 스탠드 불빛만 일렁거리는 어느 날, 음험한 마음을 안고 이 병을 따기로 했다.


아주 조금 마셔본다. 입술을 타고 달콤한 액체가 흘러 들어온다. 그러다 조니워커 특유의 스모키한 향이 목 뒤에서 기화한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간 자리에는 달콤한 바닐라 향, 초콜릿 그리고 오크향이 남는다. 블랙 라벨에 다양한 캐릭터가 덧입혀진 맛이다.


온더락을 해서 마시면 맛과 향이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얼음이 녹아 알콜을 죽이고 향이 올라온다. 하지만, 지금 이 셰리 에디션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스트레이트로 마셔야 한다.


여기서 끝이냐고? 설마. 이 맛있는 셰리 에디션을 조금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내 이름을 걸고 이건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니. 제발 나를 믿고 한 번만 시도해보자.


최근 내 인스타그램 피드를 핫하게 달구고 있는 하겐다즈의 새로운 맛. 피넛 버터 크런치다. 깊고 진한 바닐라 베이스에 중간중간 땅콩버터가 그리고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캐러멜 소스가 입혀진 땅콩이 있으니 이건 뭐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지.


달콤한 아이스크림 한 입에 스모키하고 향기로운 셰리 에디션 한 입이면 크으. 요즘말로 #JMT 누가 단짠단짠이 옳다고 했던가. 정말 옳은 건, ‘단쓴단쓴’이다. 인생의 쓴맛 뒤에 가끔 찾아오는 고소함이 함께 느껴지는 성숙한 어른의 맛이다.


고백하자면 난 아직 위스키의 맛을 온전히 즐기기엔 내공이 부족하다. 깊은 새벽이 혹은 몸과 마음이 지진하게 가라앉은 어느 야심한 밤이 아니면 위스키를 찾는 일은 그리 자주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도 사람들이 왜 위스키를 찾는지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괜찮다. 

농염한 맛을 내는 근사한 아이스크림과 함께라면 위스키 정도야 얼마든지 아니 솔직히 딱 한 잔, 그만큼이면 충분히 황홀하다.



Photo by @reframe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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