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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Oct 25. 2018

진짜 좋은 청바지를 고르는 법

리바이스 501에 대해 들어봤다면 

안녕,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라이프스타일 덕후, 신동윤이다. 우리 한 번 자기 옷장에 있는 바지를 헤아려보자. 아마 수가 너무 많아서 셀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거고, 한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거다. 자,  이번엔 소재로 바꿔서 생각해보기로 하자. 여러분의 옷장에는 어떤 종류의 바지가 있을까?

그래 그래. 나도 안다. 불공평한 질문이다. 누가 자기 바지 소재까지 정확하게 알겠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마도 높은 확률로 데님(청), 치노(면직), 울(모직)로 이루어져있을 거다. 거의 대부분의 바지가 이 3가지 구분 안에 들어간다. 못 믿겠으면 옷장에 가서 확인해봐도 좋다. 자, 이제 진짜 퀴즈다. 

이 바지 3대장 소재 중에 유일하게 만든 사람이 알려져있는 것은 무엇일까?

[힌트 : 이 아저씨의 이름은 ‘리바이 스트라우스’다]

아하하, 너무 쉬운 퀴즈였나. 물론 답은 데님이다. 면, 울은 아시다시피 전세계 어디서나 입던 소재다.

그런데 청바지는 좀 특이한 소재다. 특정 기능을 위해 태어났고,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심지어 처음 만들어낸 브랜드까지 명확하게 알려져있다. 데님, 그러니까 청바지야말로 기능성 의류의 조상님이 아닌가 싶다.

엥? 어떻게 청바지가 기능성 의류냐고? 청바지의 유래에 대해 알면 이해할 수 있다. 청바지는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텐트용 천으로 만든 광부용 작업복이었다.

[원래는 이렇게 청-청으로 입고 일하는 작업복이었다는 거다]

물론 지금의 기능성 소재의 조건에는 한참 부족하지만, 당시에는 청바지 만큼 질기고 오염에 강한 소재가 없었다. 당시 노동자들의 반응이 이를 증명하는데,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재고 처리용으로 만든 바지가 너무 히트를 치자 아예 ‘리바이스’를 만들어서 업종을 변경해버린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한다는 예시]

그럼 작업복이 어떻게 갑자기 평상복의 위치까지 올라오게 된 걸까? 그냥 질기고 오염에 강하니까? 단순히 기능성만으로 본다면 데님은 크게 매력적인 소재는 아니다. 노동 현장에서도 대체된 지 오래다. 난  제임스 딘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제임스 딘은 영화 <이유없는 반항>에서 붉은 자켓과 청바지를 입고 등장한다. (물론 그의 얼굴이 다했지만)지금 봐도 기가막힌 적-청의 강렬한 대비다. 이 패션은 희대의 반항아를 연기한 그의 캐릭터와 만나 시너지를 낸다. 그리고 청바지는 자유와 반항 그리고 젊음의 상징이 되었다. 결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치솟은 인기 덕분에 작업복이던 청바지는 순식간에 평상복으로써의 직위를 얻게 되었다.


* 재미있는 점은 원래 이유없는 반항이 흑백 영화로 기획되었다가 나중에 컬러로 상영되었다는 사실. 만약 흑백영화였다면 지금의 청바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일단 입어봤는데 진짜 좋네”


자, 오늘의 주인공 청바지는 제임스 딘을 등에 업고 사람들에게 입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분도 잘 아는 것처럼 스타가 만들어낸 유행은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2년 전 겨울,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가 한창 유행일때를 기억해내보자. 이동욱 – 공유가 롱코트를 입고 나온 덕에 서울의 길거리는 롱코트로 넘실댔다. 그럼 작년 겨울은? 롱코트는 무슨, 이 세상은 롱패딩으로 가득했다.

그렇다면 청바지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아주 단순하다. 청바지가 정말 괜찮은 옷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작업복으로 시작했으니 오염에 강하고 소재가 질겨서 오래도록 입을 수 있다. 여기서 또 기막힌 우연이 발생하는데, 염색된 원단과 질기고 뻣뻣한 소재가 결합해 일어나는 페이딩(우리가 워싱이라고 부르는 현상. 워싱은 놀랍게도 콩글리시다) 덕분이다.

페이딩은 착용자의 생활 습관에 따라 물이 빠지고 닳는 현상을 말한다. 원래 청바지는 소재가 뻣뻣해 구김이 잘가고, 염색된 원단이라 물이 빠진다. 게다가 오래입을 수 있다보니 그 현상이 잘 드러날 때까지 입을 수도 있다. 청바지를 오래 입으면 옷에 나만의 흔적이 남게 된다. 이미 내 생활 습관과 몸에 적응한 옷이니 편한건 당연하고 페이딩도 나름의 멋이 있다. 내게 맞춘 옷이 아니라, 나에게 맞춰진 옷이라니 낭만적이지 않나!

[청바지로 할 수 있는 코디는 거의 무한대가 아닐까.]

뻣뻣한 원단으로 생기는 페이딩이 청바지의 매력 중 하나라면, 또 다른 매력은 용도의 유연함이다. 자, 눈을 감고 청바지에 어울리지 않는 상의를 상상해보자. 아마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다. 꽤 잘 맞는 청바지만 있다면 상의는 대충 아무거나 걸쳐도 중간은 갈 수 있다. 원래 기본 아이템이라는 게 어디에 입어도 어울리니까 기본 아이템이라고 하는 거다. 그리고 청바지는 누구나 적어도 한 벌 씩은 갖고 있는 대표적인 기본 아이템이고.


자, 이제 청바지 한벌쯤 새로 사고 싶어지셨나?




“손님, 데님 어디까지 알아보고 오셨어요?”


데님을 사기로 했는데, 뭘 어떻게 사야할까? 구글에 검색해보면 모르는 말이 넘쳐난다. 리지드? 로우 데님? 셀비지? 소킹? 샌포? 어쩔 수 없다. 좋은 물건은 마니아가 넘치기 마련이고, 모르면 좋은 물건을 구하기 어렵다. 하지만 걱정마라. 여기서 한번에 쫙 정리해 드리겠다.

앞서 말했듯이, 청바지를 처음 만든 곳은 리바이스다. 다시 말해 일종의 표준이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데님 전문 편집숍이나, 청바지 전문 매장에 가서 ‘죄송한데, 이거는 리바이스로 치면 어떤 라인이랑 비슷해요?’

라고 하면 다 말해준다. 그러니 일단 리바이스에 대해 공부해보자. 물론 꼭 리바이스를 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설명은 리바이스로 하지만, 나도 리바이스는 잘 안 입는다. 호호.

리바이스 501. 

무려 인류 최초의 청바지다. 어쩐지 리바이스에서는 오리진 핏이라고 부르는데, 흔히 스트레이트 핏이라고 부르는, 일자로 떨어지는 바지다. 솔직히 가장 기본형이라서 뭘 살지 잘 모르겠으면 501 스타일을 사면 된다.

리바이스 511. 흔히 스키니진이라고 부르는 형탠데, 리바이스는 스키니 핏이 타이트하게 나오는 편이 아니라서 여러분이 아는 형태와는 조금 다를 수 있다. 물론 정말로 타이트한 스키니도 찾으면 있긴 하다.

리바이스 514.리바이스에서는 이걸 스트레이트 핏이라고 부르는데, 우리가 흔히 슬림 스트레이트라고 부르는, 허벅지 라인은 조금 좁게 나오고 무릎 아래로는 스트레이트로 떨어지는 라인이다.

리바이스 527. 요즘 살살살 트렌디해지고 있는 부츠컷이다. 아직은 일반인보다는 연예인들이 많이 입는 듯하다. 그래도 힙한 디에디트의 구독자 분들이라면 입을지도 모르겠다.

LVC Levi’s Vintage Clothing


이거는 조금 깊게 들어가는 이야기라서 살짝만 이야기하자면, 사실 같은 리바이스 라인 안에서도 시대마다 조금씩 디자인이 다르다. 그래서 과거의 청바지를 LVC(Levi’s Vintage Clothing)라고 따로 팔고 있다. ‘나는 정말로 깊게 파고 들어서 내 마음에 꼭 드는 청바지를 찾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LVC를 참고해서 몇년도의 어떤 라인이 내 스타일인지를 찾아보시길. 참고로 나는 1933년 501라인이다. 헤헤.

[오래 입은 청바지의 매력. 페이딩의 영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

자 이제, 어떤 디자인이 있는지는 알았다. 다음 단계는 바로 페이딩(워싱)의 유무다. 앞에서 설명해서  페이딩이 뭔지는 다 아실거라 믿는다.

[이건 리바이스 511 로우 진 보기만 해도 다리 피부가 쓸리는 것 같다]

이 페이딩이 생기기 전의 바지를 로우 데님, 혹은 리지드 데님(생지)이라고 부른다. 다만 로우 데님은 말그대로 풀이 잔뜩 먹은 생짜 원단이다보니 정말로 뻣뻣하고 불편하다. 앞서 말한대로 길들이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만약에 여러분이 페이딩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페이딩이 생기기 전까지는 함부로 세탁도 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동안 빨지 않길 권한다)


근데, 이렇게 애써도 페이딩이 이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제조사에서 미리 예쁘게 페이딩 처리를 해줘서 나오는게 바로 우리가 ‘워싱진’이라고 부르는 물건이다. 미리 보기 좋게 페이딩도 되어있고, 이미 한번 세탁되면서 풀기도 빠져서 입기도 훨씬 편하다. 하지만 일괄적으로 만들다보니 입는 사람이랑 딱 안 맞는 경우가 있으니 참고하자. 예를들어 무릎위치가 딱 맞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뭐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또 새로운 워싱이 기존 워싱이랑 섞이면서 몸에 맞춰지긴 한다.


사실 데님에서 사용되는 용어는 거의 모든 것이 페이딩을 위한 용어라고 보면 되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알아도 청바지를 사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여러분 중 ‘무릇 청바지는 내가 직접 길들여야하지 않겠나!’하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 조금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어보자. 또 요즘엔 생지가 트렌드이긴 하니, 알아둬서 손해볼 건 없다.

[이 둘의 차이는 온스 차이다]

사진을 보면 같은 청바지인데도 엄청나게 다른 걸 확인 할 수 있다. 온스가 다른 탓이다. 온스는 원단의 단위면적 당 무게다. 그냥 원단이 얼마나 두꺼운지 말한다고 보면 된다. 몇 온스의 데님을 입냐는 페이딩 취향과 관련이 있는데, 고 온스의 데님으로 갈수록 페이딩이 각지고 날카롭게 잡힌다. 종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A4 용지에 힘을 주면 자잘한 자국이 잔뜩 생기지만, 하드보드는 힘을 주면 큰 구김 몇 개만 생기기 마련이다. 청바지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데님은 12-14 온스를 사용하는데, 사실 구체적 수치가 딱히 중요한 건 아니다. 애초에 온스라는 게 세탁하면 원단이 수축해서 좀 늘어난다.


아까 리지드 데님은 풀기가 남아있어서 빳빳하고 불편할 수 있다고 한 건 기억이 나시려나? 저 온스의 경우에는 풀기가 좀 남아있어도 조금 불편한 수준으로 끝날 수 있는데, 고 온스로 가면 풀기로 인해 정말로 움직이기 불편해질 수가  있다. 그럼 고 온스의 데님은 페이딩을 위해 그 불편함을 감수 해야만 하는 걸까? 에이, 애초에 편안함을 위한 바지가 청바지인데?

그럴리가. 당연히 방법이 있다. 바로 소킹(soaking)이다. 새로 산 청바지를 안과 밖을 뒤집어 뜨듯미지근한 물에 담궈놓으면 풀기가 빠진다. 잔여 염료가 물에 녹으면서 색도 조금 빠지긴 하지만, 새로 산 바지라면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다만 주의할 점은 데님도 기본적으로 섬유기 때문에 따듯한 물에 들어가면 수축한다. 그래서 만약 타이트한 청바지라면 조금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러니 사이즈를 여유있게 택하도록 하자. 이런 불편함이 싫다면 샌포라이즈드(방축가공 = 수축하지 않도록 가공한 것, 리바이스에서는 Pre-Shrunk)처리된 데님을 사면 된다. 흔히 샌포/언샌포라고 부른다.

*위의 표는 언샌포는 뜨거운 물에, 샌포는 찬 물에 넣으라고 하는데, 그냥 뜨듯미지근한 물로 하면 구분없이 해도 된다.


이제 피날레다. 가끔씩 등장하는 셀비지라는 용어도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구형 직조기로 짠 원단이라는 뜻이다. 아무래도 구형 직조기로 만든 원단이다보니 거칠고 투박하다. 또 페이딩이 불규칙하고 거칠어진다. 셀비지 데님은 눈으로 구분하긴 어렵고 대개 원단 가장 자리의 스티치로 구분하면 된다. 대개 붉은 색을 사용해서 ‘레드 스티치’라고 부르는데, 요즘엔 또 꼭 빨간색만 쓰진 않으니까 스티치 여부를 보도록 하자. 역시나 셀비지 데님도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취향의 문제다. 다투지말자.


[알면 알수록 깊은 청바지의 세계. 이제 당신도 청바지 전문가!]

자,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 고생했다. 하산해도 좋다. 여러분은 이제 마니아가 넘쳐나는 데님의 무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제 데님 전문 매장의 점원이 “고객님, 이거는 리지드 데님으로 만든 셀비지 진인데, 고 온스에 언샌포라서 소킹을 꼭 해주셔야해요!”라고 해도 기죽지말고, 싱긋 웃으며 ‘네’라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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