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도우미 씨그비트
다들 잘 피우고 있습니까?
2015년 담뱃값이 두 배가 넘게 올랐다. 빼애액!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라고. 흡연자들은 분노했다. 4,500원. 커피 한 잔 값보다 비싸다. 하루에 두 갑 이상 피우는 헤비스모커라면 한 달에 30만 원, 일 년이면 350만 원 이상 쓸 각오를 해야하는 큰 돈이다. 그 당시, 누군가는 금연을 결심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전자담배로의 외도를 택했다.
그로부터 벌써 일 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내 앞에서 호기롭게 담배를 꺾던 사람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지금 아주 성실한 세납자가 되어있다. 하지만 의외로, 전자담배를 선택한 사람들은 아직도 자신의 선택을 고수하고 있더라.
그들이 꼽은 전자담배의 장점은 이렇다. 냄새가 안 나니 눈치가 덜 보이고, 오늘은 포도맛, 내일은 복숭아맛 31가지 아이스크림처럼 고르는 맛이 있다고. 단점이라면, 담배를 피운다는 느낌이 덜해서 자신이 얼마나 피는지 확인이 안 된다는 거 정도랄까?
애주가들이 만나면 서로의 주량을 체크하듯, 흡연자들도 하루에 담배를 얼마나 피우는지 묻곤 한다. 하지만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참 말하기가 거시기하다. ‘저는 하루에 60mL만큼의 액상을 태웁니다. 대용량이죠’라고 말할 순 없잖아?
뭐든 알아야 관리가 가능한 법이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겐 씨그비트를 추천한다. 이 제품은 장남이 아닌 차남들로 이루어진 젊은 스타트업 ‘차남들’의 흡연관리 도우미다.
씨그비트에는 초소형 블루투스 칩이 내장되어 있다. 전자 담배는 모두 표준화된 규격이 있는데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작은 크기의 씨그비트를 전자담배에 끼우면 사용자가 전자담배를 피운 정보를 스마트폰 앱으로 전송한다.
흡연량은 스마트폰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단 인터페이스가 참 깔끔하다. 청록색을 메인 컬러로 만들어 상큼하다. 오늘 하루 흡연한 모금수와 니코틴 양을 기준으로 한 눈에 확인가능하다. 어쩐지 핏비트와 앱이 많이 닮아있는데, 그래서인지 흡연량을 확인하는데 꼭 운동량을 확인하는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다. 이러면 곤란한데…
처음 세팅할 때 하루 흡연량을 설정해두면 설정한 목표 흡연량에 가까워질수록 청록색에서 오렌지, 레드로 색이 변하고, 알람으로 경고도 한다. 자신이 목표로 한 흡입횟수, 연초에 대비한 개비 수를 설정할 수 있어 효과적인 흡연랑 관리가 가능하다.
재미있는 건, 어느 새벽에 씨그비트의 전원을 켰더니 평소와 다르게 야간에 흡연이 기록되었다는 메시지가 왔다. 나에게 혹시 술을 마시면서 흡연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게 물어 보더라(아니다. 난 리뷰를 위해 새벽까지 기사를 쓰고 있었을 뿐이다). 애인처럼 다정해! 어쩐지 사랑받고 있는 기분이다. 이렇게 세심한 면 뿐만 아니라 친구와 함께 서로의 흡연량을 비교하고, 경쟁할 수 있는 소셜기능도 있다. 난 씨그비트 팀에 결투를 신청해봤다.
혹시 네트워크 연결이 되지 않을 때 전자담배를 피우더라도, 흡연 횟수를 저장해 두었다가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시점에 흡연량 정보를 앱으로 전송한다. 당신이 도망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
씨그비트의 가격은 2만 8,000원. 만약 당신이 지긋지긋한 담배의 마수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혹은 전자담배를 피우는데 좀 더 체계적으로 니코틴 흡입량을 관리하고 싶다면 씨그비트는 분명 유용한 툴이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은 나의 아련한 모습으로. 그럼 다들 끽연하시길! 물론 지나친 흡연은 당연히 건강에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