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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Nov 05. 2018

같은 기업도 부서에 따라 오피스 환경은 달라져야 한다

퍼시스그룹 스튜디오 원

'본 콘텐츠는 퍼시스그룹 제공으로 디에디트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에디터M입니다. 오늘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거에요. 생각해보면 어렸을 땐 오직 내 몸에 걸치는 것만 신경 썼어요. 내가 머무는 공간에 대해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죠. 당연한걸요. 집에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주기적으로 책걸상을 바뀌는 학창시절에는 온전한 내 것이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여기 넘어오지마!” 책상 한가운데에 검정 사인펜으로 선을 주욱 그어 내 공간을 주장하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해요. 다시 생각해도 정말 유치했네요.



하지만 요즘은 공간에 대해 매일 생각합니다. 이제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보다 지금 내가 어디에 머물고 무엇을 보는지가 훨씬 더 중요해진 나이가 된 걸까요?


여러분 혹시 퍼시스(FURSYS)라는 브랜드를 들어보셨나요? 그렇다면 일룸(iloom)은요? 어쩌면 ‘아! 공유가 모델인 곳!’이라며 손뼉을 친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맞아요. 사무용 가구를 만드는 퍼시스, 생활 가구를 만드는 일룸, 의자엔 시디즈, 책상의 데스커, 매트리스의 슬로우(이건 디에디트가 리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소파를 만드는 알로소까지 이 모든 것은 퍼시스그룹으로 묶이는 한 가족이죠.



이쯤이면 대충 짐작하셨겠죠? 오늘 저를 초대한 곳은 바로 퍼시스그룹입니다. 공간과 디자인에 대해 굉장히 멋진 철학을 가진 곳이죠. 퍼니처(furniture)와 시스템(system)를 따서 만든 이름인 퍼시스그룹은 1989년부터 국내 가구 업체로는 최초로 연구소를 설립해 사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에 대해 고민해왔어요.


오늘 방문할 스튜디오 원은 그동안 삼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이 꿈꾸던 모든 것을 집약해 놓은 신념의 도서관 같은 곳입니다. 자 이제 그럼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해 볼까요?



스튜디오 원에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이 저를 환영합니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일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죠. 오픈 키친부터, ㄱ자로 배치된 의자 겸 테이블, 그리고 해먹과 빈백까지. 꼭 코워킹 스페이스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에요.



2층은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요.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디자인 서적이 배치되어 있어요. 단순히 멋지게 보이는 전시용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이곳에 근무하는 디자이너들이 이곳에서 책을 들춰보며 다양한 영감을 얻곤 한대요.



투어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요. 숨어있는 멀티탭, 테이블 안의 무선 충전 등 요즘 오피스 환경에 최적화된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는 거예요. 전기를 먹고 사는 우리 현대인들을 위한 최고의 배려죠.



저기 아주 작은 번개 모양이 보이시나요? 혹시나 해서 아이폰을 올려두니 충전이 되네요. 우리 모두 한 번쯤은 회의 중간 내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아슬아슬하다는 걸 눈치챈 경험이 있잖아요. 그럴 때 케이블 선을 찾고 연결하느라 부산 떨 필요 없이 테이블 위에 가볍게 올려두면 끝! 이런 환경은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애정을 갖고 열심히 관찰한 결과 입니다. 이곳 직원들은 좋겠어요1.



회의실 옆엔 낮잠을 위한 공간도 있네요. 이곳은 디에디트 사무실에서 매일 꾸벅꾸벅 조는 저를 위한 장소인가 봐요. 병든 닭처럼 조느니 차라리 짧고 굵게 한숨 자고 나면 일의 효율이 훨씬 높아진다는 게 저의 주장인데(물론 예민한 에디터H는 절대 동의하지 않지만요) 그렇다고 사내에 아예 낮잠용 공간을 만들다니! 이곳 직원들은 좋겠어요2.



여기엔 일룸의 볼케 리클라이너가 배치되어 있는데요. 이 의자에도 역시 디자인 디테일이 숨어있습니다. 의자는 130도까지 젖혀집니다. 편안하면서도 뒤로 넘어가지 않는 최적의 각도죠. 의자는 300도까지만 회전이 되는데, 안에 들어있는 전선이 꼬여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래요. 구름처럼 폭신하고 안락한 의자에 앉아 저는 올해 처음 가을을 느꼈어요. 붉은 벽돌과 노랗게 물든 단풍잎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더라고요.



3층부터 5층까지는 실제로 직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살금살금 투어를 시작합니다. 3층은 오피스, 4층은 의자 그리고 5층은 홈가구 연구소가 있답니다. 각 층마다 구조는 동일한데 톤을 다르게 해서 완전히 다른 느낌이 나더라고요.



가만 생각해보면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사무실은 천편일률적인 모양새를 하고 있었어요. 책상과 의자 그리고 파티션이 있는 심심하고 지루한 공간이었죠. 그런데 말이에요. 퍼시스는 같은 기업 안에서도 부서의 성격에 따라 오피스 환경은 달라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어쩌면 어떤 부서는 고정된 자석이 아니라 매일 다른곳에서 자율적으로 일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일 수도 있구요.



퍼시스의 인에이블&인라이트는 최근의 이런 업무 환경에 최적화된 시리즈입니다. 무겁고 딱딱하고 한 번 고정하면 좀처럼 바꾸기 힘들었던 사무실 가구에서 벗어나 기업이나 부서의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어요. 가만 생각해보니 예전엔 회사가 이전을 하거나 자리 이동을 한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책상 아래 쪼그리고 앉아 먼지가 가득 앉은 전선을 뽑고 낑낑거리며 책상을 이동하면 그것만으로도 진이 쏙 빠지잖아요.



그렇다고 퍼시스가 ‘스마트한 사무실’을 위해 요즘 유행하는 사물 인터넷이나 엄청나게 비싼 가구를 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그것보다는 훨씬 더 효율적이고 영리한 방법이죠.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파티션을 얇고 가볍게 해 설치나 이동을 더 쉽게 만든다거나, 앞쪽의 책상다리를 없애고 두 개의 책상을 붙여 둘이 사용할 수도 혹은 세 명이 사용하는데도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거죠.


또 이런 경우도 있어요. 일하다가 옆의 직원과 함께 잠깐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경우를 위해 물건을 수납하는 서랍의 모양과 이유에 대해 조금 더 깊게 고민해 보는 거죠.



바로 이런 식으로요! 네모 모양의 가구 안에 서랍장을 넣고 그 위에 귀여운 쿠션을 올려주면 짠! 서랍인 동시에 필요할 때마다 간이 의자가 될 수도 있어요.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발상의 전환 아닌가요. 의자를 따로 들일 필요 없이 기존의 가구에 대해 조금 더 고민해서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멋진 솔루션이죠. 영리하고 다정해요.


퍼시스의 인에이블&인라이트 시리즈는 이런 점을 인정받아 2017년 독일 레드닷, 독일 iF, 미국의 IDEA, 2016 일본의 굿 디자인 어워드까지 단일 제품으로는 업계 최초로 세계 4대 디자인상을 모두 석권했답니다. 꼭 수상 기록이 중요하다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철학이 세계적으로도 멋지게 인정받았다는 점이 뿌듯한 거죠.


자 이제 한 층 더 올라가 볼까요. 4층은 의자 연구소입니다. 3층의 오피스 연구소가 블랙으로 톤 다운된 느낌이라면, 이곳은 그레이와 화이트 톤으로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이에요.



이번 스튜디오 원을 만들면서 퍼시스그룹은 그동안 개별화되어 있던 개발 부서를 오피스, 홈 그리고 의자 이렇게 3개로 통합하고 분리했대요. 오피스와 홈은 각각 이해를 하겠는데, 의자만 단독 부서로 나누다니 왤까요?



사실 그동안 의자라는 카테고리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예전엔 의자는 책상을 사면 보너스로 주는 가구 정도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죠. 하지만 여러분 가만히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서 보내지 않나요? 의자는 그 어떤 가구보다 중요합니다. 의자가 불편하다면 우리는 가장 긴 시간을 나쁜 자세와 싸워야 해요. 요즘엔 의자는 작은 자동차라고 부를 정도죠. 그만큼 많은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미겠죠? 어쩌면 진짜 과학은 침대가 아니라 의자여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3층 오피스 연구소, 4층 의자, 5층 홈가구 연구소의 회의실]


구조는 같지만 각 층마다 있는 회의실을 브랜드의 특성에 맞춰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요. 공간이 같은데 넓이도 공간이 주는 느낌도 완전히 다른게 재미있었어요.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가장 많은 테스트와 토론이 필요한 의자 연구소의 회의는 포럼 형식이 많기 때문에  많은 팀원들이 한 방향을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답니다. 앞에는 화이트보드가 있는데, 이것도 단순히 페인트칠로 만든 거래요. 괜히 낙서도 슥슥.



사무실을 둘러보는데 귀여운 버섯 모양의 의자가 자꾸 제 눈에 밝혀요. ‘펑거스’라고 불리는 이 의자는 디자인의 거장으로 불리는 클라우디오 벨리니(Claudio Bellini)와 함께 협업한 작품입니다.



실제로 퍼시스그룹은 전 세계적인 디자이너 리서치 기업이나 알렉산드로 멘디니 같은 유명한 디자이너와 함께 다양한 작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작고 가벼운데 깜찍하기까지 한 이 의자는 요모조모 쓸모가 많은 스툴 의자에요. 앉아보니 좌우로 회전이 되는 데다 앉았을 때 느낌도 보이는 것만큼이나 동글동글 편안하더라구요.



한 층 더 올라가면 홈가구 연구소가 나옵니다. 우드와 베이지 컬러를 메인으로 마치 집처럼 따듯한 느낌이 드는 공간이에요. 스튜디오 원에는 우리가 흔히 탕비실이라고 불리는 곳이 모두 사무실 밖에 나와있는데요. 이런 배치도 다 의도된 결과랍니다.


여러분 혹시 ‘세렌디피티(serendipity)’라는 말을 아시나요? 어쩌면 영화 제목으로 더 익숙하실지도 모르는 이 단어는 ‘뜻밖의 만남, 우연한 성공’을 뜻한답니다.



모든 사무실에는 이런 의도하지 않은 만남이 필요합니다. 영감이나 문제의 해결은 때때로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곳에서 나오기 마련이거든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전혀 상관없는 부서의 사람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다가 번쩍! 하고 근사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거죠.


사실 이런 식의 전략은 이미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많이 쓰고 있습니다. 독립된 각각의 사무실 외에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오픈 키친과 업무 공간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거죠.



중간중간 영감을 줄 수 있는 문구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읽고 보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세렌디피티를 꿈꾸는 낭만부터, 영감을 주는 문구까지 스튜디오 원의 모든 것에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조금 더 편리하고 근사한 경험을 제공할 있을까 하는 배려와 의도가 담겨있습니다.



요즘 사무실엔 종이가 자취를 감추고 있어요. 점점 더 많은 문서들이 전자화되고 있고, 덕분에 개인 책상에 산처럼 쌓여있던 서류들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죠. 그래서 사실 책상 위엔 예전처럼 많은 수납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어요. 물론 자질구레하고 소소한 것들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요. 이런 흐름을 읽은 퍼시스는 서류들을 모두 책상에서 치워버립니다. 대신 이렇게 멋진 공용 수납공간을 만들고 책상 위에는 개인적인 짐들을 둘 수 있도록 했어요.



이곳 스튜디오 원에 일하고 있는 모든 직원들의 책상이 높이 조절이 가능한 모션 데스크더라구요. 그것도 이렇게 쉽게 손가락 하나로 우아하게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으로요. 손잡이 부분에 책상의 높이가 표시돼서 자신에게 적당한 높이를 기억해 두었다가 딱 맞는높이를 설정하면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어요.



세심한 건 말이죠. 책상의 높이만 조절되면 연결된 각종 선들이 너저분하게 빠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퍼시스의 스탠딩 데스크는 책상과 데스크톱 본체가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상판 하부에 데스크톱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게다가 서서 일할 때도 시야를 가릴 수 있도록 파티션도 함께 올라가구요. 멋진 책상과 부러운 작업 환경입니다.



이건 일룸의 팅클팝이란 이름의 2층 침대에요. 역시 디자인 상을 받은 제품이죠. 이 고운 색 덕분이냐고요? 조금 더 자세히 볼게요.



비밀은 바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있어요. 왼발 오른발, 아직 걸음이 서툰 아이들이 안전하게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발 모양에 맞춰 계단을 구름 모양으로 만들었어요. 예쁠 뿐만 아니라 실용적인 디자인이죠. 퍼시스그룹은 선이나 각도까지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냥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얼마나 그리고 또 어떻게 사용하는 사람에게 더 편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거죠. 편리하다면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따라가기 마련이라고 말하는 것. 꽤 근사한 철학이에요.



건물 지하 1층엔 목업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멋진 네온사인이 기다리고 있는 곳을 지나면 마치 우주선의 문이 열리듯 내부가 나타납니다. 마치 지하주자창처럼 되어있는데 각각의 구역마다 브랜드의 공간이 있어요. 정말 주차 구역처럼요.



이곳에서는 다양한 공구는 물론, 자재 그리고 심지어는 3D프린터가 있는데, 간단한 가구는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낼 수 있겠더라고요.



퍼시스그룹은 기획부터 상품화까지 모두 국내 자체 생산을 고집하고 있어요. 사실 조금 더 저렴한 외부의 공장 아웃소싱을 통해 더 쉬운 길로 갈 수 있을 텐데요. 이렇게 R&D에 많은 투자를 하는 건, 더 좋은 물건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신념이에요. 조금 더 쉽고 편한 길을 두고 묵묵히 한 길을 가는 그들의 철학이 조금은 부럽더라구요.



하루에도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건이 나오고 사라지는 요즘이지만 그에 비해 물건에 담긴 이야기는 너무나도 빈약합니다. 좋은 것을 써보고 여러분께 이야기하는 저 같은 사람은 이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보면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요. 그것이 물건이든 사람이든 멋진 이야기를 가진 곳에 귀 기울이는 건 참 즐거운 경험이거든요.


퍼시스그룹의 철학은 단순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그려보는 것. 섬처럼 떨어져 있는 사람들을 이어주고 그 사람들이 발 디딜 공간을 조금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들이 추구하는 철학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투어는 꼭 다정하고 세심하며 조금은 고지식해 보일 정도로 바른 사람과의 만남처럼 좋은 만남이었어요. 앞으로도 더욱더 작은 디테일을 눈여겨보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사소한 것을 더 열심히 배려해주길 기대해봅니다. 오늘 에디터M의 길고 긴 공간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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