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패션 에디터 유리나라고 한다. 매거진 <엘르>의 전 패션에디터로 디에디트에서 패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볼 예정이다. 오늘 이야기할 브랜드는 바로 젠틀 몬스터!
지금까지 이런 선글라스는 없었다. 이것은 선글라스인가, 작품인가?
젠틀 몬스터는 선글라스를 아트로 재정의했다. 1mm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한정된 프레임 안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선글라스와 아트의 경계를 허물고, 예측불허한 상상력을 더한 컬렉션으로 패션계 중심에 섰다. 왜 우리는 젠틀 몬스터에 열광하는 걸까.
젠틀 몬스터의 영감은 ‘이상한 아름다움’에서 출발한다. 렌즈의 컬러와 형태를 바꾸고 실루엣의 과감한 변형도 서슴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블랙 선글라스도 그들의 손끝에서 작은 변형이 가미돼 재탄생한다.
이 쿨한 아이웨어 컬렉션을 전달하는 방식도 젠틀 몬스터답게 신박하다. 보편적인 캠페인의 비주얼 방식을 탈피하고 영상, 음악,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험적인 설치물을 통해 간접적이면서 강력하게 비주얼 메시지를 각인시킨다.
비주얼 컬래버레이션은 젠틀 몬스터의 브랜드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매개다. 분야별 아티스트는 물론 톱 셀러브리티, 디자이너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도 이어 나가며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전지현 선글라스’로 대중성과 스타성을 동시에 잡은 젠틀 몬스터는 이후 틸다 스윈튼과 디자인 협업, 래퍼 송민호와의 아트 컬래버레이션 ‘버닝 플래닛’을 이루며 전무후무한 아이덴티티를 이룩했다.
디자인 진화의 모색은 뉴욕패션위크 데뷔를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힙스터 마니아들을 거느린 뉴욕 브랜드 후드 바이 에어와 오프닝 세레모니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실험적인 디자인은 세계 패션 시장에 젠틀 몬스터의 이름을 알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번 시즌은 뉴욕패션위크를 대표하는 알렉산더 왕의 시크한 아이웨어까지 전담하며 레이디 가가, 카일리 제너, 벨라 하디드의 러브콜을 받았다.
아이웨어만큼 환상적인 젠틀 몬스터의 인스톨레이션은 브랜드의 미래지향적이고 판타지적 호기심의 집약체다. 총 60명의 공간 팀이 전 세계 모든 젠틀 몬스터 매장의 건축과 오브제, 설치 미술 작업을 담당한다.
브랜드 초창기 서울 한복판에 거대한 폐선을 끌어들이며 잊을 수 없던 첫인상을 남긴 그들은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하고 아이웨어가 없는 만화방을 만드는 등의 역발상으로 남다른 행보를 이어나갔다. 젠틀 몬스터만의 발상으로 창조한 공간 프로젝트는 곧 브랜드의 세계관이자 교감의 장이 됐다. 이곳에서만큼은 선글라스보다 초현실적 인스톨레이션이 8할인 셈.
현재 젠틀 몬스터는 미국, 홍콩, 중국, 싱가포르에 이어 유럽에 첫 스토어 상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총 15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런던 옥스포드 서커스에 둥지를 큰 런던 첫 스토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베이스의 인테리어 매거진 <FRAME>이 주관하는 어워즈에서 ‘올해의 브랜드 스토어 상’을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유럽의 뜨거웠던 관심은 최근 서울에서 이어지고 있다. 럭셔리 패션 하우스 펜디와 협업 컬렉션 ‘젠틀 펜디’가 바로 그 화제의 주인공. 이를 기념하는 젠틀 펜디 팝업 카페 ‘더 가든’은 오는 7월28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니 꼭 방문해보길!
LVMH로부터 6백억 원 투자를 받으며 날개를 단 젠틀 몬스터의 무서운 성장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20년 스토어 확장과 컬래버레이션 계획들은 이미 젠몬 덕후들에게 큰 기대를 안기고 있다. 얼마 전, 블랙핑크 제니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의문의 포스팅 ‘Gentle Monster Jennie’ 역시 140만 개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팬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으니, 지구 정복을 꿈꾸는 젠틀 몬스터와 제니의 어떤 힙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