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한때 게임을 사랑했던 소년 에디터B다. 당신은 무언가에 열렬하게 빠져 본 적이 있나? 단 한 번이라도 덕후가 되어본 적이 있냐는 말이다. 나는 어렸을 적 게임을 열렬히 사랑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집에서는 쉬지 않고 게임을 했다. 플로피 디스크로 설치하는 게임부터 시작해서 CD 게임, 온라인 게임까지 게임이라면 편식하지 않았지.
“우와, 그럼 게임 되게 잘하겠네요” 아…그건 아니다. 내가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좀 특이했거든. 친구들만 해도 실력자로 인정 받거나 만렙을 찍기 위해 사력을 다했는데, 나는 그런 목표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관심은 오로지 신작! 새로운 거! 게임이 출시되면 며칠 열심히 하다가 금세 지겨워하고 다른 게임으로 갈아탔다. 그래서 나는 고렙 캐릭터도 없었고, 잘하는 게임도 없었다. 그저 친구들한테 신작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했었지. 그 모든 것이 디에디트 에디터가 되기 위한 자양분…
지금도 언제 가장 행복했냐고 물으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한다. 여름 방학에 엄지발가락으로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누르고 생각 없이 게임만 하던 때라고. 그런데 공부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이래저래 걱정이 많아지다 보니 게임과 멀어지게 되더라. 그러다가 오랜만에 흥미로운 뉴스를 하나 봤다. ‘오 이건 정말 괜찮은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구글 스태디아.
처음에 나는 구글이 게임기를 만든 건 줄 알았다. 모바일 게임할 때 연결하는 컨트롤러가 아닐까 싶었지. 그런데 주인공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더라.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설치할 필요도 없고 크롬이 있는 디바이스 하나만 있으면 바로 작동된다. 디바이스도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PC 등 크롬만 되면 뭐든 가능하다. 와우. 갑자기 설레는데?
그러니까 구글 스태디아는 인터넷만 연결된 상태라면 언제 어디에서나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것도 4K 해상도로 말이야. 그런데 걱정되는 건 버퍼링이나 딜레이.
구글 스태디아를 발표할 때는 노트북, 스마트폰, TV를 샥샥 옮겨가며 쾌적하게 게임을 하던데, 그건 이상적인 환경. 언제 어디서나 최적의 환경이 될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까. 그래도 5G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으니 머지 않아 완벽한 5G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를 해볼 뿐이다. 스태디아는 4K도 모자라 나중에는 8K까지 지원할 거라는데 그게 정말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걱정 반 기대 반, 양념 반 간장 반.
그런데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게임을 하면 뭐가 좋을까. 일단은 설치할 필요가 없으니까 모든 과정이 수월하다. 설치하지 않으니 당연히 삭제할 필요도 없는 거고, 그건 곧 저장 공간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구글에서는 구글의 클라우드 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게임에서 불법적으로 시도되는 핵이나 치트키로부터도 안전할 거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내 시선을 확 사로잡은 건 요 이쁜 컨트롤러. 화이트, 블랙, 민트 컬러 3종이 있는데, 넘나리 예쁘다. 디자인 외적으로 다른 컨트롤러와 차이점이 있다면 특별한 기능을 하는 두 개의 버튼이 있다는 거.
오른쪽 네모 아이콘이 그려진 버튼은 캡처 버튼이다. 현재 플레이 중인 게임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캡처해서 자신의 구글 계정 등에 저장할 수 있고, SNS로도 공유할 수 있고 한다. 근데 저장하고 공유하는 게 버튼 하나 더 만들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 싶긴 하다. 직접 써봐야 알 일이긴 하지만.
왼쪽 버튼은 구글 어시스턴트 작동 버튼이다. 버튼을 눌러 팝업화면을 띄워 게임 공략이나 다른 정보들을 검색할 수 있다고 하더라. 음…이것도 역시 활용성이 높을지 사용해봐야 알 것 같다. 안드로이드폰에도 전용 버튼을 넣고 오로지 구글 어시스턴트만 가능하도록 하던데, 이런 방식이 플레이어들을 위해 최선인가 싶기는 하다. 컨트롤러 없이도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할 수 있긴 하다.
자,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 언제 어디서나 게임할 수 있고 게임기도 예쁘다. 그래서 얼마일까.
스태디아는 두 가지 구독 모델이 있다. 스태디아 프로와 베이스. 굳이 프로를 먼저 언급한 이유는 베이스보다 먼저 출시되기 때문이다. 11월에 출시되는 프로 모델의 구독료는 9.99달러로 HDR, 5.1 서라운드 사운드, 4K 해상도, 30프레임(fps)을 지원한다. 이게 혜택의 전부는 아니고 정기적으로 무료 게임과 게임을 구매할 때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고 하더라. 아니, 잠깐! 할인이라고? 게임을 따로 사야 돼?
그렇다. 한 달에 9.99 달러를 내는 건 4K 등등으로 본격적으로 게임을 하기 위해 내는 돈이고, 게임 구매는 별도로 해야 하는 거다. 사실 나는 처음에 스트리밍 게임플랫폼이라는 말을 듣고 애플 아케이드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애플 아케이드는 구독료를 내고 많은 게임을 무료로 플레이할 수 있는 플랫폼이거든.
그럼 스태디아 프로보다 늦게 출시하는 베이스 모델은 무엇일까. 베이스는 내년에 출시 예정인데 따로 구독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위에서 말했던 4K 등등에서 플레이할 수 없지. 굳이 큰 화면에서 게임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이 모델이 더 끌리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렇고.
시연회를 할 때 <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둠 이터널>을 플레이했는데 아직 ‘어떤 게임들이, 얼마에 판매될까?’에 대해 정확히 밝힌 바가 없다. 대략 100개 이상의 게임 스튜디오가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고는 하더라.
나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엑스박스 같은 콘솔게임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그동안 부담스러워서 감히 시작하지는 못했는데, 스태디아라면 괜찮을 것 같다. 게임기를 살 필요도 없고, 지겨워지면 구독도 해지하면 되니까. 소니의 PS NOW,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등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기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게 차밍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현재 구글 스토어에서는 스태디아 파운더스 에디션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스태디아 프로 3개월 이용권, 구글 크롬캐스트 울트라, 나이트 블루 컬러 스태디아 컨트롤러 등이 포함해 129달러에 판매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 구입할 수가 없다. 일단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0여 개 국가에서만 출시된다고. 엉엉.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으니, 구매에 성공해서 리뷰로 다시 찾아오겠다. 그럼, 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