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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n 13. 2019

턴테이블 입문자들이 늘고있대서 준비했다

턴테이블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


안녕, 난 디에디트에 신제품 코너를 가끔 쓰는 객원필자, 올드리뷰어, 내 채널보다 디에디트를 더 사랑하는 명예 디에디트 직원 기즈모다. 사실 디에디트 에디터H나 에디터M은 내가 명예 직원인걸 모르고 있다. 중요하지 않다. 오늘은 신제품 소식은 아니고 턴테이블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예전에 턴테이블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브랜드 소개는 아니다. 턴테이블을 여러분이 직접 집에서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기획을 마련해 봤다. 한 회에 다 끝낼 수 없기 때문에 4회에 걸쳐 연재하려고 한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아직도 턴테이블 음악을 듣는 사람들(입문 편)

턴테이블에 필요한 스피커와 그 밖의 것들(고급 편)

추천 바이닐 베스트

턴테이블과 바이닐에 관한 10가지 Q&A


여러분이 이 기획을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좋아해 주세요. 부탁입니다. 왜 갑자기 존댓말을 썼는지는 묻지 마라. 가족의 생계가 달렸다. 어쨌든 턴테이블을 전혀 모르는 이들도 이 기획을 따라가다 턴테이블에 입문해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아주 자세하고 쉽게 쓰려고 한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과 50만 원대 정도의 예산 뿐이다. 시작한다.




턴테이블은 무엇일까?


[왼쪽에 있는 게 턴테이블이다. 오른쪽은 노트북이라고 부른다.]


사실 이 부분은 원래 기획에 없었는데 내 유튜브 채널에서 ‘턴테이블 베스트5’라는 영상을 올렸더니 댓글에 “그런데 턴테이블이 뭐예요?”라고 묻는 댓글을 발견해서 급하게 집어 넣었다. 턴테이블의 탄생은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부터 시작한다. 그래, 여러분이 위인전에서 읽은 그 에디슨 맞다.


에디슨은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포노그래프’를 발명했는데 이게 1877년이다. 포노그래프는 현재의 턴테이블과는 좀 다른 형태로 실제로는 오르골을 더 닮았지만 턴테이블 형태에 모태가 됐다. 우리가 아는 형태의 턴테이블은 1895년 에밀 벌리너가 만든 ‘그래모폰’인데 이게 턴테이블의 시초라고 보면 된다. 그래모폰은 돌아가는(turn) 작은 원형 테이블(table)에 음반(Vinyl)을 올려 두어 바늘로 음원을 읽어내 재생하는 턴테이블 개념을 처음으로 정의했다. 바늘이 어떻게 음원을 읽냐고? 오르골을 연상하면 쉬울 것이다. 바늘이 바이닐 표면에 새겨진 소리골을 따라 돌기를 읽어내는데 돌기의 높이나 두께에 따라 서로 다른 음을 표현하는 원리다.


[이게 그래모폰이다]


그래모폰 이후로 턴테이블은 발전을 지속해서 약 90여 년간 인류에게 음악을 들려줬다. 1990년대 이후에 태어난 분들은 턴테이블을 실제 본 적이 드물겠지만 1990년대까지는 턴테이블과 카세트테이프가 음악을 듣기 위한 최선의 장치였다. 하지만 1980년대 소니와 필립스가 CD플레이어를 개발하고 1990년대 말 MP3 파일이 대중화되면서 턴테이블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최근 들어 다시 턴테이블이 부활하고 있다. 2008년 이후로 전 세계 바이닐 음반 판매량은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미국,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2017년에만 4천만 장에 가까운 바이닐 음반이 팔렸고 매출 규모면에서는 CD를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이게 바이닐이다. 레코드나 SP, EP, LP로도 불리기도 한다. SP는 싱글앨범, EP는 한 면에 2곡 정도 들어간 앨범, LP는 한 면에 3~5곡 정도 들어간 풀앨범을 뜻한다




턴테이블을 듣는데 필요한 것은?


[사실 턴테이블+스피커만 있으면 끝이다]


턴테이블이 인기를 얻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올드리뷰어인 내가 이토록 힙한 디에디트에 원고를 쓰고 있는 것처럼 미스터리다. 역사가 100년이 넘은 만큼 턴테이블과 바이닐은 참 불편한 미디어다. 관리도 어렵고 연속재생도 30분에 불과하며 가격도 비싸고 크기도 크다. 여러모로 나랑 비슷하다. 그런데 턴테이블의 장점이 하나 있다.


음악을 듣기 전에 자켓에서 바이닐을 꺼내 속지를 읽어보고 음악 리스트를 확인하고 3~5곡 들은 후에는 뒷면으로 돌려줘야 한다. 가끔 잡음이 들리면 갑자기 음악에 집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음악이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인공지능이 내 취향에 맞춰 알 수 없는 노래를 끊임없이 스트리밍해주는 지금의 음악감상과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 먹는게 아니라 내가 직접 음식을 해 먹는 느낌에 가깝다. 하지만 음식을 직접 하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본격적으로 턴테이블을 듣는 것도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 인스턴트 식품을 간단하게 데워 먹는 방법을 소개하려 한다.


[보기에는 멋져도 바이닐을 이렇게 들면 안된다]


우선 필요한 것은 턴테이블, 바이닐(음반), 스피커 그리고 연결 케이블이다. 연결 케이블은 스피커를 사면 제공되거나 적당한 케이블을 구입하면 되고 바이닐은 그냥 음반 매장이나 온라인 구매를 하면 되니 실제로는 턴테이블과 스피커만 있으면 된다. 대신 두 가지만 기억하자. ‘포노앰프 내장형’ 턴테이블과 ‘액티브’ 스피커를 구입해야 한다.




포노앰프 내장형 턴테이블을 구입하라


가장 중요한 턴테이블 구입요령이다. 우선 피해야 할 것부터 알려주겠다.


1. 가방형 턴테이블 사지 마라 – 가방처럼 닫아 놓고 쓰는 예쁜 디자인 턴테이블을 사면 안된다. 턴테이블은 예민한 제품이다. 가만히 놔도 고장이 잘 난다. 닫았다 열었다 옆에 세워 뒀다가 하면 오래 못 쓴다. 턴테이블만큼은 예쁜 제품을 참아라.



2. 스피커 일체형 사지 마라 – 턴테이블은 바이닐 위로 바늘이 지나가며 소리가 난다. 그런데 턴테이블 아래에서 쿵쿵 소리가 울리는 스피커 일체형 턴테이블을 구입한다면? 덜컹거리는 열차를 타고 가면서 면도날로 면도를 하는 셈이다. 피투성이가 될 수 있다. LP의 소리골도 상하고 음질도 불안정해지며 회전속도에 영향을 끼친다.


3. 중고 사지 마라 – 스피커나 앰프는 중고를 사도 된다. 하지만 턴테이블은 되도록 중고를 사지 마라. 신제품은 부품이 안전하게 분리되어 있고 톤암이 고정되어 있어 괜찮지만 중고는 그렇지 않다. 톤암이 잘 고정돼 있지 않고 플래터와 벨트가 합체된 상태로 택배 상자에 이리저리 던져지면 반드시 고장 난다. 또 벨트나 바늘은 소모품 개념이기 때문에 오래된 물건은 구입 후에 바로 수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독립형 턴테이블 신품을 사는 게 좋다. 대신 기억할 것이 있다. ‘포노앰프 내장형’ 턴테이블을 구입해야 한다. 포노앰프는 턴테이블이 읽어 들인 음원을 증폭해주는 장치인데 사실 포노앰프가 뭔지 몰라도 된다. 그냥 포노앰프가 없는 턴테이블을 사면 소리가 모기 소리처럼 들린다. 다행히 우리가 구입할 입문형 턴테이블들은 대부분 포노앰프 내장형이다. 여러분의 선택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내가 선정한 포노앰프 내장형 턴테이블 베스트5 리스트를 알려주겠다. 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세한 이유를 밝혔으니 참고하시길.


5위. 오디오테크니카 LP-60X (정품 기준 13만 원대)



4위. 데논 DP-29F (정품기준 20만 원대)

3위 야마하 TT-N503 (정품기준 87만 원대)

2위 레가 플레너1 플러스 (정품기준 69만 원대)

1위 데논 DP-400 (정품기준 57만 원대)

1위를 사면 좋겠지만 4위나 5위도 충분히 훌륭하다. 돈이 넘쳐나 깔려 죽을 정도가 아니라면 13만 원대의 오디오테크니카 LP-60X로 입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기본기가 좋고 충분히 좋은 음악을 들려준다. 만약 블루투스 스피커가 집에 있다면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한 22만 원대의 오디오테크니카 LP-60XBT를 사면 끝이다. 이 모델은 블루투스 연결을 지원하므로 집에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연결하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얼마나 간단한가?




액티브 스피커를 구입하라


스피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액티브 스피커와 패시브 스피커다. 액티브 스피커는 앰프가 내장되어 있어 따로 앰프를 살 필요가 없는 스피커다. 패시브 스피커는 앰프가 없어 따로 앰프를 구입해야 하는 스피커다. 앰프를 따로 구입해야 하는데 매칭도 신경 써야 하고 배선도 복잡해진다. 따라서 어설픈 패시브 스피커보다는 잘 만든 액티브 스피커를 추천한다.


액티브 스피커를 구입해 구입한 포노앰프 내장형 턴테이블과 케이블로 연결하면 바로 소리가 나온다. 아주 쉽다. 그런데 어떤 수준의 액티브 스피커를 구입해야 될지는 어렵다. 그래서 30~40만 원대 몇 가지 제품을 추천한다. 이 정도 그레이드 스피커를 구입하면 오디오테크니카 턴테이블과 함께 50만 원대 수준(59만 9999원도 50만 원대…)에서 턴테이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1.에이원오디오 오로라1(34만 원대) – 국내에서 개발한 원목스피커로 놀라운 해상력과 정위감, 분리도를 자랑한다. 이 가격대에 유명한 오디오엔진이나 보스 등과는 비교 불가한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제품이다.



2.클립쉬 R-41PM (48만 원대) – 미국의 전설적인 스피커 제조사인 클립쉬가 내놓은 보급형 스피커. 저역이 약하지만 상대적으로 시원한 고역이 좋다. 시원한 고역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3.마그낫 멀티모니터 220(46만 원대) – 독일의 유서 깊은 스피커 제조사 제품으로 모니터 스피커처럼 정확한 정위감, 분리도, 중역대가 일품이다. 디자인이 좀 저렴하게 생긴 게 흠이다.



이 정도면 여러분도 턴테이블 음악을 시작할 수 있다. 그것도 상당히 수준급 음질로 말이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여기서 조금 더 고급과정으로 넘어가고 싶은 분들을 위해 다음 편을 준비했다. 바이닐을 관리하는 방법이나 카트리지 교환, 음질 향상시키는 법, 바이닐 구입처 등등은 다음 편을 기대하시길. 이 글을 읽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정말 턴테이블을 구입할지는 모르겠다. 단 한 명도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왠지 쉐도우 복싱을 하는 느낌이지만 내 인생을 돌이켜 보면 항상 그랬다. 그러니 꿋꿋하게 연재하려 한다. 여러분의 응원과 디에디트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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