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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n 25. 2019

렉서스가 만든 복합문화공간, 차도 마시고 차도 구경하고


안녕, 힙한 공간을 찾아 다니는 ‘힙 추격자’ 에디터B다. 숨은 의미를 찾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한 눈에 이해하지 못하는 현대미술에서 작가의 의도를 읽는 것도,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을 찾기 위해<기생충>을 두 번씩 보는 것에도 그런 재미가 있다.


어디 미술이나 영화뿐일까. 커피, 공간, 자동차 그것이 무엇이든 철학이 있는 브랜드라면 하나의 작품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이거든. 렉서스 그리고 커넥트투(CONNECT TO)처럼 말이다. 커넥트투는 렉서스가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New RC, RC F 출시 기념 파티인 ‘와쿠도키 나이트’가 커넥트투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에 다녀왔다. 와쿠도키는 일본어로 두근두근이라는 뜻.



커넥트투는 잠실 롯데타워 1층에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공간의 정체성을 굳이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이 공간의 성격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커피가 제조되고, 다른 쪽에서는 공예품이 전시되어있고, 토크쇼도 열리는 말 그대로 ‘복합적인’ 공간이다.



입구에서 반기는 건 오늘 행사의 주인공인 New RC F. 그리고 그 옆으로 몇 발자국을 옮기면 공예품이 전시되어있다. 힙 추격자답게 새로운 공간을 좋아하다 보니 예쁘다고 소문난 곳을 자주 가게 되는데, 이것도 여러 번 반복되면 감흥을 잃는 순간이 온다. 유명한 곳은 유행이 되고, 그 유행을 따라한 곳은 또 유명해지는 과정이 반복되며 비슷한 공간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새로운 공간을 보면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도 당연하다. 커넥트투도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커넥트투는 크게 라이프스타일, 갤러리, 커뮤니티 세 공간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바로 갤러리.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이라고 하면 보통 미술품, 조형물을 떠올리지만 여기서는 렉서스가 만드는 차가 전시품이 된다.



지금 커넥트투에는 New RC F가 전시되어있지만, 이외에도 렉서스의 미발표 신차나 콘셉트카가 전시되기도 하는 공간이다.


요즘에는 많은 갤러리에서 내부 사진 촬영을 허용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제약이 있다. ‘눈으로만 감상하시오’, ‘안에 들어가지 마시오’ 같은 문구들 말이다. 아, 그럼 RC F도 눈으로만 보고 손으로 만지면 안 되는 걸까?



상관없다. 푸른빛이 도는 마감을 슥슥 만져도 좋고, 운전석에 타서 핸들을 잡아봐도 괜찮다. 많은 방문객들이 RC F 앞을 지나가며 자연스레 발길을 멈추더라. 금방이라도 앞으로 달려 나갈 것 같은 스포츠 쿠페의 유려한 디자인은 시선을 붙잡기엔 충분하니까. 직장인 커플도, 차에 관심 많아 보이는 남자 대학생들도, 아이를 안고 있는 아빠도 RC F 앞에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었다. 확실히 새로운 공간은 색다른 경험을 선물해주는 듯하다. 셔터음이 계속 들렸다.


RC F는 6월 12일 발표한 렉서스의 신차다. 스포츠 쿠페인 RC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곳곳에 적혀있는 ‘F’가 바로 이 차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후지 스피드웨이(Fuji Speedway)를 의미하는 F. 참고로 후지 스피드웨이는 일본 최초로 F1 그랑프리가 열린 서킷이다.



RC F뿐만 아니라 F로 이름 붙여진 렉서스의 퍼포먼스 라인은 후지 스피드웨이의 4.563km의 서킷, 16개의 코너 테스트 그리고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테스트를 거친 뒤 완성되기 때문이다. 렉서스가 자부하는 F마크는 렉서스 로고와 함께 차량 내부와 외부에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유려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아늑했다. 아날로그 시계, 부드러운 알칸타라 소재의 대시보드 그리고 드라이버의 손이 닿는 핸들과 레버에는 파란 실, 흰 실로 박음질되어있는 가죽이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RC F가 가장 잘생겨 보이는 앵글은 누가 뭐래도 정면이 아닐까.



모래시계 모양의 스핀들 그릴(Spindle Grille)은 그 강인함 덕분에 플레이트 아머를 차려입고 전투에 나서는 전사처럼 보이기도 한다.


렉서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스핀들 그릴인 만큼 커넥트투에도 이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도심 속 휴식을 위한 숲이 되고자 큰 나무로 표현했다는 네 기둥을 자세히 보면 스핀들 그릴의 형태가 보인다.


기둥뿐만이 아니다.



벽면 역시 스핀들 그릴의 형태를 단순화해 패턴으로 만들었더라. 무심코 지나치면 모를 수 있지만, 한번 알고 나면 가구나 소품에서도 모래시계 모양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공간에 사용된 렉서스의 디자인은 스핀들 그릴만이 아니다. 공간 중심에서 멀어져 전체를 조망하니 곡선으로 조형물이 물 흐르듯 벽에서 벽으로 이어져있었다. 마치 거대한 렉서스 안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던 공예품들이 전시되어있는데, 이미 유명한 제품을 보다는 장인이 되기 위해 꿋꿋이 길을 가는 공예가들을 소개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이런 테마의 전시는 처음이 아니고, 2017년부터 ‘크리에이티브 마스터즈’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한국의 장인들을 소개해왔다. 그 이유가 멋있다.



‘손으로 만들어 내는 것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응원한다’라, 우직하게 길을 가는 사람들 못지않게 옆에서 신념을 응원하는 렉서스도 멋있어 보였다. 그중 몇 작품을 소개해주려고 한다.



도예가 이상호가 ‘기능과 미의 조화‘라는 주제로 렉서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드러낸 머그 세트다. 도자기 손잡이 부분에서는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을 표현했고 그릇의 형태는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미래지향적으로 제작했다. 예술 작품과 제품 사이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호 도예가의 머그 세트는 전시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커넥트투에서 음료를 판매하며 사용하고 있더라.



두 번째 제품 역시 렉서스의 스팬들 그릴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 석공예가 김현주의 대리석 트레이다. 마름모꼴의 형태로 측면을 깎아내는 작업을 통해서 렉서스의 디자인 철학을 모토가 되는 고급스러움과 정교함을 담고자 했다고 소개하더라.



마지막은 가장 탐났던 수제안경이다. 수제 안경 작가 김길수가 디자인하고 제작한 이 안경은 재료 본연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기계 작업은 최소화하고 손으로 정성스럽게 깎고 다듬어 완성했다고 하더라.



나는 전자제품과 가까이하는 일이 많다 보니 차가운 금속을 만질 일이 많다. 그래서 가끔은 나무의 따뜻한 질감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안경이 나무라면 괜찮지 않을까 싶더라. 마음속으로는 이미 장바구니에 담았다.



공예품들은 벽에도 전시되어있었다. 특히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나오는 영상과 소개글이 적힌 텍스트가 함께 있어서 의도를 이해하기에 좋았다.


장인들을 응원하는 렉서스의 마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페에서 사용하는 식재료 하나도 아무거나 쓰지 않는다고. 유기농 재료를 쓴 디저트를 판매하고,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재배한 식재료로 먹거리를 만든다.



이경은&이석모 농부의 사과, 권두현 농부의 딸기부터 시작해 꿀, 참외, 애플수박, 쑥, 유자 등 많은 농부들이 커넥트투를 통해 식재료를 납품한다고 한다. 어떤 원두를 쓰는지 말하는 카페는 봤지만, 재배한 과일의 농부의 이름까지 알려주는 카페는 처음이었다. 이런 점에서 렉서스라는 브랜드는 참 일관적이다. 더군다나 으레 행사에서는 일회용품을 많이 쓰게 되는데 ‘와쿠도키 나이트’에서는 플라스틱이 아닌 김현주 스튜디오의 친환경 생분해접시를 쓰더라.


이런 렉서스를 보며 누구는 고개를 갸웃할지 모른다. 과학 기술이 집약된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가 이토록 장인들을 응원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최대한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는공예가들의 크래프트맨십과 기계화된 공장은 거리가 멀어 보이니까. 하지만 렉서스라는 브랜드에서 기술장인의 중요성은 실로 엄청나다. 그들을 타쿠미라고 부른다.


[30분 동안 진행된 Car Talk Show. 왼쪽부터 로드테스트 김기범 편집장, 프로레이서 강병휘, 디자인프레스 정성갑 편집장]


렉서스 하면 안정적인 주행, 고급스러운 내부 디자인 등이 떠오르는데, 그런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 바로 타쿠미 시스템이다. 세 전문가가 진행하는 ‘와쿠도키 나이트’ 토크쇼에서 그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자동차의 90% 기계화된 로봇이 만든다면 나머지 10%는 용접, 바느질, 품질 검수 등을 작업하는 사람이 마무리를 하고, 이 중 용접작업을 하는 스티칭 타쿠미, 직접 운전하며 주행 감각을 조율하는 드라이빙 타쿠미 등 소수의 타쿠미가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인다.



오래되었다고 모두가 타쿠미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25년이 넘은 베테랑 기술자가 특별 훈련을 마쳐야 비로소 타쿠미 자격을 얻는다. 또 그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위에서 내가 렉서스와 커넥트투가 숨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작품 같다고 말을 했는데, 이제 그 말이 조금 와 닿으려나.



하나의 RC F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귀로 들으니 ‘렉서스에서 새로운 자동차를 출시했다’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공예가들이 만든 제품들을 보며 작품과 제품 그 사이에 있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처럼 말이다.



커넥트투에서 RC F를 감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속도감 있게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영화에서 확인해봐도 좋을 것 같다. 최근에 개봉한 <맨인블랙: 인터내셔널>에서 에이전트 H와 M이 타는 차량이 바로 RC F. 정확히는 영화 속 모델은 RC F Track editon으로 한국에서 출시하는 모델과 차이가 있기는 하다. 모델은 달라도 F라인답게 ‘와쿠도키’한 드라이빙은 보여주는 건 큰 차이가 없겠지만.



사실 브랜드에서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건 이제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커피 제조 공간을 만들고, 휴식을 위한 공간 그리고 브랜드를 홍보하는 공간을 적당히 섞으면 되니까. 하지만 사람들이 그 공간을 찾아가게 만들고 계속 살아있게 만드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유는 신념 있는 예술가들을 응원하고, 친환경을 고집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굳이 더 덧붙일 필요가 있을까. 2014년에 오픈해 5년이 넘도록 그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넥트투가 꽤 괜찮은 공간이라는 걸 말해주고 있으니까.


*이 글은 렉서스 코리아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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