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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에디트 Jun 24. 2019

오랜 기간 ‘빔길’을 걷다, LG 시네빔 레이저 4K

LG 시네빔 레이저 4K

안녕, 홈시어터를 꿈꾸는 에디터B. 나는 ‘TV’하면 일상이 떠오르지만, ‘빔프로젝터’하면 낭만이 떠오른다. 청소를 하거나 밥을 먹으며 보는 게 TV라면, 빔프로젝터는 좀 더 특별한 상황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면, 혼자 아껴두었던 영화를 보거나 근사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처럼. 그래서 내가 극장에 가는 걸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비슷한 영화도 빔프로젝터로 보면 좀 더 특별한 느낌이 나니까.



‘안방에 영화관을 만든다’라는 말은 빔프로젝터 제조사들이 가진 오랜 사명 같은 거였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왔다. 그래서 난 새로운 빔프로젝터가 출시된다는 소식만 들어도 일단 기대가 되곤 했다. 


특히 최근에는 LG의 신제품 소식에 귀를 기울이게 되더라. webOS를 넣어 편의성을 끌어올리거나 초단초점 빔프로젝터로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것처럼 새로운 시도를 계속 보여줬으니까. 지난 CES 2019에서는 초단초점 4K 빔프로젝터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는데, 오늘 바로 그 제품! HU85LA를 정식 출시, 발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행사장으로 찾아갔다. 



‘오픈하우스’. 신제품 발표회의 컨셉이다. 덕분에 전자기기를 공개하는 행사 같지 않게 분위기가 아늑했다.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자, 모두 이쪽으로 오세요” 마이크를 쥔 도슨트가 안내를 시작하겠다며 기자와 유튜버를 모았다. 난 분명 빔프로젝터 행사장에 왔는데… 갑자기 분위기 전시회라니. 뭘까, 이 기분, 낯설지만 새롭다.



가장 처음에 본 건 LG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빔프로젝터들. 모든 제품이 전시된 건 아니고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모델만 있었다. 2007년의 제작한 포터블 프로젝터부터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된 프로젝터, 초단초점 프로젝터까지. 이렇게 한자리에 놓아둔 것만으로도 LG가 오랜 기간에 걸쳐 ‘빔길’을  걸어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들어온 건 2015년에 출시한 초단초점 프로젝터.



오늘 주인공의 할아버지 격이 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조상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느낌이었다. 이 모델과 비교하면 3년 사이 LG 시네빔은 정말 많은 부분에서 발전을 이뤘다.


[‘시네빔이라는 젊은 애들이 잘 나간다며? 허허’하며 소회를 밝힐 것 같았다]

LG 빔프로젝터 사(史)를 설명한 도슨트는 이번 모델에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얘기해주겠다며 자리를 이동했다.



왼쪽과 오른쪽 모두 LG의 초단초점 빔프로젝터다. 하지만 아주 큰 차이가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화면 사이즈다. 왼쪽 제품은 70인치에 HD 화질을 구현한다. 반면 오늘의 주인공인 오른쪽 HU85LA는 100인치의 4K화질이다.


두 번째는 색재현력이다. 실제 색에 가깝게 구현해내는 능력을 색재현력이라 하는데, 시네빔 Laser 4K는 색재현력이 DCI-P3 기준 97%에 달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빔프로젝터에서 느껴지는 흐린 느낌을 시네빔 Laser 4K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빔프로젝터를 사겠다고 주변에 말하면 “그 가격으로 좋은 TV를 사지, 왜 굳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네빔 Laser 4K에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첫눈에 봤을 땐 빔프로젝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선명한 화면이었고, TV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세 번째 차이는 바로 투사 거리. 제품과 스크린이 10cm 정도만 떨어져도 100인치 화면을 볼 수 있다. 그것도 4K로. 화면 크기는 최대 120인치까지도 가능하다. 전시에서 봤던 초기 모델은 100인치 화면을 만들기 위해서 37cm가 확보되어야 했으니 많이 줄어든 셈이다.


손가락 한 뼘이 채 안되는 18.3cm 거리에서 120인치 화면을 투사해주는데, 단순히 신기할 뿐만 아니라 공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줬다. 보통의 빔프로젝터는 천장에 설치하거나 거치대에 연결해서 사용해야 한다. 벽과 제품 사이의 거리도확보해야 하고.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넷플릭스에서 뭘 볼까 고민하는 신혼부부 컨셉의 모델]


그러니 이런 식으로 인테리어 하기는 힘들어진다. 위 사진에서 빔프로젝터를 세팅하려면 소파 위에 프로젝터를 올리거나 천장에 설치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거다. 잘못하다가 빔프로젝터를 건드리면 다시 조정해야 하는 등 예상 가능한 스트레스가 한두 개가 아니다.


[오늘 날씨 어때?]


조작하는 방법도 간단해 보였다. 인공지능 ThinQ가 탑재되어 있어서 리모콘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다. 인식률만 확실히 높다면 음성인식만큼 편한 게 없지.



지난번에도 LG 빔프로젝터를 리뷰하면서 webOS의 편의성에 대해 호평을 한 적이 있는데, 시네빔 Laser 4K에도 당연히 탑재되었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webOS4.5에는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POOQm TVing, 유튜브 등 없는 것 빼고 모든 게 있었다.



리모콘의 방향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편해 보였다. 모두 알다시피 리모콘은 기기를 향해야 작동하는데, 초단초점 빔프로젝터는 나보다 뒤에 있을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도슨트를 따라 옆 방으로 이동했다. 넷플릭스 커플이 있던 곳이 신혼부부의 거실을 컨셉으로 했다면, 이 방은 게임과 만화를 좋아하는 싱글남의 아지트다.



빔프로젝터는 각자의 로망을 구현해주는 좋은 기기인 것 같다. 나야 영화를 좋아하니 집에 영화관을 차려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룸으로 변신해도 괜찮겠더라.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시네빔의 디자인. 빔프로젝터를 한번쯤 샀거나 구매를 고민했던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프로젝터의 디자인은 대체로 투박한 편이다. 어쩌면 프로젝터에 디자인이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TV나 냉장고는 공간을 분위기를 좌우하는 가전으로 여겨지지만, 빔프로젝터는 필요할 때 꺼내서 쓰는 정도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시네빔 Laser 4K는 차라리 인테리어 소품에 가깝다. 쓰지 않을 땐 숨기고, 필요할 때 꺼내는 게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를 살려준다.



전면은 패브릭 재질로 마감했다. 덴마크의 패브릭 브랜드 크바드라트의 패브릭으로, 뱅앤올룹슨, BMW 등 유명 브랜드와 함께 협업해온 곳이기도 하다. CES 2019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LG 롤러블 TV에서도 사용했던 소재다. 가로 68cm, 세로 34.7cm로 작지 않은 사이즈지만, 모던한 디자인 덕분에 공간에 잘 녹아든다. 블랙 컬러도 나오면 좋겠다.



쭉 설명을 들으니 분명 시네빔 Laser 4K는 좋은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도슨트의 안내가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한 군데가 남았단다. 커튼 속에 가려진 홈 시네마 공간으로 들어갔다. 이 빔프로젝터를 활용하면 어느 정도까지 영화관에 가깝게 구현이 가능한지를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덩케르트> 그리고 우리들의 오랜 친구 킹콩이 나오는 <콩: 스컬아일랜드>를 봤다. 전쟁영화와 괴수영화라, 프로젝터의 성능을 보여주기에 좋은 선택이다.


[닉 퓨리… 아니, 사뮤엘 L. 잭슨의 눈이다. 킹콩은 너무 흔들려서 못 찍었다]


어떤 가정용 빔프로젝터를 극장 시스템과 비교할 수 있겠냐고 생각했지만,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영화를 감상하니 확실히 극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빔프로젝터를 이용할 때는 함께 쓰는 스피커의 역할도 중요한데, 시네빔 Laser 4K에는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가 내장되어 있어서 다로 스피커를 연결하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다.


[행사장 한 켠에 마련된 먹거리 공간. 다이어트 중이라 많이 안 먹었다. 진짜다]


도슨트의 가이드가 끝나자 LG 임원진의 축사, 신제품 관련 질의응답 그리고 셀럽(?)의 축사가 있을 거라는 안내를 받았다. 나는 LG 깃발이 꽂힌 체리를 먹으며 ‘셀럽의 축사란 과연 무엇일까’ ‘어떤 셀럽이길래 축사를 할까‘ ‘직업이 셀럽인 걸까’ 궁금해하며 앉아있었는데, 알고 보니 가수 헨리였다.


[궁금한 거 있으면 질문하세요]


헨리는 LG 프로젝터를 4년 전부터 실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사용자답게 장점뿐만 아니라 빔프로젝터의 아쉬운 점까지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 다소 조용한 질의응답 시간에 직접 질문까지 하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빔프로젝터 행사장에서 밝은 사람이 역시 매력적이라는 뜻밖에 교훈을 얻었다.



나는 행사장으로 가면서 한 가지 질문을 떠올렸다. ‘4K 초단초점 빔프로젝터가 꼭 필요할까?’ 이런 질문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제품의 출고가가 589만 원으로 책정되었기 때문이며, 두 번째 이유는 빔프로젝터는 캠핑이나, 홈파티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직접 사용해본 건 아니지만 행사장을 나서며 어느 정도 답을 알 것 같았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마니아에서 대중으로’라는 문구를 들었는데, 그 말이 힌트가 되었다. 오픈하우스에서 만난 LG 시네빔 Laser 4K는 일상의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물론 500만 원이 넘는 출고가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하지만 영상이 일상이 된 시대다. 반드시 안방에 극장을 만들고 싶은 사람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드라마, 유튜브 영상, 축구 경기,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를 보는 사람들까지도 분명히 구매욕을 느낄 만한 제품인 듯했다. 반드시 특별한 날에 기분 낼 목적이 아니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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